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룡강신문=하얼빈)정명자 김동파 기자=얼마전 서울 영등포구 대림동의 이 초등학교를 찾아갔을때 운동장에서 뛰여노는 아이들이 한국말과 중국말을 섞어 대화하고 있었다. 바로 전교생 대부분이 중국동포라고 알려져 유명세를 탄 대동초등학교다. 또 서울 구로구 가리봉동 영일초등학교에도 50%이상이 중국동포인것으로 알려졌다.
대동초등학교와 영일초등학교는 겉으로 보기에 다른 한국내 초등학교와 크게 다를 바 없었다. 학생들은 학급별로 나뉘어 수업을 받다가 쉬는 시간에는 요란해졌고, 겉보기엔 중국동포와 한국인 학생이 구별되지도 않았다.
1980년 문을 연 대동초등학교는 4~5년 전부터 중국동포 학생들이 급격히 늘었다. 2015년에 절반 이하였던 '다문화'(국제결혼 및 외국인 부모) 가정은 올해 기준으로 전교생 445명 가운데 318명(71.5%)에 이른다. 이 가운데 중국 국적 부모의 비례는 95%였다. 중국동포 302명(67.9%), 한국인 127명(28.5%), 동남아 등 기타 다문화 자녀 16명(3.6%)으로, 전교생이 중국동포라는 소문은 사실이 아니였다.
학년별 다문화 자녀의 비률은 1학년 77%, 6학년은 62%로 저학년일수록 높았다. 병설유치원도 다문화 자녀가 73%를 차지하고 있다. 이런 배경에서 대동초는 2014년 일찌감치 서울교육청이 지정하는 다문화 중점학교 및 예비학교로 선정돼 한국어 교육과 생활 적응 교육, 문화 교육을 하고 있다.
다문화 자녀의 '한국학교' 적응에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보다 언어다. 학교도 한국어 교육과 관련해 가장 많은 신경을 쓰고 있다. 우리말에 서툰 어린이는 한국어 교육을 위한 '예비학교'를 거친다. 현재 전체 다문화 아동의 10%가량인 30여명의 학생이 수준에 따라 2개 학급으로 나뉘어 일주일에 5시간에서 10시간씩 한국어를 배우고 있다.
영일초등학교가 중국동포를 포함한 다문화가정 학생이 절반에 이를 뿐 아니라 서울시 교육청으로부터 문화소통세계시민양성 연구학교로 지정되였다. 영일초등학교에서는 방과후 '돌봄교실'이라는 학급을 전문적으로 개설해 수업시간 한국어를 잘 알아듣지 못하는 어린이들에게 한국어 교육을 한다. 여기에 한 중도입국한 자녀 A양은 이 '돌봄교실'에서 2개월간 교육을 받고 수업을 곧 잘 따라가게 되였으며 6개월후엔 정상으로 학교 과당 수업을 받게 되였다고 한다.
지난달 8일 영일초등학교 운동장에서 서로 한국말로 대화하는 학생에게 출생지를 물었더니 한 명은 한국, 다른 한 명은 중국이라고 답했다. 중국에서 태여나 유치원에 입학할 때쯤 한국으로 넘어온 4학년 A양은 "중국에서 왔다고 말하기 전까지 친구들이 전혀 눈치채지 못했고, 그런 사실을 알고도 대하는 게 달라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또 5학년 B양은 "우리반에 저 외에도 중국애들이 몇이 돼요. 하지만 평소 수업을 할 때나 하학후 놀 때나 하나도 다른점이 없이 한국애들이랑 똑같아요." 라고 말했다. 이와 같이 이 학교 학생들은 누구나 중국동포임을 밝히는 것을 전혀 꺼리지 않았다.
대동초 유원연 교감은 "예비학급에 소속돼 있어도 학급 적응을 위해 예체능처럼 언어의 제약이 덜한 과목은 원래 학급에서 가르친다"고 설명했다. 아이들은 보통 6개월에서 1년이면 수업을 따라갈 만큼 한국어를 곧잘 하게 된다.
물론 예비학급을 거쳐도 한국어로 이뤄지는 수업을 완벽하게 따라가는데는 한계가 있다. 한국의 문화와 력사와 관련된 배경지식이 부족해서다. 맞벌이가 많은 다문화 가정의 특성상 집에서 따로 공부를 봐주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영일초등학교 5학년 학생은 "중국에서 공부를 잘하던 친구가 잘 적응하지 못해 돌아간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수업 내용을 통역해 주는 이중언어 교사가 수업 중간에 투입된다. 현재 대동초에서는 3명의 교사가 1개 학급에 1주일에 1시간씩 들어간다.
한국어나 기초교육 수준이 다양하다보니 교사들은 지도에 어려움을 호소한다. 한 전직 교사는 "수업 내용을 전달하는 데 더 신경을 써야 하고 가정통신문도 중국어 번역본을 제공하는 등 업무가 많은 편"이라고 전했다. 또 다른 학교 관계자는 "선생님이 혼을 냈는데 아이가 갑자기 중국어로 말하거나 반말을 해 당황한 경험도 있었다"고 말했다.
교사와 학부모사이 소통도 쉽지 않다. 한국어로 말하는 것은 류창해도 한글을 읽지 못하는 부모도 있다. 이럴 땐 오히려 아이들이 교사와 부모 사이에서 통역사로 나선다. 대동초는 최근 학교운영위원회에 외국인 부모가 참여하기 시작했다. 최영남 교장은 "학운위에 중국동포 부모들이 일부 참여해 궁금한 점이나 의견을 내놓는다"면서 "이분들을 통해 다문화 가정의 요구를 파악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 구로구 가리봉동 영일초등학교 운동장에서 한국과 중국국적 학생들이 어울려 야구수업을 하고 있다./정명자 기자
공부는 어렵지만 다문화 아이들이 소외감을 느끼는 일은 없다는 게 학생과 교사들의 공통된 얘기다. 한 2학년 학생은 "태여날때부터 한국에서 태여나 언어상 교류는 문제가 안된다"면서 "중국 친구들과의 소통에 어려움은 없다"고 했다. 차별 없는 분위기가 유지되고 한국 적응을 돕는 교과 과정이 도입됐다는 입소문이 나면서 대동초는 중국동포 사이에서 '명문 학교'로 떠올랐다. 한 동포 학부모는 "아이가 학교생활에 만족해 부모들도 만족하고 있다"고 했다.
다문화 학생이 중심에 놓이면서 학교는 중국어 능력자가 많은 환경을 장점으로 살리고, 한국 학생들도 그런 장점을 누리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 그중 하나로 래년부터 중국어를 1학년부터 교육 과정에 넣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최 교장은 "중국어를 배우러 외국으로 나가는 시대에 학교에서 중국어를 배우고, 중국 문화도 이해하는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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