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이례적 중형 확정
8000억 희사한 이종환 회장에게 50대 "평생 횡령" 등 허위주장
대법원 3부(주심 김창석 대법관)는 이종환(95·사진) 삼영화학 명예회장을 비난하는 글을 인터넷 블로그에 올린 혐의로 기소된 이모(56)씨에게 징역 5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15일 밝혔다.
중국의 한 대학 강사인 이씨는 지난해 10월 알고 지내던 중국인에게 부탁해 차명(借名)으로 인터넷 블로그를 개설했다. 그는 이 블로그에 '가짜 기부 천사 이종환 회장을 고발합니다'는 제목의 글을 올려 '이 명예회장이 매일 일본 군가를 수십 곡씩 부른다' '일생을 공금 횡령으로 살았다'는 등의 주장을 했다. 사실이 아니었다. 이 회장은 사재(私財) 3000억원을 들여 교육재단을 세우는 등 평생 교육 사업에 8000억원을 기부한 인물이다. 2015년엔 600억원을 들여 서울대에 도서관도 세웠다.
이 회장 고소로 재판에 넘겨진 이씨는 1심에서 국민참여재판을 신청했다. 배심원 7명 전원은 유죄로 판단했고, 이 가운데 5명이 '징역 5~7년'을 선고하자고 했다. 이 같은 평결 결과에 따라 1심 재판부는 검찰의 구형량인 징역 3년보다 높은 징역 5년을 선고했다. 사이버 명예훼손 혐의를 받는 사람에게 보기 드문 중형(重刑)을 선고한 것이다. 이씨가 2012년 같은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고 복역한 일도 영향을 미쳤다. 같은 범죄를 반복해 저지르면 가중 처벌을 받는다. 이씨는 "형이 너무 무겁다"며 상소했지만 2심 재판부와 대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 판결은 사이버 명예훼손 범죄에 대한 처벌 수위를 높여가는 법원의 최근 추세와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서울중앙지법은 지난 8월 소셜미디어 '인스타그램'에서 일반인 신상을 폭로하는 계정 '강남패치'를 운영하며 확인되지 않은 소문을 유포한 혐의로 기소된 정모씨에게 징역 10개월을 선고했다. 2015년 3월 세월호 희생자들에 대해 음담패설을 지어내 인터넷 커뮤니티 '일간베스트'에 올린 정모씨는 대법원에서 징역 1년이 확정됐다. 과거 같으면 집행유예가 선고됐을 가능성이 컸던 사건들이다.
이런 추세는 통계로도 확인된다. 대법원에 따르면 2013년 사이버 명예훼손을 주로 처벌하는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징역형을 선고받은 사람은 전체의 13.2%(253명)에 불과했다. 그러나 2014년에는 전체 1650명 중 24.1%에 달하는 399명이 징역형을 선고받았고, 2015년과 지난해에도 각각 20.8%(301명), 22%(308명)가 징역형을 피하지 못했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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