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생 자녀를 둔 대한민국의 부모들은 하루가 멀다 하고 아이들과 말씨름을 벌이며 사는 듯합니다.
설득되지 않는 아이에게 지친 부모는 “사춘기라서 그렇다”는 결론을 내리게 되고, 아이는 제 방문을 굳게 닫고 부모와의 분리를 선택하게 됩니다.
‘사춘기’는 청소년기에 접어든 아이의 정서와 행동이 부모 입장에서 납득되지 않을 때 흔히 등장하는 단어입니다.
사춘기라는 표현이 ‘다른 아이들도 요맘때는 의례히 저렇다’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어서인지, 부모의 불안한 맘을 진정시키는 데에는 ‘사춘기라서 그렇다’라는 해석이 꽤나 도움이 되는 것 같습니다.
아이의 독립은 정체성의 분화로부터 출발합니다.
아이가 커서 자신만의 정체성으로 분화해나가는 과정이 어떤 부모들에게는 심한 불안으로 다가오기도 합니다.
간혹은 부모 자신의 경험으로 아이의 행동이 설명되지 않으니 ‘이상하다’고 여기며 비난을 하기도 합니다.
그러다 보니 공감적인 소통은커녕 서로에 대해 짜증과 분노를 못 참는 경우도 생기고, 급기야 남만도 못한 사이가 되기도 합니다.
이 모든 혼란의 끝에는 어김없이 ‘쟤가 사춘기라서.’라는 하소연이 따라오게 됩니다.
사춘기의 변화는 뇌(인지)의 성숙 때문입니다.
중학생이 된 자녀는 생물학적으로 어른에 가까운 뇌기능을 발휘할 수 있습니다.
즉
논리적이고 공감적인 사고가 가능하다는 뜻입니다.
인지발달을 연구한 피아제는 이 단계를 형식적 조작기(formal operation)라고 명명했습니다.
이 같은 인지기능의 성숙은 아이의 정신내적 환경에 큰 변화를 가져오게 되는데, 대표적인 변화는
아이가 자신과 타인의 한계를 인식하게 되는 것입니다.
아동기와 달리 중학생들은 더 이상 부모와 자신을 이상화(idealization) 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바라보게 됩니다.
정상적인 인지발달을 이룩한 중학생의 눈에는 부모가 완전한 사랑과 보호를 제공하는 대상이 아니라, 자신과 마찬가지로
양면적이고 모순적인 존재라는 것을 인식하게 됩니다.
더 이상 부모를 전적으로 의지하거나 신뢰하지 않고,
부모에 대해 양가적인 감정(사랑하면서 미워하는)을 종종 느끼게 됩니다.
아이가 커서 생기는 변화이므로 이 과정은 병리적인 현상이 아닙니다.
순응하던 어린아이가 중학생이 되면서, “부모의 요구가 부당하다”고 억울해하며 자신과 부모의 차이를 주장한다면 우선
다행스럽게 여기셔야 합니다.
청소년기가 되었는데도 이차 성징을 전혀 보이지 않을 때, 여전히 귀여워서 좋다고 말할 부모는 아마 없을 겁니다.
마찬가지로 자녀가 중학생이 되어 전과 달리 부모에게 부정적인(사실은 양가적인) 태도를 보이며 대든다는 것은
‘어른이 되는 과정이 시작된 것’으로 보아주어야 합니다.
사춘기 자녀는 부모와 다른 정체성을 가진 한 인간입니다.
아동기가 훈육에 의해 기본적인 규율을 배우는 시기라면, 사춘기는 다양한 경험을 스스로 검토하며 자신만의 기준을 만들어가는 시기일 것입니다.
미숙한 아이가 자기만의 기준을 주장하니 부모로서 처음에는 당황스럽고 불안할 수 있겠지만, 우리의 부모가 그랬듯이
커가는 아이의 모습을 믿어주고 기다려주어야 합니다.
이 같은 부모의 고민과 인내를 통해 아이는 ‘자율성’이라는 중요한 자질을 갖추게 됩니다.
자율적인 아이들은 자신만의 욕구와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하고 수용받는 과정을 통해 결국 자신만의 고유한 정체성과 견고한 자존감을 획득하게 됩니다.
부모와 자녀의 차이를 인정하는 것이 공감입니다.
중학생 자녀가 분노를 표현하며 부모의 요구에 저항한다면, ‘사춘기’라는 말로 상황을 회피하지 마시고
공감적인 논쟁을 시도해 보는 것이 좋은 방법입니다.
부모의 경험으로 아이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비공감적인 태도로는 사춘기 자녀를 설득할 수 없을 것입니다. 부모의 경험과 기준을 분명히 드러내고 주장하되, ‘나와 다른 기질의 아이가 전혀 다른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을 염두에 두고,
언제나 개방성을 잃지 않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마치 혼란을 겪는 친구에게 조심스럽고 공감적인 태도로 충고를 하듯, 많이 자란 우리 아이들에게도 섬세한 배려가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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