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은 때로 평범한 발상에서 비롯된다. 미국에서 파란을 일으키고 있는 남자용 원피스 역시 의류 회사를 함께 차린 친구 4명의 술자리 대화에서 시작됐다. "스타일 살면서도 실용적이고, 편안하고, 유쾌한 남자 옷은 왜 없을까?"
미 노스웨스턴대 경영대학원 졸업반인 이들은 '에이스트 디자인(ACED Design)'이라는 의류 회사를 운영하고 있다. 생각 끝에 떠올린 답은 '롬퍼(romper)'. 원래 롬퍼는 상·하의가 연결된 옷을 뜻하는 말로 여성복이나 유아용 '우주복'에 쓰이는 디자인이다. 경영학도인 이들은 디자이너와 협업해 반바지·셔츠가 연결된 롬퍼를 만들었다. 지난달 16일엔 투자 모금 웹사이트 '킥스타터'에 이 옷의 판매 계획을 올렸다.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당초 1만달러(약 1130만원) 투자 유치가 목표였으나 하루 만에 10만달러를 넘었다. 지금까지 3000여 명이 총 35만달러 넘게 투자했다. 롬퍼 착용 사진과 패러디 사진이 소셜 미디어를 달궜고, 리복에서 비슷한 콘셉트의 운동복 출시 계획을 밝히는 등 열풍이 다른 브랜드로 확산될 조짐도 보인다.
위아래가 붙은 남자 옷이란 조종사나 정비사의 유니폼 정도가 고작이었다. 스타일보다는 기능이나 편리성이 우선인 옷들이다. 에이스트 디자인의 롬퍼는 파스텔톤 옷감을 쓴다. 남자들이 이 옷을 입은 모습은 흔히 '남성적'이라고 여겨지는 이미지와는 한참 거리가 있다. 그런데도 열풍을 일으키는 데 대해 남성 패션지 GQ는 "편리하고 편안한 옷에 대한 남자들의 열망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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