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연합뉴스) 강영훈 기자 = 전국을 공포로 몰아넣었던 경기 수원 팔달산 토막살인 사건이 26일 발생 1년이 된다.
박춘풍(55·중국 국적)은 지난해 11월 26일 수원시 팔달구 매교동 자신의 집에서 동거녀 김모(48·중국 국적)씨를 살해했다.
그리곤 팔달구 교동에 월세방을 얻어 시신을 옮긴 뒤 훼손해 팔달산 등 경기지역 곳곳에 유기했다.
특히 귀가 중인 20대 여성을 성폭행하려다가 살해한 뒤 시신을 훼손한 오원춘 사건 충격의 여파가 채 가시기도 전이어서 박춘풍의 범행은 공포로 확산됐다.
수원시는 '안전한 도시'를 만든다며 종합안전대책을 서둘렀고, 이제 그 성과물이 나타나고 있다.
◇ "지금도 밤길이 두렵다"…주민 불안 여전
교동 주택가는 1년 전과 비교해 많은 변화가 찾아왔다.
마치 거미줄처럼 골목길이 이어진 형태는 그대로였지만 집집마다 태양광 건물 번호판이 설치되고 전봇대마다 최신형 CC(폐쇄회로)TV가 걸려 있다.
골목길 벽면에는 벽화가 그려졌고 주변으로는 LED 조명이 달린 가로등과 보안등이 들어서 1년 전과는 확연히 달라진 모습이었다.
그러나 주민들의 불안감은 여전했다.
주민 A(48·여)씨는 "사건 후 1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불안하다"며 "주택가라 쓰레기를 집 앞에 내놓는데, 검은 비닐 봉지만 봐도 오싹한 느낌이 든다"고 털어놨다.
B(60·여)씨는 "주민들이 산책 코스로 즐겨 이용하던 팔달산과 수원천 변으로는 잘 가지 않는다"고 전했다.
박이 시신 훼손을 위해 임시 거처로 이른바 '달방'을 얻은 주택에는 지금도 '월세방 있습니다'라는 안내문이 걸려 있다.
교동 지역은 수원역이 가깝고 월세방이 많아 중국 동포들이 몰렸던 곳이지만 사건 이후 사정이 달라졌다.
부동산 중개인 C씨는 "집주인은 중국 동포 세입자를 들이지 않겠다고 하고, 사람들은 교동 지역에 들어오지 않다 보니 월세방조차 잘 나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 수원시 '안전마을' 추진…CCTV·보안등 확충
수원시는 지난 2월부터 '종합안전대책' 추진에 나섰다.
올해 종합안전대책 51개 사업에 194억원을, 앞으로 3년 간 500여억원의 예산을 추가 투입한다.
우선 사건 해결의 효자 노릇을 하는 CCTV의 경우 올해 1천69대를 증설한다.
이 사업은 마무리 단계다.
수원시는 CCTV 4천657대를 가동, 통합관제센터에서 24시간 모니터링 체계를 갖추고 이상 상황이 발생할 경우 경찰과 공조한다.
수원시는 1천대 이상의 CCTV를 추가 설치하고, 화소가 다소 떨어지는 CCTV 625대는 내년 전면 교체하는 등 '감시의 눈'을 늘리는 데에 아낌없이 투자할 방침이다.
도시를 환하게 밝히는 '선샤인 프로젝트'의 일환인 LED 조명 설치도 꾸준하다.
올해 들어 가로등과 보안등 2천518개, 도로명 번호판은 656개가 LED등으로 새로 설치되거나 정비됐다.
수원시는 이 같은 시설을 토대로 매교동과 송죽동에 '안전마을'을 조성했다.
매년 2∼3개 동씩 늘린다는 계획도 세웠다.
이와 별도로 오원춘 사건이 난 수원시 팔달구 지동은 이미 '따복안전마을'로 선정됐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셉테드(CPTED)에 기반한 마을 조성은 범죄자의 범행 의지를 꺾는 것은 물론 지역주민들의 두려움 수준을 감소시키는 데 큰 도움이 된다"며 "경찰의 '전문가 주의(Professionalism)'에서 주민들의 '지역사회 경찰활동(Community Police)'으로 치안 관련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고 설명했다.
수원시 관계자는 24일 "지난 2개월 간 모든 동네를 돌며 2천여 명을 상대로 안전교육과 설문조사를 실시했으며 그 결과를 대책에 반영할 방침"이라며 "수원 3개 경찰서와는 이미 협력체계를 구축해 강력범죄에 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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