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도 1반에서의 수업을 끝마치고 나는 교탁우에 걸쳐놓은 수건에다 손에 묻은 분필가루를 습관적으로 문질러 닦았다.
그런데 갑자기 영란학생이 《선생님, 왜 내 수건에다 빨간 분필을 묻혔습니까?》라고 웨치는것이였다. 전 학급 학생들의 눈길이 일시에 나한테 쏠렸다.
《아차, 참으로 미안하구나. 그냥 책상 닦는 걸레인줄 알고...》 나는 난처한 어조로 말했다.
이왕이면 《괜찮습니다. 다시 씻으면 됩니다.》라고 말할줄 알았는데 영란이가 《선생님이 세면실에 갖고가서 깨끗이 씻어주세요.》 하고 당돌하게 말하면서 나의 팔까지 잡아끄는것이였다.
본의 아닌 나의 실수와 교원으로서의 체면따위는 영란이한테 안중에도 없었다. 나는 그애의 당돌한 언행에 흠칫 놀랐다. 나는 《당금 2반에 수업하러 가야 하니 방과후 씻어줄게.》라고 약속했다.
2반 수업이 끝나기 바쁘게 곧장 1반으로 가보니 대야에 담가놓았던 수건은 말끔해졌다.
나는 영란이를 보고 《수건이 깨끗해졌지요?》라고 되도록 자애롭게 물었다.
《안됩니다. 다시 빨아주세요.》 그애는 고려없이 억지를 부렸다.
《그럼 선생님이 아예 새것으로 바꿔줄가요?》 계속 상냥한 어조로 말했다.
사양할줄 알았는데 그애는 한치의 양보도 없이 《꼭 고운 수건을 갖다주세요.》 하며 다짐이라도 받으려는 어투로 말하였다.
나는 어이없어 수건을 가지고 교실문을 나왔다.
저녁에 집에 있는 새 수건을 찾아 챙기면서 오늘 일을 곰곰히 생각해보았다.
영란이는 학급의 20명 학생중에서 학습성적이 차한 편이다. 평소 수업시간에 엎드려있거나 사담으로 수업에 집중하지 않았고 숙제도 대충대충 해왔다. 하여 화학시험 점수는 줄곧 락제선에서 맴돌았다. 너무 안타까와 몇번 원인을 분석해주면서 개진하여 노력할것을 건의하였다. 다른 애들은 이런 경우 고마움에 군소리없이 접수하지만 영란이만은 특수하였다. 교원의 진정어린 한마디에도 열마디의 토를 달군 하였다. 무작정 하는 말대꾸는 나쁜 버릇이라고 일깨워주었지만 번마다 별로 변화가 없었다.
이처럼 유별난 이 학생을 어떻게 전변시킬가?
이튿날 아침 나는 여느때보다 20분 일찍 출근하여 영란이를 찾아 어제 있은 일을 교류하였다.
영란이는 내가 학습에서 자기를 관심해주는 태도에 허물없이 어리광을 부리고싶어서 그랬다고 한다. 조금은 황당했지만 외국에 돈벌이를 떠난 부모와 오래동안 떨어져 살다보니 마음속의 고충을 나눌 상대도 없는 사춘기 영란이한테 다소 리해가 갔다. 한편 여직껏 말로만 관심해준 자신이 부끄러워났다. 나는 영란이한테 다가가서 두손을 잡아주며 미안하다고 사과했다. 그애도 고개를 떨구면서 선생님을 존중하지 않고 억지를 부린 자신의 처사가 과분했다며 사과하는것이였다.
영란이는 내가 건네주는 새 수건을 사양하였다. 《엄마가 사준, 선생님의 사랑이 묻은 수건이 더 좋습니다.》 하면서 깨끗이 씻어놓은 자기 수건을 받아갔다.
그후 우리는 무척 친해졌다. 나는 가끔 점심식사도 함께 하면서 《너그러운 엄마의 마음》으로 영란이와 허물없이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면서 《엄마의 사랑》을 느낄수 있도록 각별히 관심해주었고 점심보도로 학습을 도와주기도 하였다. 자료값을 제때에 바치지 못하여 나한테 도움을 청할 때에는 서슴없이 도와주기도 하고.
관심과 사랑은 헛되지 않았다. 영란이는 점차 수업에 엎드려있거나 사담하던데로부터 수업학습에 열중하기 시작했고 숙제도 참답게 완성했다. 애들과도 잘 어울리면서 화학문제도 열렬히 토론하군 하였다. 나는 시기를 틀어쥐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칭찬은 고래도 춤을 추게 한다》고 영란이는 재빠른 진보를 보였다. 요즘은 화학 소측험에서 72점이나 맞았다. 나는 그날의 시험지에 《참 잘했구나. 계속 힘내자!》라는 희망의 메시지를 적어주었다. 사소한 일이였지만 그애는 매우 자랑스러워하였다.
정은 나누어야 느낄수 있는것이다. 그애는 자기 생일날에 알록달록 여러 종류의 사탕을 나에게 선물하였다.
출국바람에 현재 조선족학교들마다 결손가정 학생들이 다수이다. 그애들은 부모들의 사랑을 갈망하고있다. 교원들은 교육부담이 크지만 학생들을 자식처럼 대한다면 그들은 심신건강히 옳바르게 성장할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나는 더욱 많은 《영란이》들에게 엄마다운 사랑을 듬뿍 주리라 다짐한다.
○돈화시제2중학교 문상숙
길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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