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글로로고
"제주4·3 때 남편 잃고 71년의 세월…이젠 손주만 47명"
조글로미디어(ZOGLO) 2019년4월3일 09시33분    조회:656
조글로 위챗(微信)전용 전화번호 15567604088을 귀하의 핸드폰에 저장하시면
조글로의 모든 뉴스와 정보를 무료로 받아보고 친구들과 모멘트(朋友圈)로 공유할수 있습니다.
4·3 당시 남편 잃은 99세 홍순 할머니와 4대의 가족사
"말 못한 세월만 수십년…이젠 4·3史 후대 전승해야"
제주4·3 희생자 유족인 (오른쪽부터) 홍순 할머니(99), 증손자 박현성군(10), 손자 박민수씨(42), 아들 박부삼씨(73).2019.4.2/뉴스1© 뉴스1
(제주=뉴스1) 오미란 기자 = "대대로 기억해야 할 역사주(역사지)…"

벚꽃이 흩날리던 지난달 30일 제주시 도남동의 한 주택에서 만난 홍순 할머니(99)는 첫째 아들 박부삼씨(73)과 손자 박민수씨(42), 증손자 박현성군(10)을 곁에 두고 제주4·3 발발 후 고통 속에 지내 온 지난 71년의 세월을 어렵사리 꺼내 놓았다.

제주시 조천읍 북촌리에서 농사를 지으며 살았던 홍 할머니는 28살이었던 1948년 12월16일 제주시 구좌읍 동복리 속칭 '난시빌레(냉이밭)'에서 남편 고(故) 박상택씨(당시 31살)를 잃었다. 이 때 아들 박씨는 두 살배기였다.

홍 할머니는 이날 군인들의 지시로 북촌국민학교에 나갔다가 검은색 군용 차량에 실려가는 남편과 시아주버니의 모습을 목격했다고 했다.

한참을 쫓아가다 하릴없이 집으로 발길을 돌리려던 순간 '탕, 탕, 탕' 총소리와 함께 '사람이 죽었다'는 외침이 들려 뛰어가 보니 남편은 총탄에, 시아주버니는 칼에 난자 당해 죽어있었다고 홍 할머니는 전했다. 당시 희생자는 총 24명이었다.

이는 4·3 당시 북촌리에서 발생한 첫 인명피해였다. 군경은 주민들의 동요를 막기 위해 압박 수위를 높였고, 홍 할머니는 이로 인해 두 시신을 집 앞 밭 언저리에 누여 흙만 덮어 뒀었다고 했다. 시신은 며칠 뒤에야 제대로 수습됐다.

시련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한 달 뒤인 1949년 1월17일에는 북촌리 일대에서 일명 '북촌리 학살사건'이 벌어졌다. 무장대의 기습으로 군인 2명이 숨지자 군인들이 마을 곳곳에 불을 지르고 주민들을 북촌국민학교로 불러 모아 무려 400명 이상을 총살한 것이다.

당시 홍 할머니는 급하게 가족 사진 몇장을 아궁이 밑에 숨긴 뒤 아들 박씨 삼남매를 데리고 북촌국민학교로 향했다. 홍 할머니는 민보단이었던 남편과 굶주린 아이들을 내세워 읍소하고, 또 읍소해 겨우 목숨을 부지할 수 있었다고 했다.

제주4·3 희생자 유족인 홍순 할머니(99)가 1948년 12월16일 제주시 구좌읍 동복리 속칭 '난시빌레(냉이밭)'에서 군인에 총살당한 남편 고(故) 박상택씨의 증명사진을 어루만지고 있다.2019.4.2/뉴스1© 뉴스1
민보단은 경찰이 주민들을 감시하기 위해 또 다른 주민들로 구성한 외곽조직으로 주로 마을 보초나 총알받이 역할을 했다. 사실상 경찰의 강요로 조직이 구성되면서 당시 민보단 인원은 무려 5만여 명에 달했던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홍 할머니는 "남편은 민보단이었는데도 주민들을 도와 평판이 좋았는데… 결국 민보단 때문에 (남편은) 죽고, (아이들은) 살게 됐다"라는 말로 복잡한 심경을 대신했다.

홍 할머니의 남편은 1960년대에 국가유공자로 지정돼 4·3 희생자로 인정됐고, 이어 홍 할머니와 아들, 손자, 증손자가 차례로 4·3 희생자 유족으로 인정받았다.

그러나 홍 할머니 가족이 4·3을 이야기하기 시작한 것은 불과 10여 년 밖에 되지 않는다. 홍 할머니 가족에게 4·3은 기억하고 싶지 않은 과거였던 탓이다.

아들 박씨는 "어머니가 그랬던 것처럼 저 역시 제 아들에게 (4·3을) 이야기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며 "최근 많은 4·3 희생자들의 명예가 회복되는 것을 보고 '세월이 많이 흘렀구나' 하는 생각이 들게 됐다"고 전했다.

손자 박씨도 "성인이 되고 나서야 할머니 이야기를 접하고 4·3에 관심을 갖게 됐다"며 "아들이 초등학교 3학년인데 고학년이 되면 4·3에 대해 자세하게 가르쳐 줄 생각"이라고 말했다.

증손자 현성군은 이날 인터뷰 말미 할아버지로부터 4·3에 대해 간단히 설명을 들었다. 현성군은 "최근에 할머니 100세 잔치가 있었는데 '나는 나비'를 불러드렸다"면서 "고생하신 할머니가 오래 오래 살아 계셨으면 좋겠다"고 두 손을 모았다.

홍 할머니는 "이제 친·외손자를 합하면 모두 47명"이라며 "4·3 역사가 대대로 기억될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러면 원(願)이 없겠다"고 웃음을 지었다.

홍 할머니는 이날(3일) 오전 제71주년 제주4·3희생자 추념식에 참석할 예정이다.

파일 [ 1 ]

[필수입력]  닉네임

[필수입력]  인증코드  왼쪽 박스안에 표시된 수자를 정확히 입력하세요

Total : 79
  • 7월 5일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열릴 최운산 장군 추도식 포스터. [최운산장군기념사업회 제공] (서울=연합뉴스) 1920년 당시 일본군은 아시아 최강이자 세계 정상급 전력을 자랑했다. 1905년 러일전쟁의 승리로 세계열강 대열에 진입한 데 이어 제1차 세계대전(1914∼1918년)에서 당당한 승전국 지위를 얻어 사기도 하늘을...
  • 2019-07-04
  • 문재인 대통령이 6일 오전 서울 동작구 국립현충원에서 열린 제64회 현충일 추념식에서 추념사를 하고 있다. /사진=뉴스1(국가보훈처 제공) 문재인 대통령이 현충일 추념사에서 '약산 김원봉'을 거론하면서 정치권 논쟁이 이어지고 있다. 문 대통령의 추념사는 이념과 정파를 뛰어넘는 사회통합에 방점이...
  • 2019-06-07
  • 미주 한인 성금으로 광복군 출범… 임정 "일제를 타도하자" [4월 11일, 임시정부 100년 / 이승만·김구의 나라 만들기] [8] 1940년, 한국광복군총사령부 출범 中 국민당·외신 기자 등 참석… 호텔서 성대하게 '성립 전례식' 열어 "日은 韓·中 공동의 적… 연합군 일원으로 ...
  • 2019-05-08
  • 서울 한양대 구 본관도 등록문화재로 매천 황현이 경술국치를 직후 자결하며 남긴 '절명시'. [사진 문화재청]   “어지러운 세상에 떠밀려 백발의 나이에 이르도록/ 몇 번이나 목숨을 끊으려다 뜻을 이루지 못했네/ 이제는 더 이상 어쩔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으니/ 바람 앞의 가물거리는 촛불 푸른...
  • 2019-05-07
  • 최재형·이강의 대동공보가 '거사'지원…뤼순의 법정공방은 '대한독립 의지' 세계에 천명한 빅인터뷰였다 [2019년 4월9일 하얼빈역 안중근의사기념관에서 만난 안중근동상. 사진=이상국논설실장 ]   [안중근의 손바닥 도장]   '언론인 안중근'은 우리에게 살짝 낯설다. 그가...
  • 2019-04-23
  • 함경남도 영흥 출신인 계 지사는 1919년 상하이 임시정부 수립 후 북간도 대표로 임시의정원 의원을 지냈다. 20년 5월 임시정부 간도 파견원으로, 10월부터는 치타극동공화국 극동부 한인부에서 활동했다. 37년 중앙아시아로 강제 이주된 후 조선문법, 조선역사 등을 집필하며 민족교육에 헌신했다. 정부는 그의 공적을 인...
  • 2019-04-22
  • 박지원 의원, CBS라디오 인터뷰서 밝혀 김대중 전 대통령의 장남 김홍일 전 의원(오른쪽 두번째)이 20일 오후 향년 71세로 별세했다. 김 전 의원은 군사정권 시절 고문 후유증으로 파킨슨병을 얻어 내내 시달렸다. 사진은 김대중 전 대통령과 용인 묘지에서 성묘를 하는 모습. 김대중도서관 제공 “니가 김대중의...
  • 2019-04-22
  • 약산 김원봉 [중앙포토] “고전적인 유형의 테러리스트로서 냉정하고 두려움을 모르며 개인주의적인 사람이었다. 거의 말이 없었고 웃는 법이 없었으며, 도서관에서 독서를 하며 시간을 보냈다. 일본 관헌은 그에 관한 자료를 산더미처럼 쌓아 두고 그를 체포하려고 혈안이 되어 있었다.”  미국인 저널리스...
  • 2019-04-14
  • "고려인 박물관을 세우자" 왜 광주인가, 그 배경은? 전남대 법대를 졸업한 김병학씨가 광주에서 중앙아시아로 떠난 것이 지난 1991년. 당시 광주사람들은 우즈베키스탄, 카자흐스탄, 러시아에 고려인(까레이스키)을 위한 한글학교를 개설하고 있었다. 한민족네트워크에 관심을 기울여온 임채완 전남대 교수로부터 고려인동...
  • 2019-04-13
  • 국민참여형 축제로 개최…'1919년' 의미로 19시 19분에 시작 뮤지컬 '신흥무관학교'·독수리작전 퍼포먼스·임정요인 환국 장면 재현 등 여의도 공원 C-47 비행기 전시관(서울=연합뉴스) 이상학 기자 = 서울 여의도 공원에 개관한 C-47 비행기 전시관. 1945년 8월 18일 한국광복군 정진...
  • 2019-04-09
  • 4·3 당시 남편 잃은 99세 홍순 할머니와 4대의 가족사 "말 못한 세월만 수십년…이젠 4·3史 후대 전승해야"제주4·3 희생자 유족인 (오른쪽부터) 홍순 할머니(99), 증손자 박현성군(10), 손자 박민수씨(42), 아들 박부삼씨(73).2019.4.2/뉴스1© 뉴스1 (제주=뉴스1) 오미란 기자 = "대대로 기...
  • 2019-04-03
  • 4·3 생존 수형인 무대 올라 감동 퍼포먼스·'잠들지 않는 남도' 공연도 생존 희생자 및 유족, 정치인 등 1만여명 참석 예정…이낙연 총리 추념사 헌화 분향하는 참배객[연합뉴스 자료 사진] (제주=연합뉴스) 고성식 기자 = 제71주년 제주4·3희생자 추념식이 3일 오전 '다시 기리는 4...
  • 2019-04-03
  • [앵커] 일본 정부와 우익 세력은 전쟁 범죄의 역사마저 부정하거나 미화하고 있지만, 일본 언론 중에는 일제에 저항한 조선인들의 독립운동 자료를 발굴해 세상에 알리는 곳도 있습니다. 3·1 운동의 기폭제 역할을 한 2·8 독립선언 참가 유학생들의 진술서가 발견됐다고 도쿄신문이 보도했습니다. 도쿄 나신...
  • 2019-03-30
  • 국립현대미술관서 15일부터 전시… 1905년 황룡포 입고 경운궁서 촬영   한국 근대 서화가이자 사진가인 해강(海岡) 김규진(1868∼1933)이 1905년 경운궁(덕수궁)에서 촬영한 고종황제의 초상 사진이 국내에서 처음 공개된다.   국립현대미술관은 대한제국 시대의 궁중미술을 조명하는 ‘대한제국의...
  • 2018-11-15
  • 73번째 광복절이다. 여느 해와 다르게 각 방송사 별로 풍성한 광복절 특집이 마련되었다. 그 중에서도 KBS는 공영방송답게 다양한 특집을 마련했다.  그 중 15일 방영된 은 그때나 지금이나 '입신양명'의 상징이었던 '의사(醫師)'가 되었지만 일본 제국주의라는 시대적 숙명을 자신의 삶으로 받아들여...
  • 2018-08-16
  • [머니투데이 배영윤 기자, 황희정 기자] [10대 소녀들부터 60대 노구까지…독립운동의 주인공 또는 조력자로서 해방을 이끈 '철의 여인'들] "나도 꽃으로 살고 있소. 다만 나는 불꽃이오." 인기리에 방영 중인 tvN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 속 고애신(김태리 분)의 대사다. 낮에는 한복을 곱...
  • 2018-08-15
  • 독립운동가 후손인 재미동포 기증···문화재청이 국립고궁박물관에 인도백범 김구의 친필휘호 ‘광명정대’/사진제공=문화재청 [서울경제] 백범 김구(1876~1949)의 친필휘호인 ‘광명정대(光明正大)’가 고국 품으로 돌아왔다.  문화재청은 백범 김구가 1949년에 안중근 의사...
  • 2018-08-13
  • 안중근의 어머니 조마리아(1862~1927) 여사와 안중근(1879~1910) 의사.한국일보 자료사진 “비겁하게 삶을 구걸하지 말아라. 옳은 일을 하고 받는 형이다. 대의에 죽는 것이 어미에 대한 효다. 너의 죽음은 너 한 사람의 것이 아니라 조선인 모두의 분노를 짊어진 것이다.” 유난히 길었던 1910년 겨울, 어머니는...
  • 2018-07-15
  • 김종필 전 국무총리가 23일 별세했다. 사진은 1980년 공화당 총재 당시 모습. [중앙포토] 김종필 전 국무총리가 23일 오전 92세 일기로 별세했다.  박정희 전 대통령과 함께 5.16 군사쿠데타를 주도한 뒤 초대 중앙정보부장을 역임한 김 전 총리는  국무총리 2회, 9선 국회의원 등을 지낸 한국 정치사의 풍운아였...
  • 2018-06-28
  • [126] 1876년 강화도조약 도장 찍던 날 세계가 요동치던 19세기, 조선도 서세동점 상황 병인양요… 신미양요… 조선은 이 위기를 쇄국정책으로 대처   양놈들의 난동 1871년 신미년 6월 1일 존 로저스 제독이 지휘하는 미국 아시아함대 군함 5척이 강화도에 도착했다. 군함에는 해군과 해병대 1230명이 승...
  • 2018-06-20
조글로홈 | 미디어 | 포럼 | CEO비즈 | 쉼터 | 문학 | 사이버박물관 | 광고문의
[조글로•潮歌网]조선족네트워크교류협회•조선족사이버박물관• 深圳潮歌网信息技术有限公司
网站:www.zoglo.net 电子邮件:zoglo718@sohu.com 公众号: zoglo_net
[粤ICP备2023080415号]
Copyright C 2005-2023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