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월 초닷새날, 이른아침부터 단잠을 깨우며 따닥따닥 폭죽소리가 요란하다. 저러다 재물신이 오히려 놀라 달아날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중국에서는 악귀를 쫓고 재물운을 가져다준다는 폭죽놀이로 새해를 맞이한다. 올해 폭죽이나 꽃불을 사지는 않았지만 여전히 창밖으로 밤하늘을 환히 빛내는 이웃들의 꽃불을 실컷 구경할수 있었다.
어렸을적 담배 한대에 불을 붙이고 사촌오빠들 꽁무니를 쫓아다니며 폭죽을 터뜨리던 생각이 새록새록 난다. 미처 뿌리기도전에 터져버려 손이 얼얼했던 느낌도 지금까지 생생하다. 실은 잔뜩 겁에 질렸으면서도 내 손에서 뿌려져나간 폭죽이 멀리서 터지는 순간 꺄르르 자지러지군 했지. 맞다, 그때 겨울에 빼놓을수 없는 묘미는 폭죽이였다.
꽃불의 유래는 봉화였다고 한다. 전쟁터에서 사용되던 화약이 놀이의 수단으로 바뀌였다는것이 참으로 흥미롭다.
중국에서 제사를 비롯한 명절의 여러가지 번거롭던 전통은 거의 모습을 찾을수 없을 정도로 쇠퇴했는데 유독 폭죽만은 변함이 없다. 소음, 공기오염, 화재 등 여러가지 원인때문에 폭죽사용을 제한하고있지만 전통풍습이 하루아침새에 사라질리는 만무하다.
폭죽을 터뜨리는것에 대한 찬반론난은 그것의 뿌리깊은 력사만큼이나 뜨겁다. 민족적인것, 전통적인것은 무턱대고 비난할것이 아니라 존중해야 한다는 도리쯤은 알고있다. 폭죽소리가 없는 설명절이란 어떤이들에게 장미없는 발렌타인데이에 버금갈테니깐.
그렇다면 설날폭죽도 지정된 곳에서 지정된 시간대에 터뜨리면 좋지 않을가 하는 생각이 든다. 개인적인 행위가 아니라 어떤 집단적행위로, 정부적차원에서 하나의 축제로 조직되였으면 좋겠다. 부르하통하 강변에서 규모있게 터뜨리면 볼거리도 생기고 연길시내 잡귀들도 집단도주할것 같은데.
일본의 꽃불놀이를 보라, 해마다 7, 8월이면 일본 전역에서 다양한 꽃불축제가 열리는데 한여름밤의 하늘을 가득 수놓는 꽃불들은 혐오감을 자아내기는커녕 관객들에게 평생 기억에 남는 추억을 안겨준다. 꽃불축제는 지역교통이 마비될 정도로 인파가 몰리며 지역경제에도 도움이 된다.
님도 보고 뽕도 따면 여간 좋으랴. 전통도 살리고 타인도 배려하는 타협점은 꼭 있을것으로 간주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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