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장사의 최고대목인 요즘 연길시 번화가에 자리잡은 “호리래”, “부리래”와 같은 브랜드빵집은 빵사러 온 손님들로 문전성시를 이루지만 골목빵집은 휑뎅그렁하기만 하다.
대량생산과 획일화의 가치를 휘두르는 요즘 대형기업 가맹점 빵집의 위세에 밀렸음에도 정성을 넣은 갓 구워낸 윤기 자르르한 빵으로 동네고객들의 입맛을 사로잡은 동네빵집이 있다.
연길시 신풍 3대에 위치한 “시은빵집”, 다양한 빵들, 게다가 값도 착하다. 도심과는 거리가 먼 외진 곳이지만 손님들의 발길이 끊기지 않는다.
“빵 한개 만드는 시간이 두시간이 걸려도 제대로 만들자는 신조로 꿋꿋하게 버티고있습니다”
이 가게 주인 최철우(39살) 제빵사이다.
어려서부터 유난히 빵을 즐겨먹었던 그는 커서 자신의 두손으로 직접 맛있는 빵을 만들어 손님들에게 맛보일수 있는 빵가게를 차리는게 꿈이였다. 그래서 미국 사이판 13년 타향살이동안 제빵사라는 외길인생을 택했다.
쉽지만은 않았다.
“밀가루를 반죽해서 그냥 구워내면 무조건 빵이 되는게 아니더라고요”
최철우씨는 빵집에서 아르바이트를 시작하면서 어깨너머로 제빵기술을 익히기 시작했다. 새벽 일찍 남보다 먼저 출근해 조리법을 달달 외우다싶이하는건 물론 퇴근후에도 주방에서 쪽잠을 자가며 빵을 수없이 구워냈다. 아무리 힘들어도 고향으로 돌아가 빵집을 차릴 생각에 마음만은 늘 흐뭇했단다.
지난 2010년 귀국하자 바람으로 그는 연변대학부근의 11평방메터 남짓한 가게를 세맡고 빵장사를 시작했다. 빵맛엔 그 누구보다도 자부심을 가졌던 그였지만 온갖 판촉전략으로 무장한 대형기업 빵집들과 맞서기에는 그의 구멍가게는 초라하기 그지 없었다. 1년동안 동분서주했지만 결국은 그의 정성이 녹아있는 빵가게 문을 닫을수밖에 업었다.
“느리게 만들고 화려한 기교도 없지만 내 가족이 정말 시름놓고 먹을수 있는 빵을 만들겠다는 마음은 변하지 않았습니다. 돈을 적게 벌더라도 정말 맛있는 빵으로 승부하고싶습니다”
자부심으로 시작한 빵집이 외면을 당해도 우직함 하나로 꿋꿋하게 버틴 그였다.
지난 2012년 우연한 기회에 사이판 빵가게에서 쭉 인연을 맺었던 량해순(30살)씨와 의기투합해 “시은빵집”을 차리게 됐다.
“재료가격이 올라도 저희가 사용하는 팥이나 야채 속을 줄이는 일은 없습니다. 항상 처음 했던 대로 똑같이 하려고 노력합니다”
안심하고 먹을수있는 먹을거리를 찾는 소비자의 욕구를 만족시키고 정직한 빵을 만든다는 자부심이 가득한 최철우, 량해순씨이다.
제철 식재료와 신선한 재료로 만들어져야 하는것은 당연하다. 팥소 하나도 정성을 기하는 이들이다. 대부분 빵집에서는 시중에서 파는 팥소를 쓴다고 한다. 하지만 이들은 방부제때문에 질좋은 팥을 사다가 직접 끓여서 소를 만든다. 그러다보니 한번 들렀던 손님들은 이젠 단골이 되였다. 요즘처럼 물가가 불안정할 때에 싼값에 맛있는 빵을 살수 있으니 기쁘다. 가끔 손님들이 맛있게 빵을 먹었다는 이야기를 들을때 이들은 보람을 느낀다.
동네고객들의 입소문을 타면서 얼마전부터는 연길시2중, 연변1중, 연변과학기술대학의 슈퍼마켓과도 계약을 맺고 판매되고있다. 빵을 사먹으러 연길시 흥안에서 찾아오는 단골손님도 있단다.
“빵외에는 관심이 없습니다. 앞으로 더 맛있는 빵을 만들기에 노력해야죠”
바쁜 일상 속, 느리지만 정직하고 작지만 건강한 곳, 골목에 있는 작은 빵집에서 이웃들이 서로 인사를 나누는 한켠에서 최철우, 량해순씨의 빵 굽기는 계속된다.
글·사진 신연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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