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둥이 블랙홀'을 학부생이 어떻게 발견했나?
조글로미디어(ZOGLO) 2013년11월13일 13시34분    조회:3258
국내 연구진이 '쌍둥이 블랙홀'을 찾아냈습니다. 쌍둥이 블랙홀이라는 건, 블랙홀 자체가 그렇지만, 참 신비로운 현상입니다. 가까운 두 곳에서 빛을 포함한 모든 물질을 빨아들인다니요, 눈으로 볼 수 없으니 상상도 안 됩니다. 블랙홀 2개가 닮았다는 뜻의 쌍둥이는 아닙니다. 이번에 발견한 건 서로 2,600광년 떨어져 있는데, 지구에서는 45억 광년이나 멀리, 지구적 표현이라 멀다는 느낌이 잘 안 납니다만, 아무튼 어마어마하게 멀리 있어서, 둘을 구분하는 게 어렵고 거의 하나로 보인다는 뜻에서 쌍둥이라는 별칭이 붙었습니다. 형 블랙홀은 태양 질량의 4천만 배, 동생 블랙홀은 태양 질량의 5백만 배입니다. 외국에서는 이런 걸 그냥 binary black hole, 서로 다른 두 개의 블랙홀이라고 부른다니, 쌍둥이 블랙홀은 유독 우리나라에서 사람처럼 의인화된 셈입니다.

쌍둥이 블랙홀의 결정적 단서를 찾아낸 건 대학 학부생입니다.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3학년 조호진 학생(논문 제2저자)입니다. 지난해 유럽 남천문대의 블랙홀 데이터를 연구하다가 우연히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고 합니다. 블랙홀 주변에서는 가스가 움직이는데, 이 가스가 빛을 내고, 지구에서는 그 빛의 세기를 관측할 수 있습니다. 블랙홀은 보통 파장에 따른 빛의 세기 그래프가 좌우 대칭으로 나오는데, 학생이 본 그래프는 완전한 대칭이 아니라 약간 찌그러진 모양이었던 것입니다. 학생은 물리천문학부 우종학 교수(논문 제1저자)에게 이걸 얘기했고, 집중적인 연구 결과 블랙홀은 하나가 아니라 사실 두 개였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지금까지 학계에서 검증된쌍둥이 블랙홀은 단 3개에 불과합니다.

약간 어려운 얘기를 덧붙이자면, 빛의 세기 그래프(흰색)가 찌그러진 이유는 이렇습니다. 우주는 지금도 팽창하고 있고, 블랙홀과 지구는 그래서 계속 멀어지고 있으므로, 앞서 얘기한 빛의 파장을 지구에서 관측하면 적색 편이가 나타납니다. 원래 파장보다 긴 쪽으로 그래프가 치우치는 것입니다. 근데 그래프가 찌그러졌으니, 혹시 두 개의 그래프가 합쳐져서 그런 것 아닌가 생각하게 된 겁니다. 분석 결과 그게 맞았습니다. 서로 다른 2개의 블랙홀이, 지구로부터 서로 다른 속도로 멀어지고 있었습니다. 위의 사진에서는 흰색 아래 빨간색 그래프 2개가 서로 다른 블랙홀이 존재한다는 걸 넌지시 알려주고 있습니다. 허블우주망원경으로 그곳을 관측한 결과, 두 개의 블랙홀은 서로 다른 두 은하의 중심과 일치했습니다.

사실 유럽 남천문대의 데이터는 특별한 게 아니었습니다. 이미 2006년에 나왔던 자료라고 합니다. 처음엔 그걸 관측한 기관이 정보를 쥐고 있다가, 몇 년이 지나면, 아 별 게 없구나, 일반에 그냥 연구용으로 공개하자, 이렇게 해서 학부생에게 데이터가 넘어간 것입니다. 학생이 유럽에 가서 직접 관측한 자료도 아니고, 지금은 남천문대 인터넷 홈페이지에도 공개돼 있습니다. 물론 찌그러진 그래프가 모두 쌍둥이 블랙홀로 직결되는 건 아닙니다. 만일 그랬다면, 데이터를 처음 손에 쥔 외국 연구진이 이걸 그냥 넘어갔을 리가 없습니다. 이 데이터를 처음 관측한 외국 연구진은, 쌍둥이 블랙홀이 아닐 수도 있다는 여러 가정을 내놓았다고 하는데, 속이 좀 쓰렸을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단순한 우연에서 시작해, 끈질기게 추적한 집념이, 값진 과학적 성과로 이어진 순간입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영국왕립천문학회지 온라인판에 실렸습니다. 쌍둥이 블랙홀은 이제 막 발표한 상태여서, 아직 학계가 이견 없이 인정하는 단계는 아닙니다. 추가 검증이 필요하다고 합니다. 예를 들어, 미국이 우주에 쏘아 올린 찬드라 X선 망원경으로 촬영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블랙홀은 눈에 보이지 않지만, 강력한 에너지를 내뿜기 때문에 X선 망원경으로 찍으면 하얀 점으로 나타납니다. 인터넷에서 NGC6240 혹은 NGC3393을 검색해보면, 이들 은하 중심의 쌍둥이 블랙홀이 두 개의 하얀 점으로 얼굴을 드러낸 걸 볼 수 있습니다. 한 학생의 '행운+노력'이 조만간 신비로운 우주 사진으로 검증되길 기다려봅니다.


박세용 기자

[필수입력]  닉네임

[필수입력]  인증코드  왼쪽 박스안에 표시된 수자를 정확히 입력하세요

Total : 528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그래픽 뉴스로 크게 볼 수 있습니다. / 조선닷컴 1. 족보 논란 몸길이 12m, 백악기 살았지만 쥐라기 때 2m짜리가 조상? 2. 친자 논란 발굴된 지층서 나온 공룡은 "친자식이다" "아니다" 맞서 3. 외모 논란 "다른 공룡처럼 털 있을 것" 피부화석 못 찾아 확정 안돼 4. 팔의 용도 논란 크기 작아 초기엔...
  • 2013-11-14
  • 국내 연구진이 '쌍둥이 블랙홀'을 찾아냈습니다. 쌍둥이 블랙홀이라는 건, 블랙홀 자체가 그렇지만, 참 신비로운 현상입니다. 가까운 두 곳에서 빛을 포함한 모든 물질을 빨아들인다니요, 눈으로 볼 수 없으니 상상도 안 됩니다. 블랙홀 2개가 닮았다는 뜻의 쌍둥이는 아닙니다. 이번에 발견한 건 서로 2,600광년 떨...
  • 2013-11-13
  • [서울신문 나우뉴스]역대 발견된 것 중 가장 오래된 빅 캣(big cat·대형 고양이과 동물)의 두개골이 발견됐다. 최근 미국 자연사 박물관 잭 쳉 박사는 지난 2010년 티벳 고원에서 발견한 두개골의 화석을 연구한 결과를 영국 왕립학회보(journal Proceedings of the Royal Society B) 최신호에 발표했다.  이번에 ...
  • 2013-11-13
  • 11월 11일, 복단(復旦)대학의 역사학과와 인류학과가 공동으로 조직한 연구팀은 ‘조조(曹操) 가족의 DNA 연구’에 대한 최신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팀은 현대 유전자 추리 및 고대 DNA 검측이라는 두 가지 검증을 거쳐 조조 가족의 DNA 중 Y 염색체의 SNP가 돌연변이 유형인 O2*-M268인 것으로 100% 확정하...
  • 2013-11-13
  • [서울신문 나우뉴스]신비의 행성 토성의 수많은 위성 중 5개가 한 카메라 안에 포착됐다. 최근 미 항공우주국 나사(NASA)는 토성 탐사선 카시니호가 촬영한 환상적인 토성 위성의 모습을 뒤늦게 공개했다. 지난 2011년 7월 촬영된 이 사진 속에서 토성의 모습은 고리 이외에는 보이지 않는다. 사진 속 맨 우측에 가장 크게...
  • 2013-11-12
  • (AP=연합뉴스DB) 미국 학자, 원시 지구 `퍼즐 맞추기' (서울=연합뉴스) 이영임 기자 = 약 45억년 전 화성만한 우주 물체가 지구에 충돌할 때 튀어나간 파편으로 달이 생겼으며 이때의 충격으로 지구는 들끓는 마그마 바다가 됐을 것이라는 연구가 나왔다고 스페이스 닷컴이 10일 보도했다. 미국 스탠퍼드 대학의 노먼 ...
  • 2013-11-12
  • 쌍둥이 블랙홀을 소유한 것으로 유명한 NGC 6240의 엑스선 관측 사진© News1 우종학 서울대 교수팀 참여한 국제공동연구진, 첨단 분광기 이용 포착 (서울=뉴스1) 지봉철 기자 = 우리나라 연구팀이 참여한 국제 공동연구진이 45억 광년 떨어진 은하의 중심부에서 쌍둥이 블랙홀을 찾아냈다. 두 은하가 충돌한 후 병합과...
  • 2013-11-12
  • [서울신문 나우뉴스]최근 미국에 거대한 유성이 나타나 주민들이 불안감에 휩싸였다. 이는 올해 초 러시아에서 유성 폭발로 1000여 명이 다친 전례가 있었기 때문. 미국 인터넷매체 허핑턴포스트 등 외신에 따르면 현지시간으로 지난 6일 오후 8시쯤 캘리포니아주(州)내 산타바바라부터 샌디에이고까지 남서부 일대에서 거...
  • 2013-11-12
  • 과학기술부와 교육부, 중국과학원, 호남성인민정부에서 주최한 2013년 중국 장사 과학기술 성과 응용 교역회가 10일 장사에서 개막되였다. 이번 교역회에서 7천여가지 최신 과학기술 응용성과와 천여가지 과학기술 성과 실물이 전시되였다. 이번 교역회는, 자주혁신과 성과응용, 산업주도와 개방 공유 정신을 돌출히 하였다...
  • 2013-11-12
  • 11일 오전 9시 기준의 위성의 위치. 파란색 궤적은 오전 8시40분 ~ 오전 9시. 붉은색 궤적은 오전 9시부터 오전 9시30분까지 위성의 궤적을 나타냄. (서울·모스크바=연합뉴스) 최인영 기자·유철종 특파원 = 수명을 다한 유럽우주청(ESA) 인공위성 '고체'(GOCE)가 11일 오전 9시께 호주 서쪽 인도양과...
  • 2013-11-11
‹처음  이전 34 35 36 37 38 39 40 41 42 43 44 다음  맨뒤›
조글로홈 | 미디어 | 포럼 | CEO비즈 | 쉼터 | 문학 | 사이버박물관 | 광고문의
[조글로•潮歌网]조선족네트워크교류협회•조선족사이버박물관• 深圳潮歌网信息技术有限公司
网站:www.zoglo.net 电子邮件:zoglo718@sohu.com 公众号: zoglo_net
[粤ICP备2023080415号]
Copyright C 2005-2023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