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안산시에서 아내와 함께 식당을 운영하며 착실하게 살던 조선족 김모(36) 씨에게 ‘코리안 드림’은 머지않은 꿈이었다. 그러나 지난 8월 30대 조선족 이모 씨가 식당 손님으로 찾아오면서 모든 꿈이 물거품이 됐다. 자신을 중국을 오가는 사업가라고 소개한 이 씨는 김 씨에게 더없이 살갑게 대했고 같은 조선족이라는 동질감 때문에 김 씨 역시 그를 형제처럼 대했다.
그러던 어느 날 이 씨는 김 씨에게 돈을 중국으로 대신 부쳐달라고 부탁했다. 그동안 쌓은 친분 때문에 거절하지 못했고 이때부터 악몽이 시작됐다. 이 씨는 중국에 부친 돈이 보이스피싱(전화금융사기)으로 뜯어낸 돈이라며 범행에 가담할 것을 강요했다. 이 씨는 “(범행에 가담하지 않으면) 아내는 물론 중국에 있는 어머니와 아들 등 가족들을 죽이겠다”고 협박하기도 했다.
이후 김 씨는 보이스피싱 조직의 국내 총책이 됐다. 현금운반책들이 대포통장에 입금된 돈을 인출해 김 씨에게 건네면 김 씨는 이 돈을 중국으로 보냈다.
조사 결과 드러난 계좌 거래내역만 3억여 원에 달하는 돈이 이런 식으로 중국으로 흘러들어갔다. 뒤늦게 알게 됐지만 김 씨가 발을 담근 보이스피싱 조직은 전국 55개 지역에서 활동하는 대형 조직이었고 이 씨는 유명한 중국 조직폭력배였다.
서울 강서경찰서는 중국 보이스피싱 조직과 짜고 대포통장에 입금된 돈을 중국으로 넘긴 혐의(사기)로 김 씨와 이모(42) 씨 등 운반책 3명을 구속했다고 19일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김 씨가 협박을 못 이겨 범죄에 가담하게 됐다고 주장하지만 범죄사실이 확실해 구속하게 됐고 김 씨를 협박한 조직 총책은 중국으로 도피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근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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