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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로 감사 전하다 실수… 결례 논란
‘delicious’ 사람에겐 외설적 의미
‘유쾌한-매혹적인’ 뜻으로도 쓰이는 불어 ‘d´elicieux’와 혼동했을수도
호주 언론 “마크롱은 바람둥이 스컹크” 3일 호주 일간 데일리 텔레그래프는 맬컴 턴불 호주 총리(오른쪽)와 악수하는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얼굴에 만화 캐릭터인 스컹크 ‘페페 르 퓨’를 합성한 사진을 1면에 싣고 ‘페페 르 퓨 대통령’이라는 헤드라인을 달았다. 페페 르 퓨는 끊임없이 여성의 사랑을 갈구하는 프랑스 바람둥이를 묘사한 캐릭터다. 시드니=AP 뉴시스
“당신과 당신의 맛있는(deli-cious) 부인의 환대에 감사드립니다.”
2일 호주 시드니에서 맬컴 턴불 호주 총리와 공동 기자회견을 마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사진)이 총리를 향해 몸을 돌린 뒤 영어로 감사의 뜻을 전했다. 대충 알아들은 호주 총리는 반갑게 마크롱 대통령과 악수를 하고 등을 두드렸지만 시간이 지나자 언론과 SNS에서 난리가 났다. 턴불 총리의 부인 루시 여사를 맛있다고 표현한 것은 큰 외교적 결례라는 지적들이 쏟아졌다. ‘delicious’는 음식에 쓰일 때는 맛있다는 뜻이지만 사람에게 쓰일 때는 외설적인 저속한 표현이 되기 때문이다.
AP통신은 “프랑스 미식과 관련된 농담인가? 아니면 트럼프의 1년 전 농담을 패러디한 것인가”라고 전했다. 지난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마크롱 대통령의 부인인 브리지트 여사와 인사할 때 “몸매 좋다(in such great shape)”고 말해 결례 논란이 일었다. 한 호주언론은 “맛있는 점심식사를 생각한 모양”이라고 마크롱 대통령을 옹호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3일 프랑스로 떠나기 전 기자들에게 호주 현지 언론인 시드니 데일리 텔레그래프가 마크롱 대통령을 호색한 만화 스컹크 캐릭터인 ‘페페 르 퓨’에 합성해 1면에 보도한 것을 언급하며 “정말 많이 웃었다. 실제로 그 캐릭터가 프랑스어 악센트가 강하다”고 웃어넘겼다. 턴불 총리 역시 “아내가 마크롱 대통령의 칭찬이 기억에 남을 만큼 매력 있었다고 전해 달라고 했다”며 문제 삼지 않았다.
영어와 프랑스어는 생김새와 소리가 비슷하지만 의미가 다른 경우도 종종 있다. 프랑스 말로 ‘맛있다’를 뜻하는 ‘d´elicieux’는 사람에게 쓰일 때 ‘사랑스러운’ ‘유쾌한’ ‘매혹적인’이라는 칭찬의 의미로도 쓰인다.
마크롱 대통령은 프랑스 대통령 중 영어를 가장 잘하는 편에 속한다. 지난주 미국 국빈 방문 때 영어로 기자들의 질문에 바로 답하고 미 의회에서 영어로 긴 연설을 소화해냈다. 가끔 영어 단어가 생각이 안 나 머뭇거릴 때가 있지만 제법 유창한 영어 실력을 갖춘 것으로 평가받는다.
정상 간에 이런 통역 실수는 종종 벌어진다. 니콜라 사르코지 전 프랑스 대통령은 재임 시절 힐러리 클린턴 전 미 국무장관에게 “시간이 유감이다(I‘m sorry for the time)”라고 말했다. 이는 사르코지 전 대통령이 프랑스어로 시간을 뜻하는 ‘temp’을 떠올렸기 때문이다. 미국에서는 ‘time’이 시간만을 뜻하지만 프랑스어 ‘temp’은 날씨라는 뜻도 함께 갖고 있다. ‘날씨가 유감이다’라는 표현을 잘못 쓴 것이다.
그와 반대로 프랑스어에 자신 있어 한 토니 블레어 전 영국 총리는 재임 시절 리오넬 조스팽 프랑스 총리에게 “당신이 부럽다”는 뜻으로 프랑스어로 “J’ai envie de vous”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는 사실 “나는 너를 원한다”는 뜻이었다. “Je vous envie”라고 말했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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