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재판 앞둔 '아빠의 기른 情', 日사회 흔들다
"아내 외도로 낳았지만 내 아이… 함께 목욕하며 키운 사랑까지 法이 빼앗을 수 없어"
婚外子 모르고 키워 온 남성, DNA 감정 후에도 친권 호소
일본 내에서 논쟁 불붙어 "생물학적 親子만 인정해야" "혈연만 따지면 입양가족은…"
"아이 아버지가 명백히 다른 사람인 만큼 친자 관계는 무효다."(아내 측)
"1년 넘게 정으로 길러왔는데, 혈연만 갖고 아버지의 지위를 박탈하는 것은 가혹하다."(남편 측)
9일 일본 최고재판소 법정에서는 이혼한 부부간에 보기 드문 논쟁이 벌어졌다. 여성은 DNA 감정 결과를 근거로 "전 남편과 아이의 친자 관계는 무효"라고 주장했고, 남성은 "내 아이를 뺏길 수 없다"며 맞섰다. 일본 언론은 가족 관계에 대한 근본적 의문을 던지는 법정 다툼이라며 이 사건을 주목하고 있다.
일본 홋카이도(北海道)에 사는 한 여성은 2009년 남편이 아닌 다른 남성과 관계를 갖고 아이를 출산했다. 남편은 잠시 의심하기도 했지만 이내 출생신고를 하고 이 아이를 아내와 함께 양육해왔다. 결혼 10년 만에 얻은 아이여서 더 특별했다. 하지만 이듬해 이혼과 함께 아내가 DNA 감정 결과를 근거로 법률상 친자 관계 무효를 요구하는 소송을 내면서 긴 싸움이 시작됐다.
DNA 감정에선 '아이 아버지가 전 남편이 아닌 다른 남성일 가능성이 99.99%'라는 결과가 나왔다. 아내는 이를 근거로 1심과 2심에서 잇따라 승소했다. 하지만 남편은 포기하지 않고 상고했다. 아이에 대한 애정 때문이었다. 남편은 "DNA 감정이 사실이라 해도 자식으로 키워온 아이에 대한 사랑을 없던 일로 할 수는 없다"고 했다. 그는 "내 자식이라 부르고, 함께 목욕하고, 아빠라 불러달라고 했던 추억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며 "헤어지던 날, 당장 울 것 같은 얼굴로 손을 흔들던 아이를 잊을 수 없었다"고도 했다. 아이에 대한 사랑이 변함없는 만큼 친권도 포기할 수 없다는 뜻이다.
이 부부의 법정 다툼이 최고재판소까지 올라가면서 일본 내에선 'DNA 감정으로 부자(父子)간 혈연관계가 없는 것으로 증명되면 호적상 친자 관계를 취소할 수 있는가'에 대해 일대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어린아이에게 두 아버지를 두게 하는 건 가혹하며, 생물학적 친자를 부정하면 결국 진실에 반하는 친자 관계를 강제하는 것"이라는 의견이 있다. 반면 "DNA만 기준으로 한다면 혈연관계가 없는 입양 가족도 부정하는 셈"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최고재판소는 사건 당사자인 홋카이도 부부, 이들과 비슷한 이유로 소송 중인 또 다른 부부에 대해 다음 달 17일 최종 판결을 내린다. 일본 민법에는 '아내가 결혼 중 임신한 아이는 남편 아이로 추정한다'는 규정이 있지만, 1·2심 법원은 DNA 감정 결과를 '신뢰할 수 있는 최신 과학 기술'로 받아들여 법 적용의 예외로 판결했다. 하지만 최고재판소가 기본적으로 친자 관계의 안정을 중시해온 만큼 원심 판결을 뒤집고 남편이 승소할 수도 있을 것으로 일본 언론들은 전망하고 있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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