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넘게 방 “한자리”를 든든히 자리잡고있는 재봉틀을 볼때마다 당장 내다버리고싶은 마음이 굴뚝같지만 번마다 엄마한테 제지당한다. 30년을 “부려먹은” 고물인데다 이젠 엄마의 안질까지 어두워져 더 이상 제구실을 못하게 되였지만 엄마 마음속엔 여전한 애용지물인가보다.
“할머니가 남겨준것인데 어찌 버리겠니!”
아버지와 신혼살림을 차리면서 할머니가 차려줬던 유일한 가정기물이란다. 재봉틀, 벽시계, 자전거를 마련하는것이 당시 신혼부부들의 로망이였다는 시대에 엄마는 재봉틀하나 갖춰준것만으로도 오래오래 감사해하며 알뜰살뜰 살림을 해왔다.
엄마가 손발을 분주히 움직이며 재봉틀로 솜바지나 저고리들을 만들때마다 곁아 앉아 목을 길게 빼들며 초조하게 기다렸던 그 시절, 식구들 옷을 번갈아가며 지을때마다 서로 자기옷 먼저 만들어라며 옴니옴니했던 그 시절, 또 그렇게 만들어진 옷을 받아 입고나면 온식구가 이쁘다고 엄지를 치켜주던 그 시절, 우리는 옷을 만들어주는 엄마로 행복해했고 돌아가는 재봉틀 소리에 행복해했다.
생활이 풍요로와지면서 달랑 재봉틀 한대에 온집식구가 행복해하던 시절은 옛말로 되여버렸다. 다종다양한 가전, 가구에 집주인의 개성을 볼수 있는 참신한 인테리어까지, 아담하고 심플하게 꾸며진 신혼집들은 하나에 하나를 더해가며 감탄을 자아내고있다. 하지만 현대인들의 만족은 끝이 없다. 온갖 정성으로 꾸며논 집이라도 저도 모르게 다른 집이나 친구들 집과 비교하게 되고 또 무조건 부족한것 같은 기분이다. 집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전자제품들과 호흡하느라면 서로간의 대화도 줄어들고있다
예전과 달리 집안 곳곳에 옹기종기 모셔논 가전, 가구들, 예쁘게 꾸며논 우리 집들에 정녕 채워지지 않은거라면 그 어떤 물건이 아니라 주어진것에 감사해하고 고마운 마음으로 아기자기 살아가야 하는 마음가짐이 아닐가 !
봉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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