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요즘 섭씨 20도 초여름
일본 스키장 눈 녹아 난리
동유럽 이례적 령상 기온
전문가 “슈퍼 엘니뇨때문”
지난 13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맨해튼 센트럴파크에서 열린 “프로즌 본사이(Frozen Bonsai) 하프 마라톤” 참가자들은 대부분 탱크톱에 반바지차림이였다. 겨울 눈 덮인 공원길을 달린다는 대회취지가 무색했다. 대형보온용기 10개에 담겨 있던 핫쵸코는 채 한통도 비우지 못했다.
자원봉사를 나온 고교생 에인절 챙(16)양은 “작년엔 눈쌓인 나무밑에서 손을 호호 불며 핫쵸코를 나눠드렸는데 올해는 전혀 다른 대회 같다”고 했다.
이날 뉴욕지역의 최고기온은 섭씨 20도로 지금까지 관측된 12월 최고기온인 1923년 12월 13일의 16.7도를 큰 격차로 경신했다. 14일도 18.4도까지 올라 일주일째 최고 기온이 15도를 넘나들었다.
락엽을 떨구고 겨울나이를 준비하던 센트럴파크의 나무에서 움이 트는 모습도 목격되고, 뉴욕 브루클린의 라커웨이비치에는 “겨울 서핑”까지 등장했다. 서핑 스쿨을 운영하는 마이클 레인하트씨는 13일 “20여명이 여름 서핑과 똑같은 장비를 갖고 바다로 나갔다”고 현지언론에 전했다.
뉴욕뿐아니라 시카고, 보스턴, 필라델피아 등 미국에서 인구밀도가 높은 동북부지역이 모두 이상 고온 현상을 보여 미국인구의 75%가 15도가 넘는 겨울날씨를 체험하고있다고 CNN이 보도했다.
낮기온이 22도까지 올라간 수도 워싱턴 D.C·에는 때 이른 벚꽃이 피였다. 워싱턴D.C·의 명물인 벚꽃은 보통 매년 4월에 핀다.
겨울산업의 지형도도 바뀌고있다. 지난해 대박을 터뜨렸던 두꺼운 구스다운 등은 된서리를 맞았다. 류통업체들은 재킷, 스웨터 등 겨울옷에 대해 대대적인 년말 세일을 준비하고있다. 미국 류통업계에서는 기온이 섭씨 0.34도 오를 때마다 겨울 의류 매출이 3~5% 정도 줄어드는것으로 추산하고있는데 올해는 지난해보다 매출이 최대 60%까지 감소할것으로 우려하고있다.
미국뿐아니라 일본, 유럽도 기상이변에 시달리고있다. 지난 11일 일본 미에현 이세시 일부 지역에서 정오 기온이 25도까지 올랐고 고치현에서는 12월 관측 사상 최고인 시간당 80밀리메터 폭우가 쏟아지기도 했다. 일본 미야기현 지역의 스키장은 10일 전후로 일제히 개장할 예정이였으나 포근한 날씨때문에 오는 19일 이후로 미뤘다. 일본 나가노현의 스가다이로코겐 스키장은 지난 11일 예정대로 개장했지만 례년 평균 20센치메터씩 쌓이던 눈이 3센치메터밖에 쌓이지 않아 인공눈을 뿌리면서 운영중이다. 유럽의 춥고 눈 많은 리투아니아도 령상 기온이 유지되면서 꽁꽁 얼어붙어야 할 호수에서 오리떼가 놀고있다.
기상전문가들은 세계적 고온 현상의 원인으로 엘니뇨를 지목한다. 엘니뇨는 적도부근 무역풍이 약해지면서 해수면 온도가 상승해 이상 기후를 유발하는 현상으로 올해는 특히 심각한 “슈퍼 엘니뇨”가 발생해 여름 폭염과 겨울 이상 고온을 유발하고있다는것이다. 전문가들은 2015년의 지구 평균 기온이 력대 가장 높은 해로 기록될것으로 전망하고있다.
외신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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