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노동자 70만 시대의 그늘
“동생이 어떻게 살았었는지 보고 싶습니다.”
지난 1일 경기도 이천의 한 비닐하우스 농장. 베트남에서 온 찬팃퉁(35·여)은 연신 흐르는 눈물을 닦으며 말했다. 그의 동생 찬밧풍(33)은 지난달 28일 이 농장 기숙사에서 잠을 자던 중 숨진채 발견됐다. ‘코리안 드림’을 꿈꾸며 한국에 들어온 지 2년 만에 발생한 비극이다.
이웃들은 동생의 죽음을 과로사로 추정했다. 동생은 사망 3주 전쯤 손가락 두 개를 심하게 다쳤는데도 쉬지 못하고 일을 했다고 한다. 가족들에겐 늘 ‘잘 지낸다’고 했던 동생이었다. 찬팃퉁은 동생이 마지막으로 지내던 곳을 보고 싶어 농장을 찾았으나 안에 들어가진 못했다. 농장주가 ‘가택침입’으로 신고했기 때문이다.
며칠 뒤 농장주는 찬팃퉁에게 서류 한 장을 내밀었다. 시신 안치비용과 운구비용 460만원을 지불할 테니 자신에게 노동법상 이의를 제기하지 않겠다고 약속하라는 것이었다. 농장주는 “서명하지 않으면 보험금 지급절차를 도와주지 않겠다”고 으름장을 놨다. 동석했던 베트남대사관 직원은 “운구비를 내주는 것을 보면 (농장주가) 좋은 사람”이라고 거들었다. 찬팃퉁은 하는 수 없이 서명을 했다.
그는 현재 베트남으로 돌아가 동생의 부검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그러나 동생의 죽음이 과로사로 밝혀지더라도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알 수 없다. 외국인 이주노동자는 일을 하다 사망하더라도 산업재해 등을 입증하는 것이 쉽지 않다. 그는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한국이 무섭습니다.”
올해로 ‘고용허가제’가 도입된 지 10년이 됐다. 이주노동자는 한국에서 더 이상 낯선 존재가 아니지만, 이들의 ‘한국살이’는 여전히 열악하다. 이주노동자들은 노동착취나 임금체불은 물론 폭력에도 빈번히 노출되어 있다. 한국 사회의 차별적 시선과 편견 역시 사라지지 않고 있다.
12일 법무부에 따르면 7월 말 기준 국내에 체류 중인 외국인은 162만2868명으로, 이 중 취업자격 체류 외국인은 60만2355명이다.
전문가들은 불법 체류자 등을 포함해 현재 국내에 70만명가량의 이주노동자가 있는 것으로 추정한다. 국내 노동자의 3%에 해당하는 수치다. 이주노동자들은 한국 사회에서 한 축을 담당하고 있지만, 생활·근로 환경은 열악하다.
고용노동부가 지난해 조사한 국내 이주노동자의 근무 중 산업재해발생률은 0.84%, 사망률은 1만명당 1.32명으로 국내 전체 노동자 평균(0.59%, 1.25명)보다 높았다. 또 지난해 국가인권위원회가 농축산업 이주노동자 161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75.8%는 고용주로부터 폭언을 당했고 14.9%는 폭행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여성 중 성폭력 경험이 있다는 응답은 30.8%였다.
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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