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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부동산 재벌 살인 사건'으로 알려진 미국 억만장자 부동산 부호 로버트 더스트가 20여년 간 미제사건으로 남겨진 살인 사건의 시신 위치를 적시한 익명의 메모를 본인이 작성했다고 자백했다. 다만 살인 혐의에 대해서는 여전히 부인하고 있다.
1일(현지시간) CNN 등에 따르면 더스트의 변호인 딕 데게린은 지난주 로스앤젤레스 고등법원에서 더스트가 지난 2000년 살해된 수전 버먼의 시신 장소를 경찰에게 알리는 익명의 메모를 작성한 것이 맞다고 인정했다.
다만 "이것으로(총기를 소지했다고 해서) 더스트가 버먼을 죽이지 않았다는 사실과, 그가 (버먼을) 누가 죽였는지 모른다는 사실은 바뀌지 않는다"며 살인 혐의는 일관되게 부인했다.
더스트는 지난 2000년 12월23일 절친이자 잡지사 기자인 버먼을 그녀의 베벌리힐스 자택에서 살해한 혐의로 기소됐다. 버먼은 더스트의 첫 번째 부인 캐슬린 매코맥 더스트 실종 사건과 관련한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하기 하루 전 참변을 당했다. 뒤통수에 총을 쏜 처형 방식이었다.
미제 사건으로 남을 뻔 했던 버먼 살인 사건은 더스트의 황당한 실수로 실마리가 잡혔다.
그는 2013년 방송 인터뷰 직후 마이크가 꺼진 줄 알고 혼잣말로 살인을 자백하는 발언을 하면서 덜미가 잡혔다. 이 인터뷰는 더스트 일생에 대한 다큐멘터리 '징크스-로버트 더스트의 삶과 죽음'을 제작하던 방송사가 버먼 살해 용의자와 더스트의 필체가 같다는 것을 밝혀낸 뒤 이를 해명하겠다며 마련한 자리였다.
더스트는 당시 "도대체 내가 무슨 짓을 한 거지? 그들을 다 죽였어. 그렇고 말고.(What the hell did I do? Killed them all, of course.)"라고 혼잣말했고, 미 연방수사국(FBI)에 즉각 체포돼 재판에 넘겨졌다.
더스트는 1982년 1월 실종된 첫 번째 부인 캐슬린 더스트를 살해한 혐의도 받았으나 자신과는 관련이 없다고 주장해 왔다. 그녀는 2018년 법적으로 사망 선고를 받았고 시신은 끝내 발견되지 않았다. 이 사건에서 기소된 사람은 한 명도 없으며 사건은 미제로 남았다.
더스트는 2001년 텍사스주 갤버스턴에서 이웃주민 모리스 블랙을 살해한 뒤 시신을 훼손하고 유기한 혐의도 받았다. 하지만 2003년 재판에서 정당방위가 인정돼 무죄 판결을 받았다. 그 다음해 증거조작과 2건의 도주가 인정됐으나 형량 거래로 5년을 선고받았고, 이듬해 가석방으로 풀려났다.
버먼을 살해한 혐의에 대한 재판은 내달 10일에 시작된다. 유죄가 인정되면 더스트는 가석방 없이 종신형을 받게 될 것이라고 당국은 전망했다.
더스트는 미 부동산 재벌 고(故) 세이모어 더스트의 장남이다. 더스트가(家)는 타임스스퀘어에 있는 빌딩 등 뉴욕 유명 빌딩을 다수 보유하고 있다. 9.11 때 무너져 다시 세운 월드트레이드센터도 더스트가의 소유다.
한편 더스트의 범죄 혐의는 영화 '올 굿 에브리씽'(원작 : All Good things)의 모티브가 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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