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자료
한국 충북 영동의 한 의용소방대가 물을 싣지 않은 소방차를 끌고 화재 현장에 출동하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졌다. 의용소방대는 정식 소방관이 아닌 일종의 자원봉사자다.
지난 25일 오전 8시 23분쯤 영동군 추풍령면의 한 정미소에서 불이 났다는 신고가 충북도 소방본부 상황실에 접수됐다.
5분 뒤 화재 현장과 300m 남짓한 거리에 있는 영동소방서 관할 의용소방대가 소방차를 끌고 현장에 도착했다.
그러나 현장에 출동한 소방차의 탱크에는 물이 채워지지 않은 상태였다. 소방호스를 뽑아 들었지만 방화수가 나오지 않는 바람에 불길 앞에서 아무런 대응도 하지 못했다.
이들이 허둥대는 사이 불은 더욱 거세졌고, 8분 뒤인 8시 35분 인접한 황간 119안전센터의 소방차가 도착했을 때는 이미 건물과 기계설비 등이 불기둥에 휩싸인 상태였다.
불은 신고된 지 47분 만에 진화됐지만, 정미소 건물과 도정기계, 벼 2t 등이 모두 탄 뒤였다. 소방당국은 피해 규모를 5000만원으로 추산했다.
현장을 목격한 주민은 “눈으로 보고도 믿기지 않는 황당한 일이 벌어졌다”며 소방당국을 비난하기도 했다.
물 없는 소방차를 끌고 출동한 사람들은 정식 소방관이 아닌 소방관서가 없는 시골에 조직된 의용소방대원이었다. 이들은 화재 현장에 출동할 때 약간의 수당을 받지만, 평소 생업에 종사하는 일종의 자원봉사자다.
특히 이번에 문제가 된 곳은 소방대원이 배치되지 않은 상태에서 주민끼리 운영하는 ‘전담 의용소방대’였다. 소방장비 관리 규칙상 의용소방대장 책임 아래 장비 상태와 출동 태세 등을 매일 점검하게 되어 있으나 물 관리조차 제대로 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영동 소방서 관계자는 “철저하게 조사한 뒤 재발 방지대책을 마련하겠다”며 “다만 자원봉사자 성격의 민간인 신분이어서 문책 등은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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