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영원 기자] 면역을 회피하거나 전파력이 높은 것으로 파악된 오미크론 하위 변이들이 국내외에서 확인되고 있다. 이 변이들은 미국, 남아프리카공화국 등에서 코로나19 재확산을 주도하고 있어 국내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4일 방역당국에 따르면 국내에서 전날 확인된 BA.2.12.1 변이는 ‘스텔스 오미크론’으로 불리는 BA.2의 하위 변이다. 미국 뉴욕보건부에 따르면 BA.2.12.1은 기존 오미크론보다 전파력이 30% 높은 BA.2보다도 23~27% 빠른 검출 증가 속도를 보이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 변이가 면역회피력을 가지고 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아미노산 변이가 BA.2보다 2개 위치에 더 추가됐기 때문이다. 이 중 하나인 452번 위치는 델타, 람다 등의 변이 위치와 같아 전파력·면역회피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BA.2.12.1 점유율이 높아지면서 미국 확진자 수는 최근 증가세다.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뉴욕 중부와 인근 지역 확진자의 90%에서 BA.2.12.1이 검출된 가운데 뉴욕의 7일 평균 확진자 수는 지난달 2일 3339명에서 23일 6425명으로 약 2배에 달했다. 미국 내 BA.2.12.1 점유율은 지난달 2일 6.9%에서 23일 28.7%까지 높아졌다.
CDC는 자국 내 확산세와 변이를 고려해 법원의 제지에도 대중교통에서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할 것을 다시 권고했다. 앞서 미국 교통안전청(TSA)은 CDC 권고에 맞춰 대중교통 내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했지만 플로리다주 연방법원은 지난달 18일 이 조치를 무효화하는 판결을 내렸다.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번지고 있는 BA.4, BA.5 변이는 면역을 회피하는 성질을 가진 것으로 보고됐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남아공 연구진이 BA.1 완치자의 혈액 표본을 채취해 BA.4, BA.5에 대한 방어력을 실험한 결과 백신 미접종군은 중화항체 생성량이 BA.1 대비 8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 접종 완료자의 중화항체는 3분의 1 정도였다.
BA.4, BA.5 변이가 확산하면서 남아공의 확진자·사망자는 급증하고 있다. 4월 셋째주 남아공의 코로나19 신규 확진자는 1만9291명으로 전주(9151명)의 2배 수준이었다. 같은 기간 사망자는 154명으로 전주 48명의 3배 정도로 늘었다. 3일까지 최근 7일간 남아공 확진자 수는 3만3548명으로 여전히 증가세다.
전문가들은 면역을 회피하는 변이가 앞으로 더 발생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백순영 가톨릭대 의대 명예교수는 "면역을 회피하는 변이가 새롭게 생길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면서 "우리나라는 BA.1과 BA.2가 유행을 주도했기 때문에 추후 BA.4, BA.5가 유입되면 재감염 규모가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정재훈 가천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최근 한 포럼에서 "현재 자연감염과 백신 접종 수준이 높기 때문에 (다음 변이는) 면역을 회피하는 방향으로 진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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