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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음에서 깨여난 그 다음의 독백
2011년 11월 07일 13시 30분  조회:1959  추천:1  작성자: 동녘해
 


꽤 오랜만에 과음했다. 직장에서 늘 믿음의 눈길로 나를 바라보아주는 후배들이랑 마음 먹고 나가서 한잔 한것이다. 사실 전에 비하면 술도 아닌(흰술  반근에 맥주5병정도?)량이였지만 한1년 과음을 하지 않았더니 위가 놀란 모양이다. 금요일밤에 마신 술을 토요일 내내 앓고 일요일까지 뒹굴었는데도 오늘점심까지  제대로 먹지 못했다.  
그래도 오늘은 정신이 맑은 편이다.
어제까지는 머리가 흐리터분하고 가슴이 후둑후둑 뛰는것이 큰 실수를 저지른듯하고 세상보기가 부끄러워(?)진종일 커텐을 치고는 이불속에 누워있었던것이다.
오늘 아침에 일어나자 몸은 여전히 지긋지긋해났지만 가슴이 뛰고 해볕이 싫던 그 느낌은 다소 사라진듯 해서 애써 면도까지 말끔히 하고 출근길에 올랐다.
컴퓨터를 켜놓고 앉아 커피 한잔 하면서 의식적으로 머리를 굴리다보니 동시가 나의 머리속을  찾아들었다.
바스락바스락…
가랑잎 밟히는 소리가 정답게 귀전을 스쳤다.
한국학자 이어령님이 문화관광부 장관을 지낼 때 “가랑잎을 쓸지 말라.”고 지시했다던 글이 머리속을 치고 들어왔다.
그렇다. 콘크리트로 도배된 이 거리에서 가랑잎소리마저 들리지 않는다면 삭막해서 이 가을을 어떻게 보낸단 말인가?
그렇게 태여난 글이 “사람이라는것을 잊지 말게” 이다.
토요일날, 커텐도 걷지 않은 방안에서 혼자 끙끙 앓고있을 때 대학에 가있는 아들놈이 오랜만에(한달 반?) 집에 왔었다. 이불속에 있는 나를 보고 아들놈이 막연한(?) 눈길로 나를 바라보는것이였다. 그놈은 아마 내가 늘 그렇게 술을 마실거라고 생각한 모양이였다.
그놈이 어리고 내가 한나이 더 젊었을 때, 나는 아들놈의  그런 눈길에서 아무것도 느끼지 못했었지만 그날만은 그 눈길이 나에게 뭔가 많은 말을 하는듯 느껴졌던것이다.
오늘 나는 또 그 느낌들을 글줄에 꿰기 시작했다.
“부품이 나갔답니다.”,  “술술”, “아빠는 남자이니까” “어쩌면 좋아”는 그렇게 태여난것이다.
나는 동시가 있어 행복하다, 만약 동시가 없었더라면 오늘도 나는 흐리멍텅한 기분으로 오전을 보냈을것이다. 동시와 함께 세상을 돌아보는 사이에 나의 머리가 맑아지고 또다시 활력을 찾은것 같다.
전에도 말했지만 나는 나의 동시가 이렇게 저렇게 예쁠것을 바라지 않는다. 그냥 내 모습 그대로 솔직하고 조용하고 해맑으면 그만인것이다.
누군가 나의 글을 읽고 역시 내 모습 그대로를 읽어낼수 있다면 만족이겠다.
오~
나의 동시,
나의 동심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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