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로켓 발사’ 복잡해 지는 한반도 정세
북, 중국의 만류에도 아랑곳않고 발사
한·미는 기다렸다는듯 ‘사드 협의’ 공식화
중 한반도 정책 변화없어 갈등 수면 위로
북한의 로켓 발사는, 중국이 6자회담 의장인 우다웨이 한반도사무특별대표를 2~4일 평양에 보내 발사를 만류했는데도 북한이 오히려 예정일을 앞당겨 발사를 강행했다는 점에서 북-중 간 갈등도 더 깊어질 전망이다. 무엇보다 심각한 문제는 북한의 핵실험·로켓발사에 대응해 협력해야 할 한-중 관계가 사드 배치 문제를 둘러싼 논란 탓에 갈등 양상으로 급작스레 악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 중간에 낀 중국 정부는 전례없이 중국 주재 한국대사와 북한대사를 같은 날 외교부로 불러들여 항의했다. 지재룡 북한대사한테는 “탄도 미사일 기술을 이용해 위성을 발사한 데 대해 항의”했고, 김장수 한국대사한테는 “한국이 한·미 양국 정부가 정식으로 사드의 한국 배치 논의를 시작한다고 선포한 데 대해 항의”했다. 중국 정부는 1월6일 북한이 4차 핵실험을 했을 때도 지재룡 대사를 불러들여 항의했으나, 김장수 대사는 지난해 3월 대사직 수행 이후 중국 외교부의 초치를 당한 건 이번이 처음으로 알려졌다. 중국 정부가 북한의 핵실험·로켓발사만큼이나 사드의 한반도 배치를 민감하게 여기고 있음을 방증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북한의 연쇄적인 핵실험과 로켓 발사로 한반도 주변국가들의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히며 한반도 정세가 한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격랑에 휩쓸리는 형국이다.
당장 박근혜 정부는 북한의 로켓 발사 뒤 박근혜 대통령 주재로 소집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뒤 발표한 ‘정부 성명’에서 초강경 대응 방침을 천명했다. 정부 성명에서 특히 주목할 대목은 “6자회담 등 여러 제안을 해왔으나 북한은 이에 전혀 응하지 않아왔다. 이는 그동안 북한에 핵 고도화를 위한 시간을 벌어준 결과”라는 판단이다. ‘대화 무용론’에 가깝다. 정부가 이런 판단에 따라 내놓은 대응 방침은 크게 보아 두 갈래다. 첫째, “유엔 안보리에서 강력한 제재가 도출될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다할 뿐 아니라, 북한이 변화할 수밖에 없도록 필요한 압박을 계속해나갈 것”이라는 방침이다. 대화 모색을 사실상 배제한 압박 중심 대응 방침이다. 둘째, “우리의 안보 능력을 강화시키기 위해 한·미 동맹 차원의 실질적인 조처를 추진해나갈 것”이라는 방침이다. ‘한·미 동맹 차원의 실질적 조치’로 가장 먼저 공개된 게 사드의 주한미군 배치 문제 공식 협의 시작발표다. 사실상 주한미군에 사드 1개 포대를 배치하겠다는 발표나 마찬가지다.
한국정부의 이런 초강경 방침 천명은 북한의 핵실험·로켓발사 대응 국면에서 한-중 양국 사이에 협력의 기반을 넓히기는커녕 갈등의 불씨로 작용할 소지가 크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5일 밤 박근혜 대통령과 45분간에 걸친 전화 협의에서 “중국은 그 어떤 상황에서도 한반도 비핵화 실현,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 수호, 대화와 협상을 통한 (평화적)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며 “중국은 시종일관 대화와 협상이란 정확한 방향을 관련 당사국이 견지하기를 희망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아울러 시 주석은 “한반도에는 핵이 있어서도 전쟁이나 혼란이 일어나서도 안 된다”며 “우리는 관련 당사국이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이라는 큰틀을 바탕으로 현재의 정세에 냉정하게 대처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북한의 핵실험과 로켓발사에 대응해 유엔 안보리를 중심으로 대북 제재를 하되, 이와 함께 정세의 안정을 기하며 대화와 협상으로 해법을 모색하자는 뜻이다.
그러나 북한의 로켓 발사 강행 뒤 박근혜 정부가 내놓은 대응 방침은 시 주석이 박 대통령한테 촉구한 대응 방향과 전혀 다르다. 박 대통령은 ‘정부 성명’을 통해 ‘대화 무용론과 압박 중심 대응’, ‘한·미 동맹 차원의 실질적 조처’를 강조했다. 모두 중국이 반대해온 대응 방식이다. 특히 사드 배치 문제는 심각하다. 실제 화춘잉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한-미 양국 정부의 사드 배치 공식 협의 시작 발표 직후인 7일 오후 “중국의 (한반도) ‘미사일방어’문제에 대한 방침은 한결같고 명확하다. 한 국가가 자신의 안전을 도모할 때에는 다른 국가의 안전이익을 훼손해서는 안 된다. 우리는 유관국가(한국·미국)가 이 문제를 신중하게 처리하기를 촉구한다”며 반대 뜻을 분명히 했다. 특히 기존의 ‘신중한 처리 희망’에서 ‘신중한 처리 촉구’로 발언의 수위를 높인 데 이어, 김장수 주중 한국대사를 외교부로 불러 항의하는 전례없이 ‘강력한 반대 의사 표현’에 나섰다. 한-중 간에 상당한 긴장과 갈등이 불가피해 보인다.한국 정부가 대북 압박과 한·미 동맹 차원의 대응에 초점을 맞출 경우 북한의 핵실험·로켓발사 대응을 두고 ‘한·미·일 대 중·러’의 대립·갈등 구도가 강화될 가능성이 더욱 높아질 수밖에 없다. 이미 박근혜 정부는 사드 배치 공시 협의 시작 발표와 함께 “(3월 7일 시작하는) 키리졸브(KR) 및 독수리연습(FE)을 최첨단, 최대 규모로 실시하고 추가적인 미국 전략자산을 전개시켜 연안 무력시위를 준비 중”(7일 김용현 합동참모본부 작전본부장)이라고 밝힌 터다. 중국은 한반도 서해·남해에서의 대규모 한-미 군사연습에도 민감하게 반응해왔다.
북-중 관계의 향배도 주목 대상이다. 무엇보다 중국 정부가 거듭된 만류에도 ‘자기 시간표’에 맞춰 일방적 행동을 멈추지 않은 북한의 행보에 어떻게 대응할지가 변수다. 북한은, 중국 정부가 6자회담 의장인 우다웨이 한반도사무특별대표를 북한에 보낸 데 이어 시진핑 국가주석이 직접 나서 박 대통령(5일) 및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6일)과 전화 협의를 하는 등 정세 안정을 위해 긴박하게 움직이는 데도 전혀 아랑곳하지 않았다. 오히려 로켓 발사 예고 기간을 애초의 ‘8~25일’에서 ‘7~14일’로 앞당겼고, 수정 예고 기간 첫날인 7일 오전 보란 듯이 발사를 강행했다.
하지만 북한의 일방적 행동에도 중국 정부가 한·미·일 등이 바라는대로 대북 제재 일변도 대응에 합류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중국 정부는 북한의 4차 핵실험 이후 일관되게 한반도 정책의 ‘3원칙’(한반도비핵화 실현, 한반도의 평화·안정 수호, 대화·협상을 통한 문제 해결)에 변화가 없으리라는 점을 재확인하며, 이 가운데 “하나라도 빠져서는 안 된다”는 메시지를 거듭 강조하고 있기 때문이다.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중국 정부의 이런 정책 기조가 “일시적인 문제(一時一事)나 희로애락(喜怒哀樂)에 따라 변화하지 않을 것”이라 강조했다. 더욱이 시 주석이 직접 나서 “한반도에는 핵이 있어서도, 전쟁이나 혼란이 일어나서도 안 된다”라며, 현 시점에서 한반도 정세 안정이 무엇보다 급선무임을 강조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국제사회에서 중국의 처지를 곤혹스럽게 하는 북한의 ‘일방주의’ 탓에 당분간 북-중 양국 관계의 긴장은 더 높아질 수밖에 없어 보인다.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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