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남자친구와의 섹스비디오가 페이스북에서 수백만회 이상 유포돼 자살한 이탈리아 여성 티지아나(31)의 장례식. 그토록 사람들의 기억에서 잊혀지고 싶어했지만, 그녀는 결국 장례식마저도 전국에 생중계되는 처지가 됐다. [사진 RAI NEW24 캡쳐]
이탈리아에서는 한 30대 여성의 자살이 여론의 집중적인 관심을 받고 있다. 전 남자친구와 지인 등 4명의 남성이 자신의 섹스 동영상을 유포하면서 결국 목숨을 끊은 티지아나(31)의 이야기다. 티지아나는 지난 13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남서부 나폴리 인근 무냐노 지역에서 자살했다.
BBC와 이탈리아 일포스트 등 외신에 따르면, 티지아나는 지난해 남자친구와 동거하면서 섹스 비디오를 찍었다. 하지만 이 동영상은 남자친구와 그의 지인 등 남성 4명에 의해 유포됐다. 그 중에 일부는 페이스북, 와츠앱 등에서 널리 회자되면서 100만명 이상의 네티즌이 시청하기도 했다.
‘너 동영상 찍어? 브라보!(stai facendo un video? Bravo!)’라는 말은 전세계 남성 네티즌들 사이에서 비꼬는 말로 회자되는 것은 물론이고 이 문구가 적힌 티셔츠, 머그컵, 자석까지 판매되기도 했다. 페이스북에는 이 문구와 각종 사진을 합성한 사진들이 수천장씩 돌아다녔다.
티지아나가 남자친구와의 성관계 중 한 발언인 "동영상 찍어? 브라보!"는 네티즌들 사이에서 조롱과 패러디의 대상이 돼 휴대전화 케이스 등이 출시되기도 했다. [사진 이베이 캡쳐]
티지아나는 직장을 잃은 것은 물론이고, 나폴리 인근에서 돌아다닐 수도 없어 이탈리아 북서부 토스카나 지역으로 이사도 가고 이름도 바꿨다. 그녀는 법원에 동영상 삭제 청구 소송을 냈다. 법원은 그녀의 손을 들어줬다. 하지만 법률적 비용으로 2만 유로(약 2500만원)를 내야 했다. 자신의 섹스 비디오가 유출돼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입은 티지아나는 다시 한 번 거대한 법률적 비용에 실망했고, 결국 지난 13일 자살했다.
이른바 ‘잊혀질 권리’의 논란을 불러일으킨 티지아나는 하지만 죽은 뒤에도 잊혀질 권리를 받지 못했다. 그녀의 장례식은 현지 텔레비전을 통해 중계됐다. 이탈리아의 마테로 렌치 총리는 ”정부에서 할 수 있는 일이 없다. 이는 문화적 충돌이고 동시에 사회ㆍ정치적 충돌이다. 최선을 다하지만, 여성에 대한 폭력은 근절되지 않는 현상“이라는 말을 남겼다. BBC는 ”기억 속에서 사라지고 싶어했던 여성은 (죽음 후) 이탈리아 전국에서 기억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현재 유튜브 등 대부분의 동영상 사이트에서는 티지아나의 섹스 비디오가 삭제된 상태다. 하지만 그녀를 비꼰 수많은 ‘브라보 패러디 사진’은 여전히 남아있다. 이탈리아 검찰은 명예훼손 혐의로 티지아나의 전 남자친구 등 남성 4명을 조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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