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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드라마의 생명력은? (정인갑63)
2007년 12월 30일 17시 44분  조회:10982  추천:113  작성자: 정인갑

한국 드라마의 생명력은?

정인갑


약 6년 전 한국 모 재벌 그룹으로부터 ‘중국에서 한국 드라마가 곧 죽는다는데 당신은 어떻게 보는가?’ 라는 부탁을 받고 글을 써준적이 있다. ‘10년쯤은 문제 없으며 그 후에도 이럭 저럭 괜찮게 팔릴 것이다’가 필자의 견해였다. 아래에 그 글을 요약해 본다.

한국 드라마를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 그의 생명력은 어디에 있는가? 문학성, 사상성, 상품성 3가지로 나누어 말하련다.

1. 중국 대중문학의 원 뿌리는 宋代 話本문학이다: 거리 복판에 상을 놓고, 부채를 휘저으며 ‘화설 제갈량…’하며 흥미진진하게 이야기를 한다. 관건적인 대목에 ‘필경 어떻게 됐는가? 다음 회에 알려주마 (畢竟事後如何, 且聽下回分解)’로 끝낸다. 그리고는 청중들이 주는 돈을 거두어 들인다.

재미없으면 청중이 듣지도 않으려니와 모이지도 않고 화술자도 돈을 못 번다. 그러므로 중국대중들의 기호는 이야기꺼리의 굴곡성, 취미성, 렵기성 (獵奇性)…이 위주다. 중국 대중들이 ≪삼국연의≫ ≪수호전≫ ≪서유기≫ 등은 잘 보지만 ≪홍류몽≫은 졸려서 못 보는 원인이 바로 여기에 있다.

  중국 대중문학은 이야기의 취미성에 각별히 신경을 쓰므로 인물 형상에 대한 부각은 게을리 하며 심지어 인물의 外貌로 대체한다. 흉하게 생긴 배우가 나쁜놈의 배역을 담당하고, 교활하게 생긴 배우가 간사한 인물을 담당하고…. 별로 부각을 안 해도 그 인물의 특징이 대충 알린다. 그러므로 중국 배우는 인물이 천차만별하다.

  그러나 문학의 참 뜻은 이야기꺼리의 취미성이 아니다. 특정 인물의 내심세계를 특정 시대에 놓고 전형적인 事件, 情節로 부각하는 것이다. 事件, 情節은 취미성이 있느냐가 아니라 인물의 내심세계를 부각하는데 적절한가 이다. 이 면에서 한국 드라마는 중국 대중문학보다 후자에 치우친다.

그토록 예쁘게 생겨 호감이 가는 여자도 정신 세계가 더럽게 부각되므로(아주 섬세하게 부각되므로) 나중에는 생김새도 미워만 보인다. 한국 드라마는 참 문학에 더 접근하며 중국 대중문학에 결여된 그 무엇을 중국 관중들에게 보여주고 있다. 이것이 문학적 차원에서 본 한국드라마의 생명력이다.

1989년 필자는 한국 공보처의 부탁을 받고 23편의 중문자막이 있는 한국영화 테이프를 중국影視進出口公司에 가져다주며 수입을 권한 적이 있다. “졸려서 못 보겠다”가 그들의 답복이었다. 사실 개혁개방이래 중국이 수입한 세계 각 국의 영화는 거의 다 이야기꺼리에 취미성이 강한 것들이었다.

  그러나 20여년이 지난 1997년경, 렵기적인 대중문학만 너무 봐서 질려서인지 중국 대중들의 기호가 좀 바뀐 듯하다. 아니, 이야기의 취미성도 좋지만 인물 성격에 대한 섬세한 부각도 볼만 하구나 하는 관념이 생긴듯 하다. ≪사랑이 뭐길래≫가 일거에 성공하였으니 말이다.

  2. 중국 대중이 한국 드라마를 좋아하는 두번째 리유는 유교문화에 대한 鄕愁 이다. 부인이 남편을 잘 섬기고, 젊은이가 로인을, 자식이 부모를 존경하고, 그토록 화목한 가정분위기…한국 드라마에 반영된 유교문화에서 비롯된 미풍양속은 중국 대중에게, 특히 50대 이상의 관중에게 큰 감화력이 있다.

  한 번은 필자 동료께서 이런 말을 들었다. “한국인들, 참 코막고 답답하다. ≪사랑이 뭐길래≫에 로인이 시집간 딸이 보고싶어 안절부절 못하는 대목이 있는데 냉큼 사돈집에 찾아가 보면 될 것이 아니야!” 하여 필자는 사돈간은 서로 어려운 사이이며 시고 때고 없이 사돈집에 드나드는 것은 유교 례의에 맞지 않음을 피력한 바 있다.

  유교문화의 발상지인 중국은 유교문화가 거의 없어져가고 있다. 며느리가 시아버지에게 담배불 좀 붙이자고 접어드는 것, 타지방에 출장가서 사돈집에 며칠 묵으며 일보는 것은 흠이 아니다. 여편네가 남편보고, 자식이 부모보고 ‘입닥쳐! (住嘴!)’라며 호통치는 것도 보통이다. 조선족 집에 시집온 한족며느리, 온돌에 다리를 쭉 펴고 앉아 발가락이 시어머니 턱밑에 닿을 정도여도 흠인줄 모른다.

  이런 면에서 한국드라마는 중국에 모자라는 무엇을 보여주고 있다. 이것이 사상적 차원에서 본 한국 드라마의 생명력이다.

  3. 사람들은 배고프면 음식을, 추우면 옷을, 병나면 약을…사게 된다. 심심할 때 소일(消遣)할 꺼리는 어디에서 무엇을 사야 하는가? 중국에는 아직 이런 상품이 거의 결여돼 있다. 마작을 노는 것이 주요 소일수단이다. 한국 드라마는 중국인들에게 소일에 필요한 상품을 제공하여주고 있다.

  중국제 드라마도 소일의 상품으로 충당될 수 있지 않느냐? 천만에. 중국 드라마는 한국 드라마에 비교도 않된다. 우선 시간성에서 안 된다.

  필자는 1989년 한국 대하 드라마 ≪손자병법≫ 제작팀을 안내한 적이 있다. 이 팀은 작가 1명, 감독 1명, 배우 6명, 촬영사 3명, 모두 11명으로 구성되였다. 작가가 매일 저녁 7시부터 이틑날 아침 7시까지 드라마의 한 회를 창작해내면 감독(導演)은 그날 내로 한회를 제작한후 저녁에 KBS본사로 보내 편집시킨다. 약 10일 후에 제작된 드라마가 KBS에서 상영이 된다.

  본 제작팀은 북경, 연길(장백산 포함), 할빈, 상해를 돌며 약 10일간에 드라마 3회를 제작했다. 제작비용 수십만원을 스폰서가 댔고. 제작팀이 쓰는 의복, 핸드폰, 심지어 컵까지 모두 한국 특정 회사의 제품이며 이런 것들은 모두 스폰서가 서브해주며 광고비의 일부를 제작비용으로 선대해 준다.

  그러나 중국은 어떠한가? 대형 드라마라면 창작팀을 뭇는데만 몇 달이 결린다. 선전부장이 명예팀장, 문화국장이 팀장을 담당하고 집필하는 사람은 나부래기 직밖에 얻어걸리지 못한다. 시나리오를 창작하는데 몇달, 심지어 몇 년이 걸린다.

  창작이 끝나면 적어도 성급 검사를 받아야 하며 필요시에는 중앙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공식적으로 받는 심열비만도 십만원 이상이 든다. ‘심열해 줍소서’ 하며 올려 바쳤지만 몇달, 심지어 몇년을 질질 끌며 심열해주지 않으면 갖은 방법과 수단을 써야 하며 심지어 뭉체기 돈을 뒷거래로 주어야 한다.

  허가를 받은 다음 제작비를 구하는데 몇달 심지어 몇년, 제작하는데도 몇달 심지어 1~2년이 걸린다. 제작이 끝난다음 한번 더 검사받아야 하며 그런 연후에야 상영이 가능하다. 해당 대형 드라마를 만들자는 아이디어가 나와서 상영할 때까지 보통 5~10년이 걸린다.

  중국드라마를 보면, 삐삐가 없어진지 10년이 넘었는데 삐삐가 등장하고, 손바닥 보다 작은 핸드폰이 유행된지 10년이 되오지만 베개만한 핸드폰이 등장하는 장면을 종좀 볼 수 있는데 다 상기의 원인 때문이다. 이렇듯 시세에 떨어진 드라마가 청중의 호감을 자아내기는 만무하다.

  젊은 관중, 특히 젊은 여자 관중이라면 드라마 인물에 나타나는 패션, 헤어 스타일(髮型), 핸드백, 화장한 얼굴모양, 등을 눈여겨보며 이내 모방하기를 좋아한다. 시세에 너무 뒤떨어진 것들이 등장하면 젊은 관중에게 실망만 주게 된다. 먹고 싶은 음식, 입고 싶은 패션, 먹어야할 약이 없으면 당연 수입제를 사기마련이다.

  필자는 한국 드라마들이 문학적으로 아주 좋은 작품이라고는 보지 않는다. 문학사에 오를만한 명작은 거의 없다. 그러나 대중의 소일에 적합한 상품으로서는 괜찮으며 중국보다 퍽 앞섰다고 본다. 이것이 한국 SBS방송국이 피타는 노력을 한 공로이겠다.

  지금 한국에는 인기 드라마 시나리오를 창작해 일확천금을 노리는 자가 1,000명 정도 된다는 설이 있다. 같은 인구의 료녕성에 이런 사람이 몇십명이나 될지, 아니, 13억 중국 전역에 몇백명이나 될지 의문이다. 드라마 상품 제작에서 중국이 한국을 따라잡으려면 아직 멀었으며 따라잡지 못하는 한 한국 드라마의 인기는 여전히 소실되지 않을 것이다.

  총괄적으로 말해 한국 드라마에 중국 드라마에 미비한 상기 3가지 장점이 있기 때문에 한국 드라마의 생명력이 유지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필자는 ‘중국에서 한국 드라마의 인기가 10년 쯤은 문제 없으며(≪사랑이 뭐길래≫부터 지금까지 이미 10년이 지났슴) 그 후에도 이럭저럭 괜찮게 팔릴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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