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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카테고리 : 최동일 장편소설-천사는 웃는다

비오던 날의 아픈 추억
2010년 03월 10일 15시 23분  조회:1877  추천:0  작성자: 동녘해
비오던 날의 아픈 추억

도심소학교 6학년 2반이 악마구리 끓듯 끓어대기 시작했다.
<<웬 일이니? 웬 일? 어머어머… 눈굽이 퍼렇게 멍이 들었네.>>
<<저런저런, 코등도 말이 아니네. 뼈가 끊어진게 아니냐?>>
교실에 들어서는 녀자애들마다 군이의 얼굴을 보고는 일부러 목소리를 한 옥타부씩 높여가며 호들갑을 떨어주었다. 그러자 남자애들도 군이 옆에 다가와서 서성거리며 한술씩 떴다.
<<누구하구 붙었댔니? 혼자서 엄청 터진게 아니냐?>>
<<야~ 한바탕 죽이지 그랬어. 왜? 못당하겠던?>>
참견도 각각이였다. 그러는 동학들이 싫어서 군이는 일어나 밖으로 나가려고 출입문쪽으로 다가갔다. 그러다 문가에서 들어오는 승화와 부딛쳤다. 승화의 얼굴도 퍼렇게 멍이 들어 말이아니였다. 승화는 군이를 향해 어색하게 웃어주었다. 군이도 건성으로 승화에게 약간 웃음을 띄워보이고는 급히 교실밖으로 나갔다. 속이 갑갑해서 나왔지만 어디로 마땅히 갈곳도 없었다. 군이는 복도를 지나 화장실로 가는 길목으로 꺽어들어서 괜히 바닥에 깔아놓은 자갈들만 툭툭 걷어찼다.
이때 자습종소리가 울렸다.
군이는 마지못해 내키지않는 발걸음으로 교실을 향했다.
교실은 여전히 벌둥지를 터치운듯 소란스러웠다. 그새 미림이도 교실에 도착해서 소식을 얻어 들었는지 들어오는 군이를 보자마자 뛰여오며 소리쳤다.
<<야, 정군! 너, 어떻게 된거야? 언제 이랬어? 누구하구 붙었댔니? 아프지 않아?>>
한바탕 련주포를 쏘고난 미림이는 군이의 긁힌 이마며 터진 입술을 만져보려고 군이의 얼굴에 손을 가져갔다.
<<왜 이래?>>
군이가 미림이의 손을 피해 얼굴을 돌렸다. 그때 규호의 눈길이 이윽히 군이를 주시하고있었다. 군이는 규호를 건너다보며 어색하게 웃음을 띄웠다. 규호가 몸을 움직였다. 곧 바로 승화의 쪽으로 오고있었다. 군이는 규호의 움직임을 따라 눈길을 돌렸다. 규호가 승화의 옆에 와서 뚝 멈춰섰다. 순간 승화가 흠칫 몸을 떠는것을 볼수있었다.
<<네가 한짓이지?>>
규호가 승화의 멱살을 검어잡았다.
<<어…>>
규호의 얼굴이 새파랗게 질리기 시작했다.
<<규호야.>>
군이가 말했다.
<<그만해라. 나만 터진게 아니다. 승화두 많이 맞았다. 글구 우리 어제 화해했다. 정말이다.>>
군이가 설명을 해도 규호는 듣지 않고 승화의 귀뺨을 갈겨주었다.
<<너, 군이하고 다신 안그런다고 했지? >>
<<씨~>>
승화가 황소숨을 내쉬며 규호의 손에서 몸을 빼고는 교실밖으로 달음박질쳐 나갔다.
교실에서 무거운 긴장이 흐르기 시작했다.
잠간 지나 교실문이 열리며 승화가 담임선생님의 손에 끌려들어왔다. 담임선생님의 얼굴은 몹씨도 굳어있었다.
<<심승화, 자리에 가 앉아라.>>
담임선생님이 교단에 올라섰다. 동학들을 빙~ 둘러보던 담임선생님이 탕! 하고 교탁을 내리쳤다.
<<도대체 웬 일들이냐? 리규호, 일어나!>>
규호가 엉겹결에 일어섰다. 왼손을 책상우에 올려놓고 어깨를 기웃한채 두눈을 내리 깐 모양이 어딘가 불편해보이는 표정이였다.
<<말해봐, 웬 일루 승화를 때렸니? 글구 어제 오후엔 왜 결석을 했어? 청가도 없이!>>
<<……>>
규호가 잠자코 입을 다물고있었다.
<<입이 붙었니? 왜 대답이 없어?>>
<<……>>
규호는 여전히 묵묵부답이였다. 담임선생님은 결김에 <<탕!>>하고 교탁을 내리치더니 분필통에서 분필한대를 뽑아 규호를 향해 뿌렸다. 분필이 씽~하니 날아가 규호의 코등을 명중했다. 이구석 저구석에서 킥킥하는 웃음소리가 터졌다.
<<쳇!>>
규호가 움찔하더니 책가방을 꺼내쥐고 교실밖으로 씨엉씨엉 걸어갔다.
<<리규호, 게 못 서?>>
담임선생님이 소리쳤다. 규호는 못들은듯 가방을 안고 복도를 뛰여지나 운동장으로 내달았다. 담임선생님은 뛰여가는 규호의 뒤모습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중간체조시간에 군이와 승화는 담임선생님에게 불리워 갔다. 군이가 먼저 그냥 놀다가 싸움이 난것이라고 둘러댔다.
<<자식들, 뿔난 송아지냐? 싸움은 웬 싸움질이냐. 글구, 군이 너, 반장도 싸움질에 나서냐?>>
담임선생님이 먼저 군이에게 큼직한 꿀밤 한대를 먹여 주었다. 이윽고 승화에게도 보기 좋게 한대 선사했다.
<<화해해라.>>
담임선생님의 말씀대로 둘은 악수를 하는것으로 화해를 하고 교실로 돌아왔다. 군이는 규호의 생각때문에 가슴이 불안해나서 안절부절할수 없었다.
하학하자 바람으로 군이는 규호를 찾아 떠났다. 학교 옆에서 3선뻐스를 타고 일곱정거장인가 지나 길역에서 내린후 모래길을 따라 10분정도 걸으니 전에 규호가 이사할 때 보았던 그 세집이 눈에 안겨들었다.
(규호가 집에 있을가?)
하는 생각이 머리를 스쳐지났다.
(있겠지. 규호는 그렇게 막나가는 애가 아니거든, 학교에서 선생님께 욕 좀 먹었다고 마구 밖으로 돌 애가 아니야.)
군이는 이런 생각을 굴리며 규호네 집앞에 이르렀다. 문에는 자물쇠가 걸려있지 않았다. 군이는 안도의 숨을 내쉬며 문을 두드렸다. 잠간 지나 출입문이 열렸다. 규호가 머리를 내밀었다.
<<어, 군이야,>>
<<규호!>>
<<어떻게 왔니? 어서 들어와라!>>
규호가 반가운 얼굴로 군이의 팔을 잡아끌었다. 군이는 온돌에 올라가 앉았다. 규호가 쑥스럽게 웃으며 말했다.
<<잠간만, 군이야. 쌀을 밥가마에 앉히면 돼, 글구 스위치만 누르면 저절로 밥이 된다니까.>>
규호는 말하며 썩썩 쌀을 씻기 시작했다
<<난 네가 집에 없으면 어쩌나 하구 근심했거든.>>
군이가 얼굴에 엷은 웃음을 띄우며 입을 열었다.
<<쳇, 없기는, 내가 어디로 가. 저녁밥을 지어야 하는데. 아버지가 늦게 돌아오시거든.>>
<<그래? 어머니는?>>
<<어머니?!>>
순간 군이는 규호의 얼굴에서 꿈틀거리는 분노를 읽었다. 규호는 풀바가지에 씻은 쌀을 밥가마에 확 쏟아넣고는 손으로 밥물을 가늠하더니 밥솥덮개를 콱 닫아 덮은후 신경질적으로 스위치를 꾹 누르며 말했다.
<<죽었다!>>
<<뭐?>>
군이는 깜짝 놀랐다. 어쩜 규호의 아픈 마음을 건드렸나 싶어 인차 사과했다.
<<미안, 규호야~ 난 정말 몰랐다.>>
<<아니야, 달아났어.>>
<<뭐라구?>>
군이는 야릇한 눈길로 규호를 바라보았다.
<<됐어, 밖에 나가자. 갑갑해, 집안이. 이러면 밥이 저절로 되겠는데 뭐.>>
말을 마친 규호는 먼저 바당에 내려서 신을 찾아 신었다. 군이도 따라 일어섰다.
둘은 규호네 집뒤켠으로 흘러내리는 작은 개울가를 찾았다. 시내와 떨어진 시교여서 그런지 개울물은 그래도 맑아보였다. 군이와 규호는 나란히 흐르는 개울물을 바라고 앉았다. 규호가 말없이 풀잎을 훑어 개울물에 놓아주었다. 들쑹날쑹한 풀잎들이 물을 따라 춤을 추며 떠내려갔다. 내려가는 풀잎을 하염없이 바라보는 규호의 눈길은 뭔가를 말하고있는듯싶었다.
<<무슨 생각을 하고있니?>>
군이가 먼저 침묵을 깼드렸다.
<<아니야,>>
<<오.>>
<<군이야,>>
<<응?>>
<<난 녀자가 정말 무섭다.>>
<<무슨 말이니?>>
<<오, 아니야.>>
규호가 말끝을 흐렸다.
<<너의 눈이 말하고있는데. 하고싶은 말이있다구.>>
군이가 일부러 능청을 떨며 규호에게 말했다.
<<쳇, 누가 작가의 아들이 아니랄가봐.>>
규호는 잠간 말끝을 끊었다가 휴~ 한숨을 내쉬고는 아래 말을 이었다.
<<울어머니가 도망간지 3년철에 난다, 이곳으로 세집을 옮기구 몇달 지나서 북경으로 돈벌러 간다구 떠난것이 여태껐 소식 한번 없었다.>>
<<그래서? 그간 어떻게 살았니?>>
군이가 몹시 놀랍다는듯 물었다.
<<아빠하구 둘이서… 아빠는 돈을 벌겠다구 낮이면 삼륜차를 몰구, 밤이면 또 어느 양고기뀀집에서 양고기를 꿰는 일을 하구… >>
<<참, 안됐구나, 혹시 너의 어머니께 무슨 일이라도 생긴게 아니니?>>
<<차라리 죽어버렸더라면 더 좋았겠는데, 쳇, 어제 점심에 렴치없이 나를 찾아온거야.>>
<<어머니가?>>
<<응, 제법 멋진 옷을 해입구, 손에 금가락지를 해끼구, 돈많은 한족사람하구 함께 살고있대. 아버지하고 리혼수속하러 왔다는거다.>>
말하는 규호의 입술이 파르르 떨리고있었다.
<<어쩜 그…그럴수가… 너네 아버지가 알고있니?>>
<<아직 몰라. 아버지가 불쌍해서 말 안했다.>>
<<그랬구나.>>
<<녀자들이란 정말 무섭다. 울어머니, 나에게 돈 천원을 주는거야. 그래서 받았지. 울아버지 한달을 벌어두 천원을 겨우 벌거든. 근데 뭐라는지 알어? 흥! 아버지께 말하지 말구 나 혼자 쓰라는거야,>>
<<왜? >>
<<몰라, 뭐 나에겐 아직도 정이있다나? 그래서 그 돈을 도루 어머니에게 던져버리구 떠나왔어.>>
이 말을 하는 규호의 얼굴에는 순간 당당한 빛이 력력히 흐르고있었다.
<<어쩜, 너의 어머니가 그렇게 할수있는데?>>
군이는 규호의 처지가 안타까와 가슴이 터질것 같았다.
<<울어머니, 원래 그런 사람이야, >>
규호는 입술을 감빨며 한참이나 흐르는 개울물을 바라보더니 다시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
<<그 분은 나의 새 어머니야, 나의 친어머니는 내가 돐이 금방 지나자 로씨야로 장사를 간다고 떠난것이 종무소식이였대. 그래서 아버진 법원에 가서 친어머니와 리혼수속을 하고 지금의 새 어머니를 만난거야. 새 어머니는 아이를 못낳는 분이거든.
그때 아버지는 현성에서 어느 큰 공장에 다녔었나봐. 얼마후에 아버지가 다니던 공장이 문을 닫구, 아버지도 직업을 잃고 말았지. 그후로 아버지와 어머니는 늘 티격태격 타퉜어. 나도 여러번 그러는걸 봤거든…
어머니가 떠나던 날, 밖에서는 비가 억수로 퍼부었어. 어머니는 이번엔 견결히 떠난다며 아버지와 며칠째나 싸우던 참이였지. 아버지는 부부간이 갈라져서 가정이 마사진 집들을 실례 들며 자신이 더 열심히 벌겠으니 제발 떠나지 말라고 어머니에게 빌었어. 어머니는 아니라는거야. 가난이 신물이 난다는거야, 그리구 그날, 북경으로 가는 기차표를 이미 끊었다는거야. 어머니는 비가 퍼붓는데도 챙겨놓았던 가방을 들고 문을 나섰어. 아버지는 너무도 분해서 식장문을 열고 술을 꺼내 병사리채로 마시구, 나는 무서워서 문을 나서는 어머니의 다리를 붙잡았어. 어머니가 먼저는 손으로 나를 다리에서 뜯어 내려는거야. 난 어머니의 다리를 놓지않았어. 그러자 어머니는 힘껏 다리질을 해서 끝내 나를 떨구어 놨어. 그리고는 가방을 들고 비속으로 막 달려갔지. 나두 어머니를 부르며 진흙탕으로 뛰여가구. 어머니는 택시를 잡아타고 비속으로 사라져버렸어. 그게 내가 본 어머니의 마지막 모습이야.>>
규호는 잔잔하게 흐르는 개울물처럼 남의 이야기를 하듯이 비오던 날의 그 아픈 추억을 헤쳐나갔다. 군이는 그러는 규호를 뚫어지라 쳐다보며 입을 열었다.
<<넌 아버지하고 어머니가 리혼해도 괜찮니?>>
<<흥, 난 어머니가 아버지와 리혼하는걸 절대 볼수없다. 우리 아버지가 얼마나 어머니를 기다렸다구.>>
<<너의 어머니가 견결히 너의 아버지와 리혼하겠다면 어쩌겠니?>>
군이가 근심스러운듯 물었다.
<<정말 리혼하겠다면 죽여버릴거야. 아버지 몰래 어머닐 죽여버릴거야.>>
군이는 규호의 눈에서 순간 퍼런 살기가 스쳐지나는것을 보았다.
<<규호야, 무슨 그런 무서운 소리를 하니? 그래도 아버지께 알려드려라. 그래도 아버지께서 이 일을 알아야지.>>
<<아니야. 말하지 않는게 났지 뭐. 아버지가 알면 그 타격을 당해내지 못할거야. 우리 아버진 밤낮으로 일만 하느라구 몸과 마음이 다 너무 지쳤어!>>
순간 규호는 눈시울을 붉히며 머리를 돌렸다. 혹시라도 군이에게 눈물을 보일가 두려운듯싶었다.
<<지금도 자다가 비오던 날, 나를 차버리고 비속으로 사라지던 어머니의 모습이 문뜩문뜩 떠올라. 그럴 때마다 이가 갈리게 어머니가 밉거든, 글구 어머니가 무섭기도 하구, 정말이야, 난 나의 친 어머니도 새 어머니도 다 미워, 아니 녀자들이 다 밉거든!>>
규호의 눈길은 정말 그 어떤 분노로 이글이글 타는듯 싶었다. 군이는 그러는 규호가 안스럽게 생각되였다.
<<규호야, 마음을 넓게 가져라. 옥생각을 하면 안된다. 너만 힘들어 지거든.>>
<<흥! 난 아버지를 위해서라면 뭐나 다할수 있다. 아니, 어떤 일도 다 해낼거야!.>>
규호는 터지는 울분을 주체할수 없는지 땅에서 작은 돌멩이 하나를 주어 개울물에 던졌다. 돌멩이는 퐁당 개울물에 떨어지며 동그란 파문을 일으키고있었다.
<<휴~>>
규호는 잠간 한숨을 내쉬고 말을 이었다.
<<군이야, 어쩐지 난 네가 좋다. 혼자서 외로울 때면 가끔 너의 어깨에 기대고 싶은 생각이 들거든. 이렇게 너하구 털어놓고 말하니 속이 다 시원하다. 사람이란 아마도 가슴속에 비밀을 많이 담아두지 못하는 모양이지?!>>
규호의 말을 들으며 군이는 측은한 눈길로 규호를 바라보았다. 그러다 규호의 곁으로 한뼘 다가앉으며 주먹을 꽉 쥐고있는 규호의 손을 꼭 잡아주었다. 규호가 무척 고맙다는듯 은은한 눈길로 군이를 바라보았다.
군이는 말못할 아픔을 속으로 삼키고있는 규호의 상한 마음을 자기의 손으로 보듬어 주고싶었다.
집으로 돌아오는 군이의 마음은 내내 규호의 생각으로 쓰리기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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