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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에 대한 미움과 분노를 힘없고 연약하며 아무런 죄가 없는 피해자에게 돌리고 말았다"
지난 19일 7개월 영아를 굶겨 죽이고 사체를 유기한 어린 부모 A(21)씨와 B(18)씨에게 각각 20년과 15년형(단기 7년)을 선고한 송현경 부장판사(44·연수원 29기)가 판결문에 적은 문장이다.
울분 담은듯한 양형이유
두 아이를 키우는 워킹맘인 송 부장판사는 이 부부에게 중형을 선고하며 울분을 담은듯 양형이유를 써내려갔다.
피고인 부부는 "살인의 고의가 없었고 피해자의 사체를 유기하지도 않았다"고 주장했지만 송 부장판사는 모두 받아들이지 않았다.
송 부장판사는 아이의 아빠였던 A씨에 대해선 "자신의 행위로 피해자가 사망한 것에 대해 죄책감 또는 진지한 반성이 있는지 도저히 알 수도 없다"고 지적했다.
영아 사체 옮기고 야동 접속
송 부장판사의 양형이유에는 언론 보도엔 드러나지 않았던 A씨의 행동들이 비교적 상세히 기재돼있다. 그중엔 A씨가 영아의 사체를 종이 상자에 옮겨 담은 직후의 행동도 적혀있다.
송 부장판사는 수사기록을 토대로 "A씨가 사체를 옮겨 담은 직후인 음란동영상(야동)과 만화(웹툰)를 시청할 수 있는 브라우저에 접속하였던 것으로 보인다"며 A씨가 수사 과정에서 했던 거짓말들도 함께 열거했다.
A씨는 수사 과정에서 객관적 증거가 제시되기 전까지 "기억나지 않는다""모른다"는 답변으로 일관했다고 한다. 송 부장판사는 A씨에게 어떠한 반성의 이유도 찾기 어렵다는 듯 A씨의 양형에 대한 유리한 참작사유를 판결문에 기재하지 않았다.
송 부장판사는 또 피고인들이 "영아의 조부모가 마련한 장례식에도 술을 먹고 늦잠을 자느라 참석하지 않았다"고 질타했다.
따뜻한 보살핌 못받았다 해도
송 부장판사는 사건 기록에서 피고인 부부가 그 부모들로부터 "따뜻한 보살핌을 온전히 다 받지 못한 환경에서 자란 것은 아닌지 의심할만한 사정도 나타난다"고 했지만 "피고인들이 아이를 낳고 기르는 것은 피고인들의 결정에 따른 것"이라고 밝혔다.
송 부장판사는 "피고인들 사이의 갈등이 커지고 서로에게 크게 실망하며 서로에 대한 분노를 힘없고 연약하며 아무런 죄가 없는 피해자에게 돌려 중형 선고가 불가피하다"고 판시했다.
판결문에는 피고인들이 "사람이 물과 음식 없이는 3일을 버틸 수 없음을 안다"고 수사기관에 진술한 내용도 담겨있었다.
송 부장판사는 "피해자에게 3일 넘게 물 한 모금 먹이지 않은 행위는 직접 피해자를 죽이는 법익 침해와 동등한 형벌의 가치가 있다"며 피고인들에게 살인죄를 적용한 이유를 밝혔다.
애완견에 물렸던 영아
판결문에는 피해자인 7개월 된 영아가 5일간 애완견 두 마리가 있는 집에 홀로 방치돼 고도의 탈수 및 기아로 사망했다는 내용도 담겨있다. 그 과정에서 영아는 애완견에 의해 얼굴과 머리, 팔 다리 등이 심하게 긁히는 상처를 입었지만 피고인들은 이 사실을 알고도 방치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영아가 머물렀던 방은 애완견의 배설물과 각종 쓰레기로 일반 성인도 잠을 잘 수 없을만큼 지저분했었다.
송 부장판사는 이 모든 정황을 피고인들에 대한 가중요소(잔혹한 범행수법)로 고려했다. 단 아직 10대인 B씨의 경우 미성년자임을 감안해 소년범 형량을 기준으로 장기 15년에 단기 7년을 선고했다. B씨는 7년을 복역한 뒤 교화 여부에 따라 출소가 가능하다.
전형적 워킹맘 판사
송 부장판사의 한 동료 판사는 송 부장판사를 "전형적인 워킹맘 판사"라고 말했다. 송 부장판사는 올해 초 인천지방법원으로 발령이 난 뒤에도 모두가 꺼려하는 형사합의부 재판장도 자원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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