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동포들이 참여한 자율방범대 대원들이 7일 저녁 서울 구로구 가리봉동 거리에서 주민들에게 위험 대처법 등이 적힌 안내문을 나눠주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
가리봉파출소는 매주 수요일과 금요일 밤마다 외국인자율방범대와 ‘옌벤 거리’를 합동순찰한다. 외국인자율방범대에는 34명의 중국동포가 있다. 이 지역에 5~6년 거주한 이들부터 한국에 온 지 1년도 안 된 사람도 참여한다.
외국인자율방범대장을 5년째 맡고 있는 김용운(56)씨는 중국 지린성 출신 동포다. 6년 전 한국에 와서 지금은 직업소개소를 운영한다. 김씨는 “한국 법과 문화를 잘 모르는 동포들이 별것 아니라는 생각에 폭력을 휘두르는 경우가 많았지만, 지금은 ‘범죄를 저지르면 나만 손해’라는 인식이 퍼져 많이 좋아졌다”고 했다.
순찰은 붉고 화려하게 불을 밝힌 중국음식점이 즐비한 시장통을 시작으로, 가로등 불빛이 잘 닿지 않는 으슥한 벌집촌 골목까지 빠짐없이 진행됐다. 순찰대는 만나는 중국동포들마다 인사를 나눴다. 중국어와 한글로 ‘음주소란·단순폭행도 벌금형에 처해진다’, ‘기초질서를 준수하자’는 내용이 적혀있는 유인물을 돌렸다. 중국동포들이 자주 찾는 식당이나 상점도 꼼꼼하게 챙겼다.
2012년 ‘오원춘 사건’에 이어 최근 발생한 수원 토막살인 사건도 중국동포의 범행으로 드러나자, 중국동포 등 이주노동자 강력범죄에 대한 시민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하지만 막연한 불안감에 견줘 실제 범죄통계는 ‘차분’한 편이다. 경찰대 치안정책연구소가 펴낸 ‘치안전망’ 보고서를 보면, 2012년을 기준으로 외국인 범죄자 비율은 1.9%로 내국인(4.2%)의 절반에 미치지 못한다. 하지만 살인·강도·성폭력·폭력 등 강력범죄는 최근 4년간 증가 추세다. 끔찍한 일부 사건이 언론에 대서특필되는 것도 외국인 범죄에 대한 불안감을 키운다.
중국동포들도 이런 강력범죄에 걱정이 크다. 범죄의 표적이 될 수 있다는 걱정에 더해 자신들에 대한 ‘편견’이 커지는 것에 대한 우려다. 가리봉동 거리에서 만난 이아무개(45)씨는 한국에 온 지 3년째다. 이씨는 “수원 사건 발생 뒤 한동안 으슥한 골목을 지날 때면 나도 모르게 소름이 돋았다”고 했다. 지린성 훈춘에서 온 지 4년 됐다는 전아무개(47)씨는 “한국에 왔으면 돈이나 열심히 벌고 갈 것이지, 왜 그렇게 범죄를 저지르고 사는지 한심하다”면서도 “범죄를 저지르는 이들은 극히 소수인데 동포 전체가 욕을 먹고 있어 안타깝다”고 했다.
‘외국인 밀집지역=우범지역’이라는 시각은 이 지역에 사는 한국인에게도 불만이다. 10년 넘게 중국인 식료품점을 운영하는 한 업체 사장은 “‘가리봉동에서 위험해서 어떻게 사느냐’는 말을 자주 듣는데, 언론이나 다른 지역 사람들이 만들어낸 편견이다. 최근에는 동포들 가운데 자리잡고 사는 사람들이 늘어서 치안이 좋아졌다”고 했다.
가리봉파출소에서 3년째 중국동포들을 전담하는 진봉범 경위는 “중국동포에 대한 편견보단 두 문화가 마찰 없이 공존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범죄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진 경위는 “한국 법에 대한 감수성을 높이기 위한 꾸준한 계도와 설득이 필요하다”고 했다.
한겨레
[필수입력] 닉네임
[필수입력] 인증코드 왼쪽 박스안에 표시된 수자를 정확히 입력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