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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88년 조선 프랑스 수교기념 예물 ‘살라미나’병 공개백자채색 살라미나병. 1888년 프랑스 대통령이 고종에게 보낸 수교예물이다.
1888년 조선 왕실의 고종 임금 앞으로 그 전해 취임한 프랑스 대통령 사디 카르노의 선물이 날아왔다. ‘살라미나’병이라고 부르는 아름답고 화려한 백자채색 꽃병이었다. 높이가 60cm를 넘는 이 백자병은 국립세브르도자제작소에서 만든 저 유명한 세브르도자기다. 고대 그리스의 우아한 장식도기의 모양을 본떠 만들어진 것으로 당대 소담한 백자나 푸른 빛 청화백자에만 익숙했던 고종과 조선 왕실 사람들에게 서구 도자기의 색다른 세계를 알려줬다.
사디가 보낸 세브르 도자기 선물은 2년 전 힘겹게 맺은 수교를 기념하기 위한 예물의 성격이었다. 당시 수교를 기념해 거창하게 예물을 주는 선례는 별로 없었는데도 프랑스가 선물을 준 건 조선과의 미묘한 관계가 작용했다. 1866년 천주교 신부의 탄압에 맞서 프랑스군이 강화도를 침공하는 병인양요가 일어난 악연이 있어 프랑스는 미국과 영국, 독일, 이탈리아보다 훨씬 늦은 1886년에야 수교조약을 맺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고종도 가만 있을 수 없었다. 답례로 당대 조선 최고의 공예장인들이 만든 보석달린 인공꽃나무인 반화 한쌍과 고려 청자를 프랑스 대통령에게 선물로 보냈고, 이 작품들은 현재 프랑스 파리 기메박물관과 국립세브르도자박물관에 소장되어 있다.
국립고궁박물관(관장 김동영)에서 프랑스 대통령 사디가 선물한 세브르 도자기가 사상 처음 공개된다. 29일부터 개항 전후 조선왕실의 도자기 변화를 망라해 보여주는 특별전 ‘신(新)왕실도자, 조선왕실에서 사용한 서양식 도자기’가 그 자리다. 이번 전시에는 사디 카르노 프랑스 대통령이 고종에게 보낸 ‘살라미나 병’과 필뤼비트(Pillivuyt) 양식기 한 벌, ‘백자 색회 고사인물무늬 화병’등 그동안 공개되지 않았던 조선 왕실의 근대 서양식 도자기 소장품 180여 점이 처음 선보이는 것을 비롯해 프랑스·영국·독일·일본·중국에서 만들어진 서양식 도자기 등 400점이 한자리에서 선보인다. 전시는 모두 5부로 나뉘어 19세기말 20세기초 서세동점의 근대 전환기 조선왕실이 처했던 과도기적 상황과 당시 왕실 사람들의 이야기를 궁정에서 쓴 서양식 도자기들을 통해 낯설게 보여주게 된다. 조선 왕실은 개항 직후 서양식 건축물을 짓고, 서구에서 들여온 도자기를 쓰면서 근대국가임을 과시하는 상징물로 활용했는데, 이런 문화사의 단면을 생생하게 확인할 수 있는 작품마당이다. 10월4일까지.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1888년 프랑스 정부가 조선 왕실에 선물한 살라미나병의 하단부를 확대해 찍은 모습. 파란 장식선 사이에 병을 선물한 당시 프랑스대통령 사디 카르노의 이름과 선물한 해인 1888를 표기한 것이 보인다.
살라미나 병을 옆으로 뉘어 촬영한 모습. 국립세브르제작소에서 만든 최고급 자기였다.
고종이 프랑스 대통령에게 답례로 준 선물중 일부인 반화. 금속그릇에 올린 인공적인 보석 꽃나무로 당대 조선 최고의 공예품이라 할 만하다. 대통령 후손들이 기증해 현재는 파리 기메박물관에 소장되어 있다.
고종이 프랑스 쪽에 선물한 12세기 고려 청자완. 현재 국립세브르도자기제작소 박물관에 소장돼 있다.
전시장 들머리 진열장을 가득 메운 구한말 창덕궁 전각의 유리등갓들. 전구 위에 씌웠던 장식용 등갓들로 이번 전시에 처음 공개되는 작품들이다. 각양각색의 다채로운 디자인이 눈길을 끌지만, 제작·입수경위는 알려져 있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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