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샘 사내 성폭행’ 사건이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는 가운데 지난 2일 온라인커뮤니티에 “성추행으로 직장 잘린 인간이 제 신랑입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게시자의 남편이 한샘 사건과 관련된 인물인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글을 남긴 A씨는결혼 2년 차 33살 동갑 부부이며 아이는 아직 없다고 밝혔다. 그는 “신랑이 직장 내 성추행으로 회사를 잘렸다. 수치스럽고, 창피하다. 이런 일로 글을 남길 거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며 말문을 열었다.
A씨는 남편에 대해 “큰 회사는 아니지만 그래도 나름 복지 좋고 탄탄한 회사에서 5년동안 일했다. 회사가 바쁠때는 거의 풀야근이었다”고 전했다. 그는 “그런데 두 달 전부터 나보다 일찍 집에 와있거나 늦게 출근하는 일이 잦아졌다”며 “남편이 요즘 회사에 일이 없다고 그랬다. 잘렸을 거라는 상상 조차 못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던 중 A씨는 친구로부터 연락을 받았다고 했다. 시내를 지나가는데 PC방과 당구장이 있는 어느 상가에서 자신의 남편과 마주쳤다며 “남편이 자신을 봤다고 아내에게 말하지 말라고 부탁을 했다는 말은 전했다”고 밝혔다. A씨는 “신랑에게 물어보려다가 며칠 뒤에 연차 내고 신랑 뒤를 쫓았다”면서 “차마 회사에는 직접 전화하지 못했다. 분명 무슨 일이 생겼을 거라는 직감에 두려웠다”고 했다.
결국 남편은 A씨에게 회사를 그만두었다고 고백했다. 그는 “‘가정이 있는 사람이 어떻게 그럴 수 있나. 세상 참 쉽게 산다는 생각에 충격을 받아 며칠간 말을 안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문득 돈이 어디서 났는지 궁금해서 물어봤더니 퇴직금이었다. 한편으로는 남편이 나한테 말도 못하고 마음 졸였을 생각하니 불쌍하기도 했다”고 말
얼마후 A씨는 친정엄마와 영화를 보고 나오다가 신랑과 친했던 회사 직원과 마주쳤다. A씨는 결혼식과 집들이에도 왔던 그 직원을 보고 반갑게 인사했다. “신랑 그렇게 관뒀어도 집에 술 한잔하러
놀러 와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 직원은 놀란 표정으로 무엇을 숨기는 것 마냥 곤란한 상황에 처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고 했다.
찜찜함이 가시지 않은 A씨는 신랑 전 직장에 전화했다. 그는 “‘신랑이 회사를 잘린 것인지 그만둔 건지 알려달라’고 했더니 그 당황함이 전화기 너머로 다 느껴졌다”고 했다. 이날 A씨는 조기 퇴근을 하고 남편의 회사를 찾아갔다.
회사에 도착한 A씨는 영화관에서 마주쳤던 그 직원을 찾고 있었다. 이때 어떤 여직원 한명이 다가와 굉장히 화난 듯한 표정과 불친절한 말투로 A씨를 따라오라고 했다. 이어 A씨에게 A4용지를 쥐여주며 “읽어보고 묻고 싶은 게 있거든 전화하라”며 명함을 줬다.
A씨는 화장실 변기에 앉아서 건네받은 자료를 읽어 내려갔다. 그는 “A4 용지에는 신랑이 여직원들에게 했던 언행과 행동들이 적혀있었다. 정말 소름 끼치는 성추행들과 성적인 발언들을 일삼았고 그로 인해 고소한다는 내용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피가 다 빠지는 느낌이었다. 눈물도 안 나왔다. (성추행당한 여자분에게) 전화를 걸어 잠시 만나자고 했지만 거절당했다. 그리고 여직원에게 ‘남편이 몇 날 며칠을 무릎 꿇고 회사 나갈 테니 '고소는 하지 말아 달라'고 빌어서 고소는 안했다"는 말을 듣게 됐다고 덧붙였다.
이후 A씨의 남편은 3일 동안 집에 들어오지 않았다. 그는 “내 인생이 끝난 것 같았다. 왜 이런 인간 때문에 어디 말하지도 못할 쪽팔림을 경험해야 하는 건지 제정신이 아니었다. 주변 사람들한테 어떻게 얼굴을 들고 다닐 수 없다”는 생각에 걱정이 앞섰다고 말했다.
A씨는“‘실종신고 하겠다. 여직원이 준 프린트를 시댁에 보내겠다’고 하니 남편이 집으로 들어왔다”며 집으로 들어온 남편은 A씨 앞에 무릎을 꿇고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그런 남편을 향해 A씨는 “너같이 더러운 게 어디 나닮은 딸을 낳고 싶다고 했느냐”며 분노를 쏟아냈다.
시댁의 반응은 A씨를 더욱 당황스럽게 했다. “성폭행한 것도 아닌데 한번 눈감고 살아라”는 시어머니 말에“시누이가 성추행당하거든 성폭행당한 것도 아닌데 참고 살라고 해라”고 말했다가 뺨을 맞았다고 했다.
A씨는 남편에게 이혼을 요구했다. 하지만 남편은 “집값의 반을 주면 이혼하겠다고 한다”면서 “회사 연차 내고 친정엄마랑 제주도에서 며칠 쉬다 왔다. 끝이 아니라 이제 시작이다. 진짜 끝을 내기 위해서”라며 글을 맺었다. 현재 게시물은 53만건 이상의 조회 수를 기록하고 있으며 500여개의 댓글이 달렸다.
사건은 지난달 26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 게시판에 피해자의 폭로가 올라오며 세상에 알려졌다. 피해자는 입사 직후 동기 남성으로부터 화장실 '몰카'를 당하고, 해당 사건을 처리하는 과정을 도와준 사내의 교육담당자 직원으로부터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성폭행 사건 역시 경찰에 신고했으나, 이 과정에 개입한 회사의 인사 담당자로부터 또다시 성추행을 당했다고 주장해 충격을 줬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원본 글은 삭제됐지만, 폭로는 즉시 공분을 일으키며 퍼졌다. 최양하 한샘 회장은 최근 직원들에 전한 이메일을 통해 "최근 일들로 많은 분이 참담한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을 것을 생각하니 회사 대표로서 책임을 통감하지 않을 수 없다"며 "임직원 여러분께 사과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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