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신지홍 기자 = 북미정상회담을 재고려할 수 있다는 북한의 '엄포'는 북한이 미국이 원하는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 합의를 하지 않을 것임을 일깨워주는 '경종'이 돼야 한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17일(현지시간) 사설을 통해 주장했다.
WP는 사설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간의 정상회담이 무산될 수 있다는 북한의 위협은 확실히 엄포이지만 그것은 백악관에 경종이 돼야 한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CVID 성사를 기대하면서 자신에게 이미 노벨평화상을 수여했지만, 북한이 발끈하고 나선 것은 김 정권이 거의 분명히 그런 합의를 하지 않을 것임을 일깨워줬다"고 전했다.
김계관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이 전날 "우리를 구석으로 몰고 가 일방적인 핵 포기만을 강요하려 든다면 그러한 대화에 더는 흥미를 느끼지 않을 것이다. 다가오는 조미(북미)수뇌회담에 응하겠는가를 재고려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한 담화를 상기시키면서다.
이 신문은 "북한과의 합의가 2003년 리비아와의 합의를 모델로 할 것이라고 존 볼턴 백악관 안보보좌관이 밝힌 데 대해 김 제1부상이 특히 화가 난 것 같다"며 "그러한 급격하고 일방적인 리비아의 무장해제는 8년 뒤 무하마르 카다피 정권의 몰락을 위한 길을 열었다"고 지적했다.
특히 WP 사설은 "만약 트럼프 대통령이 요구한 것, 즉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북한 비핵화를 우리가 얻게 된다면 미국인은 엄청나게 지원을 제공할 것"이라고 한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발언도 김 제1부상의 심기를 건드렸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이 신문은 "미국 측의 이러한 언급들은 북한 지도자가 수십 년간의 정책을 뒤집는 깜짝 놀랄만한 결정을 했으며, 체제보장과 경제투자를 대가로 갑자기 완전한 핵 폐기를 수용할 준비가 돼 있음을 시사했다"며 "하지만 북한은 그것(완전한 핵 폐기)을 지지하는 공개 언행을 한 바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오히려 김정은은 그의 선친과 거의 정확히 똑같은 각본을 따르려는 것으로 보인다"며 "그의 선친은 2005년 핵무기에 관한 합의(9·19 공동성명)를 체결해 단기적으로 경제적 이득을 챙긴 뒤 다시 그것을 위반하는 길로 나아갔다"고 비판했다.
또 "협상에서 걸어나가겠다는 위협이나 갑작스러운 회담 취소 등은 북한의 표준적인 각본의 일부"라고 WP는 덧붙였다.
WP는 "갑작스러운 전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지만 김정은은 완전한 핵 폐기는 장기적 목표이며, 이번 협상을 점진적 단계마다 보상을 받는 다단계 평화 프로세스로 보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며 "이는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일축했던 1994년, 2005년 합의와 같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신문은 "결론적으로 미 행정부는 수용 가능한 북한과의 단계적 합의의 종류를 고려해야 한다"며 "만약 김정은이 핵실험을 영구적으로 동결하고 핵무기의 배치와 수출을 하지 않기로 한다면 그것은 현상유지보다는 훨씬 나을 것이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적어도 단기적으로 그런 반쪽짜리를 받아들일 수 있을까? 그렇지 않다면 그는 빈손으로 걸어나올 것 같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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