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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폭력의 비극’…
서울고법 춘천 제1형사부(부장판사 김재호)는 살인 등의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4년을 선고받은 전모씨(76·여)의 항소심에서 피고인의 항소를 기각하고 원심을 확정했다고 27일 밝혔다.
전씨가 살인범이 된 이유가 무엇이고 누구를 살해한 것일까?
전씨가 살해한 사람은 다름아닌 50여년간 부부생활을 함께한 남편 A씨(75)였다.
사건은 6개월 전인 지난 2015년 11월 4일 발생했다.
오후 4시를 넘긴 시각, 전씨는 평소와 같이 집안일을 하고 있었다. 아파트 복도가 낯익은 목소리와 함께 갑자기 시끄러웠다.
전씨는 남편이 왔다는 것을 직감했다.
아파트관리소 직원들에게 이끌려 들어온 남편은 만취상태였다.
남편은 집에 들어서자 마자 자신이 신고있던 신발과 거실에 있던 모기약 통을 들고 전씨를 폭행하려 했다.
위협을 느낀 전씨는 남편이 들고 있던 신발과 모기약 통을 빼앗아 바닥에 내던졌다.
전씨는 50여년간 남편 A씨(75)의 외도와 가정폭력에 시달려 왔다.
전씨는 우울증·공황장애·양극성 정동장애(기분이 너무 좋거나 우울한 것을 주증상으로 하는 정신장애)등을 앓으며 결국 병원 진료를 받아 왔다.
술에 취에 거실에 쓰러져 자고 있는 남편을 본 전씨는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전씨는 남편의 겨드랑이를 양손으로 잡고 작은 방으로 끌고 갔다.
전씨는 남편을 바라봤다. 50여년간 부부생활을 하며 남편이 자신을 폭행한 장면들이 머릿속을 스쳤다. 분노를 느낀 전씨는 남편의 얼굴을 강하게 쥐고 할퀴었다.
분노가 풀리지 않은 전씨는 안방에 있던 목도리를 가지고 온 후 남편의 목 뒤로 목도리를 감아 양쪽으로 힘껏 잡아당겨 남편을 경부압박 질식으로 숨지게 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쓰러져 있던 남편의 목을 졸라 인간이 존엄과 가치의 기초가 되는 생명을 빼앗아간 것은 그 결과가 중대해 실형의 선고가 불가피하다"고 판시했다.
다만 "피해자로부터 오랜 세월 지속된 주취 폭력과 가정생활 방치 등으로 우울증 등을 앓게 됐고 정신·육체적 피해가 누적된 상황에서 우발적으로 범행에 이르게 됐다. 이번 사건 발생에는 피해자의 귀책사유가 적지 않아 그 범행 동기에 참작할 만한 사정이 있고 피고인이 범행을 자백하며 반성하고 있는 점, 자녀들도 평소 피해자가 술에 취해 가정폭력을 행사하는 등 무책임한 가장이었다고 진술하며 피고인의 선처를 바라는 점 등을 고려해 형을 정했다"고 덧붙였다. (춘천=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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