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심연주 기자 = "네가 야한 옷을 입고 남성을 도발했기 때문에 성폭행을 당한거야"
전 남자친구에게 잔인하게 살해당한 19세 소녀 타티아나(Tatiana)를 애도하는 글에 그녀를 비난하는 댓글이 달리기 시작했다.
러시아에 살던 타티아나는 성관계를 거부했다는 이유만으로 전 남자친구 이스카코브(Iskhakov)에게 살해당했다.
이스카코브는 죽어가는 타티아나를 성폭행했고, 그녀는 공포 속에서 두려움에 떨며 처참히 죽음을 맞이할 수밖에 없었다.
타티아나는 자신을 향한 폭력에 저항할 새도 없이 죽은 범죄 피해자였다. 하지만 비난의 화살은 가해자가 아닌 피해자를 겨냥했다.
이번 사건은 노출이 심한 옷이 성범죄의 원인이 된다는 인식이 여전히 우리 사회에 남아있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었다.
그리고 이를 목격한 여성들은 성폭행 피해자를 향한 또 다른 폭력을 멈추기 위해 직접 그들의 목소리를 냈다.
지난 25일(현지 시간) 영국 일간 데일리메일은 수백 명의 러시아 여성들이 SNS에 누드사진을 올리기 시작하게 된 배경에 대해 전했다.
공개된 사진 속 여성들은 옷을 벗고 자신의 몸을 있는 그대로 당당하게 드러내고 있다.
엉덩이, 가슴, 전신, 다리 등 모두 다른 모습을 공개했지만, 이들이 전하고 있는 메시지는 똑같았다.
바로 성폭행 피해자를 향한 고정관념과 편견에서 비롯된 모든 폭력을 멈추라는 것이었다.
한 여성은 "내가 옷을 벗고 있다고 해서 성폭행 피해자가 되어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라며 "어떤 말로도 폭력을 정당화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여성은 "피해자를 향한 사람들의 인식에 큰 충격을 받았다"며 "그 누구에게도 타인을 해칠 권리는 없다"고 분노했다.
이러한 여성들의 목소리는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현재 수백 명이 누드사진 게재에 참여해 성폭행 피해자를 향한 날 선 시선과 싸우고 있다.
한편 지난 2016년 여성가족부가 실시한 '전국 성폭력 실태조사'에서도 이러한 인식이 우리 사회에 만연하다는 것이 드러난 바 있다.
이때 전체 응답자의 49.3%가 '성폭력은 노출이 심한 옷차림 때문에 일어난다'는 주장에 동의한다고 응답했다.
또 '여성들이 조심하면 성폭력을 줄일 수 있다'는 주장에 동의한다는 대답도 48.7%에 달했다.
이러한 인식에 따라 성범죄를 피해자 탓으로 돌리는 사회의 시선이 자살 등의 2차 피해를 만드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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