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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 순방, 각국 정상과 회담, 세계은행 총재·유엔대사설 인정
世銀 자금, 6년간 10억달러 풀어 "백악관 백지수표… 건방의 극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장녀 이방카 트럼프(37) 백악관 선임고문이 정치적 야망을 위해 아버지의 지위를 이용하고 있다는 논란이 불붙었다. 정치 반경을 넓혀온 이방카가 갈수록 정권 실세임이 드러나, '트럼프 왕조 수립 프로젝트'란 말까지 나온다.
우선 이방카가 세계은행 총재와 주UN 미 대사 물망에 올랐었다는 소문이, 백악관의 부인과 달리 사실임이 확인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2일 애틀랜틱 인터뷰에서 "이방카가 숫자에 강하고" "타고난 외교관이어서" 딸을 두 자리에 고려했다고 밝혔다.
이방카도 17일 아프리카 순방 중 AP통신과 만나 "아버지가 세계은행 맡는 걸 물어봤는데 고사했다"고 했으며, '다른 고위직도 제안받았느냐'는 질문에 "둘만의 비밀로 하겠다"고 답했다. 이방카는 또 자신이 스티브 므누신 재무장관과 함께 세계은행 총재 인선을 주도했다고 했다.
미 여론은 트럼프재단과 대선 캠프 활동 외엔 별다른 경력이 없는 퍼스트도터가 이 정도로 국정에 관여한다는 데 경악했다. CNN은 "이방카가 얼마나 막강한 권력을 갖고 있는지, 그리고 트럼프 대통령이 얼마나 공사(公私) 구분을 못하는지 보여주는 사례"라고 했다.
법적으로 이방카는 UN대사 등에 임명될 수 없다. 미국에선 1960년대 존 F 케네디 대통령이 친동생을 법무장관에 앉힌 것을 계기로, 공직자가 연방정부 기관 내 친족의 임명을 금하는 '친족등용금지법(anti-nepotism)'이 생겼다. 이방카의 고문직은 '백악관은 정부 기관(agency)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유권해석 덕에 가능한데, 윤리 논란이 계속되자 무급으로 근무 중이다.
그러나 이방카는 법망을 피해 세계은행 총재와 UN대사나 다름없는 활동을 하고 있다. 그는 지난 14~17일 아프리카 순방에 세계은행 임원, 공화당 상원의원, 국무부 관료들을 이끌고 다니며 각국 정상들과 회담했다. '2025년까지 개도국 여성 5000만명의 인권 향상을 독려한다'는 이번 순방에 세계은행의 일명 '이방카표 예산' 10억달러와 국제개발처(USAID) 예산 5000만달러가 투입됐다.
영미 언론들은 "백악관의 백지수표를 들고 다닌다"(CNN), "건방의 극치"(가디언)라고 했다. 앞서 이방카는 2017년 뮌헨 G20 정상회의에 따라가 트럼프가 자리를 비운 새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 대신 정상석에 앉아 '사실상 국무장관' '파트타임 대통령'이란 비난을 사기도 했다.
이방카가 대통령 자문이란 본령을 넘어 세계무대에 주인공으로 자꾸 서는 것은 대선용 경력 쌓기란 해석이 많다. 백악관 비화를 다룬 책 '화염과 분노'(2018), '쿠슈너 주식회사'(2019)에 "이방카는 아버지를 '트럼프 왕조'의 시작으로 보고, 자신이 대를 이어 미국 첫 여성 대통령이 되겠다는 꿈이 있다"(게리 콘 전 국가경제위원장), "대선 도전 경쟁자인 오빠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41)에게 유리한 기사가 나오면 신경질을 부린다"(백악관 관계자)는 전언이 나온다. 트럼프는 애틀랜틱에 "이방카가 대선에 나온다면 물리치기 힘들 것"이라고 했다.
실제 이방카와 재러드 쿠슈너(38) 부부는 뉴욕의 패션·부동산 사업을 모두 접고 2년째 워싱턴 백악관에 눌러앉았다. 당초 이방카는 '아이를 키우는 젊은 여성'이란 점에서 트럼프의 이미지를 중화하는 정도의 역할을 할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존 켈리 전 비서실장 등 방해 세력이 다 경질되면서 이 부부의 권력은 더욱 막강해져 '감히 못 건드리는(untouchable)' 존재가 됐다고 쿼츠는 보도했다.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이들이 손대는 영역은 국내 이민정책과 사법개혁, 노동환경 개선부터 중동 평화 구상, 무역협상 등 대외정책까지 이르며 법무부·국무부·상무부·교육부 등 핵심 부처를 좌지우지한다. 국가 1급기밀 취급권도 논란 끝에 최근 획득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자문하는 소수 측근 중 0순위가 이방카라고 한다. 배경은 독특한 부녀(父女) 관계다. 이방카는 11세 때 트럼프의 외도로 자신에게 이름을 물려준 어머니(Ivana·Ivanka는 체코식 애칭)가 이혼당한 이후, 숱한 여인이 들락대는 동안 실질적 안주인 역할을 하며 사업과 집안 대소사에 관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측근은 인디펜던트에 "이방카야말로 트럼프가의 브레인이자 결정권자다. 트럼프는 쇼하는 중개인 정도"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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