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한동포사회의 어제와 오늘 (흑룡강신문=서울) 정명자 김동파 기자=한국 서울 영등포구 대림동은 많은 중국동포들이 터를 잡고 사는 곳이다. 일부 영화에서 '범죄의 도시'로 묘사되면서 많은 오해를 사기도 했다.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았다. 대림동은 '코리안 드림'이 살아 숨 쉬는 희망의 터전이었다. 한국내 체류 외국인 84만 1308명중 중국동포는 70만2932명(83.5%, 한국국적 취득자포함)명으로 2009년 37만명에서 8년 만에 2배 가까이 늘었다. 1992년 한중수교 후 조선족이 한국에 본격 류입된지 26년째인 오늘날 한국지역경제에 "동포가 없으면 우리 경제가 굴러가지 못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중국동포의 메카(발원지), 가리봉동서 대림동으로 대림동이 처음부터 중국동포들의 메카였던 것은 아니다. 1992년 한중수교 이후로부터 공장이 밀집한 구로구 가리봉동이었다. 가리봉동의 우마길, 70~80년대 구로공단 시절엔 가리베가스로였던 지금은 연변거리로 불리운다. 연변거리는 원래 옛 구로공단 시절 공장 직원들이 빼곡히 모여 살아 '벌집촌'이라 불리던 동네였다. 이후 1990년대 공단이 쇠락되고 직원들이 하나둘 떠난 자리에 우리 동포들이 모여들면서 '연변거리'가 형성되었다. 당시 다른 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방값이 저렴한데다 일자리가 많은 수도권 곳곳의 일터로 통하는 지하철 2호선을 이용하기 편리한 것이 그 이유다. 하지만 2000년대 들어 가리봉동이 재개발 되면서 중국동포 상당수가 지하철로 한 정거장 거리인 대림2동으로 하나둘씩 이주를 시작했고 2005년부터 급격하게 성장하기 시작했다. 하여 대림동에 동포들이 점차 몰려들면서 이들을 대상으로 한 상업단지가 생기고 현재 '한국 속 작은 중국'으로 불리운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2017년 기준으로 대림2동에 거주하는 외국인은 1만 3398명, 가리봉동 9045명으로 나타났다.
대림동에서 14년을 살아온 장씨(녀,59) "대림동이 중국동포들의 확실한 상권이자 생활터전이 됐다"면서 "우리 동포들은 한국내 사람들이 하기싫어하는 일을 하면서 경제력을 갖춘 당당한 구성원으로 한국사회에 기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대림동에서 10년 가까이 생활해온 서씨(녀, 53)는 "대림동은 중국동포들의 '만남의 광장'이다"면서 "명절이되면 전국 각지에서 고향(중국)대신 대림동을 찾아 옛 친구도 만나고 고향 전통음식도 즐기면서 연휴를 보낸다"고 말했다. 한국어보다 중국어가 더 편한 곳 대림동에서는 한국말보다 중국말이 훨씬 잘 통했다. 중국인이 직접 운영하거나 십중팔구 중국인(한족) 종업원이 상주하는 상점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아예 한국어를 못하는 상인도 많았다. 대림중앙시장에 들어서니 중국 길림성 연길의 시장과 매우 비슷한 분위기가 느껴졌다. 시장에서 마른명태, 짝태, 소힘줄무침, 도라지무침 등 여러가지를 팔고 있었다. 다만 다른점이라면 조선족 자치주인 연변에서는 간판에 한국어와 중국어를 함께 적는 게 의무인데, 대림에는 중국 곳곳에서 모여온 다른 지역 출신도 섞여 있어서 그런지 간판에 중국어만 적혀 있다는 점이었다.
대림중앙시장 안쪽에 들어서니 독특한 스티커가 붙은 양꼬치집이 나왔다. 15초 길이의 영상을 올리고 공유하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 '틱톡'(抖音)의 아이디였다. 중국동포인 사장 김경희(35)씨는 "'伍哥'가 저의 남편이 소유하고 있는 틱톡인데 현재 중국에서도 왕훙으로 불리울만한 250만명의 구독자를 보유하고 있다"며 "구독자들도 이 플렛폼을 통해 가게에 찾아오는 분들이 점점 늘어나는 추세이다"고 말했다. 김씨는 2015년 가족과 함께 한국으로 넘어와 금천구 시흥동에서 양꼬치집을 하다가 2년 전 이곳으로 옮겼다고 했다. 현재 가게는 시댁 식구와 함께 운영하고 있다. 김씨는 "시흥동은 손님 대부분이 한국인이고 대림동은 90%가 중국인"이라면서 "임대료는 시흥보다 3배 높지만 생활하고 장사하는 건 여기가 더 편하다"고 했다. 김씨의 사례처럼 최근 중국동포 사이에서는 '기러기 이민'보다 가족 단위 이민이 늘고 있다. 대림동 내 공원 곳곳에서도 조부모가 어린 손주들과 놀아주는 모습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김숙자 재한동포총연합회장은 "최근 몇 년 사이 부부가 자녀와 함께 오는 가족형 이민이 많아졌다"면서 "자녀 체류 조건이 완화되고 수속 비용으로 목돈이 들지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스마트폰과 디지털카메라의 대중화로 사라져 가는 '사진관'이 대림동에선 아직 활황이었다. 구직 이력서에 쓸 증명사진이나 체류증명서 등에 쓸 가족사진을 찍는 중국동포가 주요 고객이다. 대림동에서 28년째 사진관을 운영 중인 한국인 김모(59)씨는 "중국동포들이 명절이나 가족의 생일에 모여 단체로 사진을 찍으러 오는 경우가 많다"면서 "각지에 흩어져 있다가 함께 사진을 찍고 나눠 가지는 모습을 보면 한국 사람들보다 더 가족친화적인 것 같은 느낌도 든다"고 말했다.
건물주로 성장한 동포들…이따른 문화차이로 인한 갈등도 시장을 빠져나가니 다세대주택과 빌라가 몰려 있는 주택가가 나왔다. 이곳의 부동산과 식당을 찾아 거주 실태를 물었다. 한 부동산 공인중개사는 "10여년 전부터 동포들이 들어오기 시작했고, 집주인을 제외하면 거주자 대부분 중국동포들이다"고 말했다. 한국내에서 동포들이 정착해서 친목까지 든든한 버팀목이 되는 재한동포총연합회 김숙자 회장은 "우리 동포들이 정착하기 시작한지 시간이 꽤 흐르면서 노동 종사 분야가 다양해졌다"며 "과거와 다르게 지금은 돈을 벌어 전체 빌딩을 사들여 유통업이나 무역등 자체영업을 하는 우리 동포들도 많다"고 귀띔했다. 이러한 현상들이 중국동포들은 이제 대림동에서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경제주체임을 표현해준다. 대림동에서 14년을 살아온 장씨(녀,59) "대림동이 중국동포들의 확실한 상권이자 생활터전이 됐다"면서 "우리 동포들은 한국내 사람들이 하기싫어하는 일을 하면서 경제력을 갖춘 당당한 구성원으로 한국사회에 기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중국동포들이 워낙 많이 살다 보니 문화 차이로 인한 갈등도 없지 않았다. 쓰레기 무단투기 문제와 길거리 흡연이 대표적인 갈등 요소다. 거리 곳곳에는 중국어로 "쓰레기를 버리지 말라"는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김숙자 재한동포총연합회장은 "한국에 정착한 동포들을 위해 일정한 시간내 한국문화교육도 시키고 있다"면서 "하지만 단기비자(한족)젊은 년령층의 동포들이 늘어남에 따라 언어소통문제로 주변 거주민들에게 불편을 가져다 줄 때가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문제 때문에 경찰도 이들에게 한국국내법 규정과 한국문화를 알리는 교육에 열중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외국인 범죄율은 한국내국인보다 낮지만, 문화 차이로 인한 갈등이 존재하고 우범지역이라는 인식이 아직 남아 있어 치안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영등포경찰서와 대림파출소는 중국어가 유창한 한국인을 특별 채용해 주민과의 소통에 각별히 신경을 쓰고 있다. 동포들로 구성된 자율방범대도 1주일에 3번씩 순찰을 한다. 경찰 관계자는 "같은 동포가 순찰을 하면 설득이나 훈방에 더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대림동에서 자양으로…영토 넓히는 동포들 최근에는 대림동을 제외한 서울 광진구 자양4동에도 중국동포들이 몰리고 있다. 성동구 성수동 공단 주변에 저렴한 주거지가 많고, 건국대와 한양대에 중국 유학생도 많기 때문이다. 지하철 2,7호선이 동시에 지난다는 점도 대림동과 비슷하다. 광진구는 2011년 건대입구 주변을 특화거리인 '중국문화음식의 거리'로 지정했다. 이 거리는 통상 '양꼬치 거리'로 불린다.
자양동은 대림동과 달리 '먹자골목'에 가깝다. 주요 고객도 중국동포보다 한국인이 많다. 2001년부터 자양동에서 경성양꼬치(京城羊肉串)집을 운영 중인 박길자(47)씨는 "처음에는 자양동 먹자거리도 지금처럼 번화하지 못하고 식료품점 2곳뿐이었지만 3~4년 전부터 양꼬치, 마라탕 등 중국 음식점으로 거리가 활발해졌다"며 "주요하게 자양동 일대에 살고 있는 중국 동포나 중국인을 주타깃으로 했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젊은층을 중심으로 한 한국인들이 몰리기 시작했고 현재는 손님 대부분을 이루고 있다"고 말했다. 자양동에서 4년째 살고 있는 한 중국동포는 "처음 오는 사람들이 거의 대부분이 대림동으로 많이 간다"면서 "하지만 한국 생활이나 문화교류에 더 익숙한 많은 동포가 자양동으로 넘어오고 있다"고 전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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