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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그 이야기30 ] 노을 속의 화신
조글로미디어(ZOGLO) 2026년5월26일 15시38분    조회:1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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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정숙 

 어느덧 나도 칠십대 중반의 로년에 이르렀다. 비록 나이 탓에 많은 기억들은 희미해가지만 지금으로부터 47년 전 노을이 진붉게 물들었던 저녁무렵에 파출소 민경이 여덟시간만에 잃어 버렸던 나의 아들을 안고 우리 집 대문안으로 들어서던 기억만은 또렷하다. 그리고 그날의 주인공, 평생 잊지못할 어느 한 어르신의 감동적인 이야기를 이 글을 통해 세상에 알리고 싶다. 

그것은 1979년 4월의 어느 날, 내가 둘째 딸애를 낳고 퇴원했다는 소식을 접한 친정 어머니께서 우리 집을 찾아 오신 날이였다. 

시어머님과 친정 어머님이 많은 이야기를 나누신 후 친정 어머님이 돌아가시게 되여 시어머님께서 마을 앞 동구밖까지 배웅해 주시고 집에 들어서시였다. 

"어머님, 큰 아이는요?"

"아니? 어미곁에 있었잖아?"

" 애가 어머님 따라 나섰잖아요?"

"어이구, 이걸 어떡하지? "

 나는 눈앞이 아찔해 실성한 사람처럼 "쾅"하고 집문을 박차고 허겁지겁 집 근처에 있는 연길시 공원파출소로 달려갔다.

" 소장님 금방 세 살짜리 남자애를 잃어 버렸습니다. "

" 애가 무슨 색상 옷을 입었습니까?"

" 연두색 두루마기를 입었습니다."

"네, 알겠습니다"

"소장님 제발 아이를 찾아주세요"

나는 발을 동동 구르며 애걸복걸했다. 

 소장님께서는 즉시 전화로 각 파출소에 련락한 후 민경들에게 모든 정력을 다하여 마을 골목길과 공원, 그리고 시장에서 자세히 찾아보라고 지시하셨다. 

 나는 그제서야 다소나마 기대감이 생겼다. 

 이때 불시에 젖가슴이 찡찡 저려났다.  틀림없이 갓난 애기가 배고파 젖 달라는 신호였다. 내가 발바닥에 불이 날 정도로 집에 달려와 보니 아니나 다를까 입술이 초들초들 말라 울고있는 딸애가 가엾기 그지없었다. 

갓난 아기도 불쌍했지만 잃어버린 큰 아이가 더 가슴아파 끝내 리성을 잃고 시부모님 앞에서 황소울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그 순간만큼 무고한 시어머니와 친정 어머니를 저주해 보기는 처음이다. 어쩌면 두 분이 손주가 뒤따르는 줄도 모르고 이야기만 했을까? 어이없어 아이의 사진을 쥐고 또다시 파출소로 달려갔다.  

" 소장님 제 아이의 사진입니다. 제발 꼭 찾아주세요."

"네, 최선을 다해 찾고있습니다. "

 내가 사진을 파출소에 맡기고 다시 집으로 뛰여오자 남편은 땅이 꺼지게 한숨만 쉬며 방안에서 서성거린다.  

" 여보, 아이를 못 찾았어요 ? "

" 내가 뻐스역이며 기차역, 공원 강변까지  다 샅샅히 훑어도 못 찾았소"

"뭐라구요? 애를 못 찾았는데 어떻게 돌아와요 ?"

'시어미 역정에 개 배때기 찬다'고 남편을 보고 " 해 지기전에 빨리 나가서 다시 찾아봐요"하고 호통쳤다.  

 상상만해도 무시무시한 예감이 엄습했다. 혹시 애가 유괴범한테 랍치되지나 않았을가? 지옥이 따로 없었다.더는 아기를 안고 있을 수가 없었다.

 시어머님한테 아기를 안겨 드리고 남편을 따라 나서려고 서둘렀다. 

 그런데 바로 그때였다. 별안간 대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나면서 " 주인님 계십니까 ? "하는 젊은 남성의 웅글진 목소리가 들렸다. 내가 맨발로 달려 나가 대문을 열어젖히자 경찰모자를 쓴 젊은 민경이 아들애를 안고 서있지 않겠는가?! 나는 와락 애를 부둥켜안고 엉엉 울기 시작하였다. 잃었던 애를 되찾은 감격의 눈물이였다.

다시는 영영 볼 수 없을거라 생각했던 내 아이를 끝내 찾았으니 격동된 심정을 그 어디에 비기랴?!  

생각만해도 아찔했던 그 8시간, 80년보다 더 지루했던 그날, 우리 가족은 지옥과 천당의 문턱을 넘나 들었다 . 

우리 부부는 민경에게 자초지종을 물었다. 

" 한 백발로인이 공원다리위에서 엄마를 부르며 애처롭게 우는 아이를 발견하고 등에 업고 아이가 가르키는대로 여기저기 애타게 찾으며 반나절 헤매도 끝내 찾지 못하자 오후 네시쯤 저희 소영파출소까지 오시게 되였답니다."

"그럼 그분은 지금 어디에 계시죠 ? "

" 글쎄 그분께 여러 번 물어봐도 끝내 이름조차 남기지 않으시고 가셨답니다."

아! 이 세상에 이렇듯 고마운 어르신도 계신단 말인가?! 

나는 한시급히 은인이신 그 분을 만나 뵙고 싶어서 그 어르신을 꼭 찾아 달라고 연신 부탁드렸다.

"알겠습니다" 민경께서 시원하게 대답하고는 아이의 이마에 뽀뽀를 해주며 " 요 꼬맹이야, 이제부터 엄마곁에 딱 붙어 있어야 한다. 알겠지 ? "하고 다독여 주었다.

겨우 말을 번지기 시작한 아들애는 고개를 끄떡이면서 민경의 모자에 꽂힌 오각별이 신기한 듯 매만지기만 했다 . 

 지금은 그 아들이 훌쩍 커서 어느새 자식을 둔 아빠가 되였다.

내가 굳이 이 글을 쓰게 된 리유는 오직 하나, 이름도 주소도 남기지 않으시고 홀연히 자리를 뜨신 숨은 천사와 같은 어르신, 그 은혜를 영원히 잊어서는 안된다는 부탁과 어르신의 미덕을 높히 찬양하고 싶어서이다. 또한 그날 아이를 찾는데 총력을 다 해주신 인민경찰들의 아낌없는 수고에 다시 한번 깊은 감사를 드리기 위함이다. 

이처럼 고상한 분들이 계셔서 세상은 더없이 따뜻하다. 

정정숙 프로필 

1952년생, 연변작가협회회원 


编辑:안상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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