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윈 알리바바 그룹 회장이 6일 항저우 윈시 컨벤션센터에서 상하이자동차와 공동 개발한 세계 최초 양산 스마트카 RX5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 이매진차이나·알리바바]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인 알리바바가 자동차 시장에 뛰어들었다. 인터넷 쇼핑몰을 통한 자동차 판매 사업에 진출했다는 얘기가 아니다. 정보통신기술(ICT)을 결합해 인터넷 운영체제(OS)를 장착한 스마트카를 개발해 세계 최초로 상용 판매에 나선 것이다. 중국 최대의 자동차 메이커인 상하이자동차와 2년간의 공동 개발 끝에 이룬 결실이다.
운영체제 장착 차량 세계 첫 상용화
자율차 아닌 ‘달리는 인터넷 단말기’
핸들·브레이크 등 기본적 운전 외엔
“창문 열어” “에어컨 켜” 말로 지시
빅데이터 이용 인근 커피숍 주문도
알리바바는 6일 내외신 언론을 초청한 가운데 중국 본사 소재지인 항저우(杭州)에서 스마트카 ‘RX5’ 발표회와 함께 실제 도로에서 시승 행사를 열었다. 알리바바 직원 류진펑(劉進鋒)이 전용 손목시계를 손가락으로 툭 치자 자동차 문이 열렸다. 운전석에 앉은 그는 열쇠를 꽂고 시동을 거는 대신 앱(app)을 구동했다. 앞좌석 정면의 10.3인치 액정 화면에 전용 OS인 윈(Yun)이 돌아가기 시작했다. 핸들을 돌리고 브레이크를 밟는 등의 기본적인 운전 조작을 제외한 모든 기능은 이 OS의 몫이다.
RX5를 구동시키는 휴대전화 앱. [사진 이매진차이나·알리바바]
“오늘 날씨가 덥네….” “에어컨을 켤까요?” “아냐, 천장을 열면 돼.”
류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선루프가 열리고 바깥 바람이 들어왔다. 조수석에 앉은 동승자가 아니라 윈OS와 나눈 대화다. 장춘후이(張春暉) 알리바바 그룹 OS사업 부문 총재는 “세계 최고 수준의 음성인식 시스템을 장착했다”고 설명했다. 두 손이 자유롭지 못한 자동차 환경에서 키보드·마우스나 스마트폰에서의 손가락 터치를 대신하는 입력 수단은 말이기 때문이다. 목적지를 말하니 내비게이션 기능이 작동되기 시작했다.
외관은 일반 차량과 차이가 없다. 다만 차량 지붕 위에 성능이 뛰어난 소형 액션카메라가 부착되어 있는 게 눈에 띄었다. 차량 안팎에 4대까지 장착 가능한 이 카메라가 도로·차량 상황을 체크해 데이터를 주고받으며 실시간으로 가장 빠른 길을 찾고 안전 주행 정보를 제공해 준다.
차 안에 장착된 전용 운영체제의 액정 화면. [사진 이매진차이나·알리바바]
주행 도중 “커피를 마시고 싶냐”는 메시지가 문자와 음성으로 동시에 나왔다. 의아해하는 기자에게 류는 “커피를 즐겨 마시는 시간대 등 운전자의 습관과 기호가 빅데이터로 저장돼 있어 가능한 서비스”라고 말했다. 아메리카노를 선택하고 5분 가까이 주행을 계속하자 “주문하신 커피가 완성됐다”는 안내와 함께 인근 커피숍까지의 경로가 떴다. 자동 주문이 들어간 것이다.
목적지에 가까워오자 인근 주차장의 빈자리 수와 위치가 화면에 나타났다. 안내를 따라 찾아가 주차를 하자 자동차의 주행 데이터가 화면에 나왔다. 주유와 오일 교환 및 부품별 점검 시기 등의 데이터가 일목요연하게 나타나더니 인근 카센터의 예약 화면까지 떴다. 시승을 해보니 운전자가 따로 조작을 하지 않더라도 필요한 서비스가 자동으로 제공되도록 설계돼 있다는 느낌이 왔다.
알리바바의 스마트카는 다른 경쟁업체들이 개발 중인 자율주행차와는 다른 개념이었다. 교통수단의 개념을 뛰어넘는 ‘달리는 디바이스’로 만들어 무궁무진한 기능을 하게 만들겠다는 것이다. 마윈(馬雲) 알리바바 회장은 “자동차에 OS를 성공적으로 장착함으로써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다”며 “스마트폰 기능의 80%가 전화 걸기와 관련이 없듯 스마트카에도 교통과 관련 없는 기능이 장착될 것이며 모두가 상상력과 창의력의 몫”이라고 강조했다.
알리바바 그룹은 RX5를 배기량(1500~2000cc)과 사양에 따라 9만9800~18만6800위안(약 1773만~3243만원)의 가격에 다음달부터 시중 판매한다고 밝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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