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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를 이기는 법을 익히자
2010년 03월 21일 21시 15분  조회:1807  추천:0  작성자: 동녘해

 

 

 

자기를 이기는 법을 익히자 

 

다행히 아직까지는 도박이나 바람과 담을 쌓고 살아왔다. 도박으로 인해 패가 망신했다는 글을 책에서 두루 봤고 바람때문에 가정이 풍지박산났다는 소식도 드문히 들은적이 있다. 그때마다 나는 아직까지 그것들과 담을 쌓고 열심히 살아가고있노라고 자신을 위안하기도 했다. 그때마다 내 마음속에서 또다른 내가 뛰여 나와 나를 웃고 핀잔을 준다.

"과연 그것때문에 만족을 할수 있느냐? 네가 과연 유혹을 이기고 자신을 이겼다고 믿느냐?"

그 소리에 깜짝 놀라 곰곰히 자신을 돌아볼 때가 있다. 나의 몸통 어느 구석에선가 너부러져 코를 골다가도 심술스럽게 뛰쳐나와 나를 애먹이는 나쁜 버릇 한가지가 확실히 내 삶을 힘들게 하는것이다.

그것이 바로 지지리도 고약한 나의 술버릇이다.

내가 술을 알기 시작한것은 30살즈음이라 생각된다.

나는 25살에 입사를 했다. 그때 한 사무실에서 근무하는분들이 10여명 푼히 됐는데 모두들 나보다 나이나 경력이 아스라니 높게 보이는 선배들이였다. 신참으로 입사하여 일을 배우기도 버거운데 언제 그들앞에서 내노라고 술을 마실수가 있었으랴? 첫 단위에서 내가 남에게 준 인상은 술을 마실줄 모르는 청년이였다.

이러구러 처음 들어간 단위에서 만 4년쯤 일을 하다가 다른 단위로 전근이 된것이다. 운수가 좋아서였던지 다른 단위로 전근되여 가서 2년후에 주임자리가 하나 생겨 차지하고 앉았다. 그해 내 나이 만으로 30살, 동료들이라고 해야 모두 나하고 비슷한 젊은패들이여서  세상 무서운것 없이 일을 하고 누구 눈치를 볼것 없이 술을 마시고 즐겼다. 32살 땐가 내 인생에서 손꼽아 기념할만한 "큰 일(?)"을 끝낸 기념으로 처음 흰술 한병을 혼자서 굽 냈다.

이렇게 어려운 사람 없이 술을 배워서 그런지 점점 술상에서 담이 커져갔다.

그후로 자주 폭음을 하기 시작했고 주사도 부리는것 같았다.  형님들이나 누이들이 그것을 알고 못내 근심스러워 했다.

"닮을것이 없어서 아버지의 술버릇을 닮자고 그러냐? 조심해라."

내 인상에도 아버지께서 생전에 술을 마시고 집에 들어와 주정을 부리고 어머니와 싫은 행동을 하던 기억이 깊히 박혀있다. 아버지는 술을 마시면 긴긴 밤을 말로 술을 깨셨다.

"나는 범이다. 범은 죽을 때 따웅- 하고 소리를 친다. 내 죽을 때 모두들 지켜보거라."

때를 잘못만나 농촌으로 내려온후 아버지는 내내 운명에 대한 콤플렉스를 가지고있었던것이다. 어머니는 그러는 아버지를 보면서 "범을 좋아하구 있네. 범이라해야 종이범이겠지. 종이범이 따웅 소리를 치는것을 봤냐?" 하면서 또다른 방식으로 아버지에 대한 못마땅함을 푸셨다. 그러는 아버지를 보면서 나는  그때 온 가정을 공포로 밀어넣는 아버지의 주사가 그렇게도 싫었었다. 내가 그런  아버지의 주사를 닮아간다니? 가족들에게 피해를 준다니? 스스로도 마음이 편치가 않았다.

(다음에는 꼭 조심해야지. 절대 주사는 부리지 말아야지.)

이튿날 술을 깨고난후이면 무던히도 후회를 하면서 그렇게 진심으로 다음을 약속했다.  과연 다음술상에 앉으면  첫 잔은 "조심해야지." 하며 들고 두번째 잔은 "이 잔만 해야지." 하며 들고 세번째잔은 " 딱 이잔만 마셔야지." 하며 들다가  넉 잔,  다섯 잔이 지나면 또 술이 술을 마시고 다음엔 술이 사람을 먹는판이라 도를 넘어가는 일이 다반사였던것이다.

그렇게 폭음을 하고난 이튿날이면 속이 쓰리고 정신이 공허해지면서 또 누구에게 속히워서 폭음을 한듯하고 자기가 세상 용서못 받을 큰 실수라도 저지른듯 해서 밖에 나서기가 싫어지고 스스로를 이기지 못하는 자신이 무척 미워지기도 했다. "정말 다시는 술을 안 마실거요." 하고 말하면 안해는 "다시 밥을 안먹는다구 맹세하세요." 하고 핀잔을 줘서 쥐구멍을 찾고싶었던적도 한두번이 아니다. 하지만 오늘까지도 역시 가끔가다 두어번씩 폭음을 하고 한번씩 주사를 부리고 해오는데 손꼽아보니  나의 음주경력도 이젠 15년을 넘긴다.

금요일날에 폭음한것이 토요일을 지나 오늘 오전까지도 속이 메슥거리고 정신이 혼미하여 넋을 놓고  누워있다가 대수 점심이라 먹고는 바람이라도 쏘이고싶어 장마당을 돌다가 들어왔다. 시원한 바람을 쏘여서였던지 저녁쯤에야 조금 정신이 드는듯 했다. 진하게 커피를 한잔 풀어마시고 컴퓨터앞에 앉아 이곳저곳 뒤지고 다니다가 "남을 이기려 하지 말고 자기 자신을 이기라" 는 글을 보게 되였다. "자기 자신을 이기는것"이 훌륭한 자식을 키우는 부모님의 7가지 자세중의 중요한 한가지라고 했다. 다시 음미해보니 정말 백번 옳은 말인것 같다.

살아가면서 우리는 어느것이 옳고 어느것이 그른지를 몰라서 자꾸 착오를 범하는것이 아니다. 말을 하라고 하면 누구나 그럴듯한 도리를 엮을줄을 알며 그럴듯하게 다른 사람의 잘못을 지적하기도 한다. 하지만 자기가 그 정황에 띠우면 또다시 자기를 잃고 같은 착오를 범하게 되는것이다.

술을 깨고 나면 스스로도 자신이 그렇게 미운데 옆에서 정신이 말똥말똥 해서 지켜보아야 하는 식구들의 심정은 어떠할가?  그래서 안해는 노상 "당신, 그 술버릇만 없으면 만점짜리 남편이 될텐데." 하고 어린애 어르듯 나의 눈치를 보며 나를 간지르군 한다.

따져보면 나는 술이 없으면 일이 안되여서 하루 세끼 반주를 하는 정도도 아니다. 사실 일때문에 모이는 자리가 아니라면 일년이 다가도 저절로 술을 찾아 반주를 하는 일이 없다. 술에 의뢰해야 일을 할수 있는 술중독자 하고는 거리가 있다는 말이다.

하지만 문제는 "자기 자신을 이기지 못하는것"이다. 술앞에서 자기 단속이 잘 안된다는 말이되겠다. 성인들은 "사람이 사람답게 살려면 먼저 자신부터 억제할줄 알아야 한다"고 했다.  자기를 억제 못하면 아무 일도 성사하기 힘들다. 자기를 억제한다는 그 자체에 인격적힘이 있고 인격적수양이 있는것이다.

너무나도 당연한 인생도리를 또 한번 주절거려보았다. 이 주절거림이 "술 깬 뒤의 나발이 되지 말기"를 스스로에게 기대해본다.

진정으로 자신을 이기는 법을 익혀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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