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련습중인 박락헌, 김원철, 심치원 로인.(왼쪽으로부터)
“자작나무 푸른하늘 남풍, 목련이 피는 저 언덕 북국의 아아 북국의 봄...”
겨울을 저 멀리 뒤쳐놓고 우리 옆에 성큼 다가온 봄을 반기기라도 하듯 “북국의 봄”노래가 연변영예원 앞마당에서 유유히 울려퍼진다. 16일 오전, 약속이나 하듯 헌팅캡을 쓴 평균년령이 87세가 되는 꽃할배 3인방이 여느때와 마찬가지로 한자리에 모여앉아 목청을 풀고 있다.
이 중창대는 “농부가”, “밭갈이노래”, “공산당이 없다면 새 중국 없다네”, “사회주의가 좋아” 등 항미원조가요, 토지개혁때 노래, 연변을 열애하는 노래, 나라사랑노래, 조선어, 한어, 일어... 말그대로 시대불문, 쟝르불문, 언어불문이다. 보고 있는 “노래교과서”는 약품설명서 뒤면에 한글자한글자 손으로 빼곡히 적은 가사이다. 약품설명서 혹은 2면지 뒤면에 적은 가사종이가 20여장이 된단다.
봄을 맞아 요즘 봄에 맞는 노래를 새로 배웠다는 세 로인은 지난해 10월부터 근 반년동안 매일 노래련습을 견지하고 있다. 누가 시킨것도 아니고 공연이거나 시합에 나가기 위해서는 더더욱 아니다. “퇴직한 후 독창도 했었던 박로인은 늘 혼자서 노래를 불렀습니다. 그것이 시작이였습니다. 겨울철 실내가 너무 더워 밖에 나가 바람을 쏘이면서 우리 셋이 모여 시사도 토론하고 운동도 하다가 심로인과 나도 따라서 노래를 부르게 되였습니다. 눈이 와도 매일 1시간 반이상 견지했습니다.”고 상세히 소개하는 김로인은 언어장애가 왔다고는 믿을수 없을 정도로 대화가 류창했다. 말수가 적어 언어장애가 심했다는 심로인도 말하는 속도는 좀 느렸지만 소통이 무난했다. 이게 모두 노래련습을 시작한 후 뜻밖의 수확이라고 한다. “실외에서 노래를 하면서 숨을 크게 들이쉬고 내뱉다 보니 머리가 맑아지고 발음도 훨씬 좋아졌습니다. 가사를 기억해야 되기에 기억력도 좋아졌습니다.”
꽃할배 딱친구 3인방은 10대시절 류행가를 좀 불렀다는 박락헌(94세)로인, 단위활동때면 늘 노래 몇곡을 요청받았다는 심치원(86세)로인 그리고 젊은 시절 색소폰을 불기도 하고 무도장을 휩쓸었다는 김원철(81세)로인으로 이루어져있다. 각자 맡은 역할도 명확하다. “박교수”라 불리우는 큰 형님 박락헌로인은 이번에는 어떤 노래를 부를지 정하고 가사를 정리한다. “잠들기전에 가사를 한번 외우고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또다시 외우면 잘 외워진다”는 고급노하우도 아낌없이 전수한다. 점잖고 말수 적은 심치원(86세)로인은 팀내 폼잡기담당, 무게담당이고 가장 나이 어린 김원철로인은 막내답게 노래할때면 손박자도 치고 지휘도 하면서 분위기를 담당한다.
“우리는 친한 형제이고 딱친구입니다. 큰 형이 오히려 몸이 불편한 동생들을 챙겨주지요. 마음이 맞으니 함께 있는 시간이 늘 즐겁습니다. 한명이라도 빠지면 섭섭합니다.”세 로인은 한 마음으로 돈독한 우정을 자랑한다.
“우리는 그냥 노래가 좋아서, 노래를 부르면 젊어지는 같아서 노래를 계속해 부르는것입니다. 노래하면서 젊은 시절 생각도 나고 좋습니다. 뭐 큰것을 바라지는 않고 영예원에서 무슨 활동이 있으면 셋이서 절목 하나를 내올 생각입니다. 서는 위치도 이미 생각해놓았습니다.”라면서 세 로인은 언제일지 모를 데뷔무대를 꿈꾸고 있다.
연변일보 글·사진 한옥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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