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글로로고
고향이 그리울 때면 그림을 그린답니다
조글로미디어(ZOGLO) 2015년12월8일 15시41분    조회:3106
조글로 위챗(微信)전용 전화번호 15567604088을 귀하의 핸드폰에 저장하시면
조글로의 모든 뉴스와 정보를 무료로 받아보고 친구들과 모멘트(朋友圈)로 공유할수 있습니다.
향을 다시 찾은 박금숙 김창복 로인 내외분.

옛 인터뷰를 회고하면
 
《중국민족》잡지 2013년 2기에는 필자의 “하면 된다는 말을 팔순이 돼서야 실감하고 있어요” 란 제목으로 박금숙, 김창복 부부를 취재해 쓴 기사를 실은적이 있다. 그 내용을 요약하면, 1993년 정년퇴직을 맞은 박금숙, 김창복 부부는 시골생활을 정리하고 외동아들이 생활하는 북경에 오게 되였다. 2010년 박금숙 로인은 75세 되는 해 허리를 몹시 다쳐 바깥출입도 하지 못하게 되였다. 건강회복이 늦어지면서 로인의 정서는 날로 소침해졌고 식구들의 걱정도 날로 깊어갔다. 이를 지켜본 며느리는 그림을 그리면서 마음을 다른데 집착하면 혹시 허리 통증이 덜해지지 않을가 하는 제의를 해왔다. 평생 그림이라곤 그려보지 못한 고래희 로인이 웬 그림이냐. 몸도 마음도 쇠약해져 있는 상태에서 그림을 그릴수 있을가 주저하다가 화판을 마주한 박금숙 로인. 그런데 그림은 활력소마냥 그에게 무궁한 힘을 실어주었다. 이렇게 시작한 그림이 로인의 허리병을 낫게 했을뿐더러 그림은 그의 생명의 일부분으로 되였다.


 
얼마전 필자는 조선족로인실태를 조사하는 후배와 함께 박금숙 로인의 댁을 다시 방문하게 되였다. 박금숙 로인은 지금도 매일 거르지 않고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그런데 원래 명화가들의 그림을 모방하는 초보자 단계가 아니라 지금은 창작작품을 그린다고 한다. 그러면서 최근에 그린 장백의 미인송, 천지, 꽃피는 들판, 시골마을의 초가집, 그리고 시골학교 운동장에서 뛰노는 학생들을 그린 그림들을 내놓았다. 나이가 들수록 고향이 그리우며 고향생각이 날 때마다 그림을 그린다는 박금숙 로인은 자신이  생활해왔던 고향의 풍경들을 화폭에 담아내고 있었다.

그의 그림은 색채나 조형보다 이야기가 먼저 느껴졌다. 어디서 그림을 전문적으로 교육받은것도 아니고 누군가의 지도를 특별히 받은것도 아니지만 보는 사람들의 마음에 울림이 있었다.
로인의 따뜻하고 여유로운 마음을 담은 그림들을 보고 그림에 담긴 이야기를 듣노라니 마치 그가 살아온 전원마을과 근무했던 시골학교를 방문하는듯한 느낌이 들었다.
유리창으로 해빛 밝게 들어오는 교실, 교단에는 쌍태머리의 녀교사가 수업을 하고 조용히 강의를 듣는 학생들의 모습을 그린 그림이다. 쌍태머리 녀교사가 바로 금방 연변사범학교를 졸업하고 시골학교에서 교편을 잡던 젊은 시절의 박금숙 교사였다. 19살 나던 해인 1954년 그는 연변사범학교를 졸업하고 장백산아래 첫동네라고 불리는 안도현 만보향 홍기촌이란 무서운 산골마을 학교에 배치되였다.

“그때 대학을 졸업하고 안도에 배치받았다면 부끄러워 머리도 못들고 다녔지요. 안도가 얼마나 험한 고장이였으면 그랬겠어요. 만보향은 안도에서도 150리 떨어진 고장이였으니 더 말할나위도 없지요.” 곁에서 김창복 로인이 동을 달았다. 알고보니 김창복 로인도 동 대학 졸업생이였다.

어려운 조건하에서 두 사람은 마음을 단단히 먹고 교육사업에 뛰여들었다. 당시 쏘련 영화 “산촌의 녀교사”는 그들의 직업생애에 커다란 영향을 주었다고 한다.

 
박금숙 교사는 만보향소학교, 태평촌소학교를 거쳐 안도현실험학교에 전근되여 졸업 2년만에 교도주임으로 승진하였다. 그때 전 안도지구에 녀교도주임은 그를 포함해 2명밖에 없었다고 한다. 그는 1960년 25세에 입당하였다. 그때 입당하기는 하늘에 별따기와 같이 어려웠다고 한다. 그때 그는 우수 졸업생 대표로 모교인 연변사범학교에 초청되여 후배들에게 전공사상에 대한 강연을 하기도 했다.

북경생활 시작해서 20년만인 2013년 박금숙 로인의 남편 김창복 로인은 아들과 함께 고향 마을을 다녀왔다. 그번 걸음에 가장 의미있은 일은 그들 일가가 생활했던 고향집들을 모두 사진 찍어온것이였다. 다른 여건으로 동행하지 못한 박금숙 로인은 그 사진들을 보고 또 보았다.  꽃들이 집집의 담장아래 수줍게 피여있는 푸근하고 정겨움이 가득한 고향이다. 박금숙 로인은 그 격동을 화판에 옮기기 시작하였다. 그는 그냥 그림을 그리는 것이 아니라 고향에 대한 정을 그렸다. 오이가 주렁주렁 달리고 호박넝쿨이 지붕우를 타고 올라가고 아침이면 나팔꽃이 곱게 피고 저녁이면 개구리소리가 요란한 고향마을은 그의 그림에 생생하게 표현되였다.

박금숙 로인은 나이가 들면서 언제부터인가 부모님들을 그림에 담고 싶어졌다고 한다. 부지런한 농사군인 아버지는 농망기면 허리가 휘도록 일하다가는 농한기면 산에 올라 약재를 캐와 공소사에 가져다 팔면서 가난한 살림의 가장으로 어렵게 일생을 살아왔다는것이다. 그의 기억에 어머니는 농사일 외에 닭과 돼지를 기르는 마당 부업을 잘하기로 동네에 소문이 나있었다. 어머니를 떠올리면 돼지풀을 한아름 머리에 이고 마당에 들어서는 모습이라고 한다.
“골짜기에 쌓인 눈이 아직 녹지 않고 거친 북풍이 몰아치는 이른 봄부터 우리 아버지는 매일이다싶이 일밭에 나가기 시작했지요. 지금도 허허벌판에서 소를 몰아 밭갈이 하는 아버지의 모습이 눈에 밟힙니다.”

박금숙 로인은 아버지를 념두에 두고 그렸다면서 밭가는 농부의 그림을 꺼내보였다. 제대로 그리지 못했으니 화공이 일정한 수준에 달하면 꼭 잘 그리겠다고 했다. 이와같이 그의 그림은 구체적 삶에 뿌리를 두고 있어 보는 이들에게 더욱 가깝게 안겨오는것이다.

75세에 그림을 그리기 시작하여 마음속에 호기심을 품고 끊임없이 새로운것에 도전하는 박할머니. 미국의 모지스 할머니나 중국 하남성에 사는 “반고흐 할머니”와 같이 유명해질수 있지 않을가 상상해 본다. ▣

글/서정옥 김정련(중앙민족대학 실습생)/중국민족 2015년 6호

 

파일 [ 8 ]

[필수입력]  닉네임

[필수입력]  인증코드  왼쪽 박스안에 표시된 수자를 정확히 입력하세요

Total : 1209
  • 남편이 사망한 뒤 같은 무덤에 들어가고싶지 않다며 이른바 “사후(死後) 리혼”을 신청하는 녀성들이 늘고있다고 일본 슈칸포스트가 21일 보도했다. “사후 리혼”은 법률용어는 아니다. 배우자의 죽음 이후 “인척관계 종료 신고서”를 제출, 배우자의 혈족과 관계를 끝내는것을 “사...
  • 2016-09-26
  • 영매처녀의 화상처치를 해주고있는 연길익수당종합문진부의 의료진   “25살 처녀 화상후 치료비걱정에 눈물”이라는 기사가 최근 인터넷길림신문에 발표되면서 룡정시 천보산진에 살고있는 한 처녀가 화상을 입은후 치료비걱정에 울고있는 안타까운 소식이 널리 알려지면서 사회의 따뜻한 지원의 손길이 이...
  • 2016-09-22
  • 28살 젊은 나이에 한 살배기 아들을 중국 하얼빈에 두고 부산의 방직공장으로 돈 벌러 한국에 왔던 조선족. 식당 주방일과 홀 서빙 등으로 전국을 전전하며 억척같이 돈을 모아 귀화도 하고 30대 후반에는 번듯한 호프집도 운영하며 승승장구했다는 사람. 하지만 이를 시샘이라도 한 걸까? 승승장구하던 시절 갑자기 찾아온...
  • 2016-09-20
  • 최근 들어 배우자를 여의고 홀로 고독하게 살던 로인들이 마음 맞는 상대를 찾아 생활면에서 서로 의지하고 말동무도 하면서 로년을 즐겁게 보내는 로인들이 적지 않다. 일명 “황혼의 로맨스”라고 말할수 있다. 하지만 상대의 재산을 탐내 주동적으로 접근하여 황혼로맨스 “사기극”을 펼치는 사건...
  • 2016-09-18
  • 권희숙 안산국제비즈니스고 교장이 안산 최초의 외국인 전교학생회장 기디연 군을 격려하고 있다. /신선미기자 ssunmi@kyeongin.com 기디연 안산국제비즈니스고회장 탄생 학급서 '솔선수범' 6명 후보 제치고 당선 "서로돕는 한국문화 세계에 알릴것" 포부 권희숙 교장 "함께하는 프로그램" 강조 "저는 비록 한국사...
  • 2016-09-12
  • 지난 8월 17일, 닛시푸드 연변지사 사무실에서 김파(35세)씨를 만났다. 김파씨에 따르면 상해닛시푸드유한회사는 15년간 부자아빠김치를 비롯해 청록원 훈제오리, 화랑쌀, 어사또 등 세개의 자체 브랜드를&nbs...
  • 2016-09-08
  • 연길시 려객운수소(북역) 맞은켠 예지성무용요가학원에 가면 70대 할머니가 있는데 로인답지 않게 체력이 빼여날뿐만아니라 어려운 동작도 척척 잘 소화한다는 소문을 듣고 23일, 무작정 그곳으로 찾아갔...
  • 2016-08-28
  • 력사적인 도시로 일찍이 춘추전국시대에 오나라의 국도였고 수나라때 대운하가 개통되여 강남쌀의 수송지로 활력을 과시으며 항주와 더불어 “천상천당 지하소항”이라고 불리울 정도로 번영한 소주는 오늘날 많은 외국투자자들과 기업들이 서로 다투어 찾는 명승지이다. 소주에서도 우리 조선족은 활약하고 있다...
  • 2016-08-24
  • 어린 시절 접한 사진 한장의 감동이 한 남성의 일생에 불꽃을 일궈 만리장성에 헌신하게끔 이끌었다. 국내언론들이 소개한 영국인 윌리엄 린드세이(60세·William Lindesay)의 이야기이다. 1967년 당시 11살의 그는 선생님의 추천으로 세계지도책에서 만리장성의 사진을 처음으로 접했다. 그는 신비롭고 아름다운 만...
  • 2016-08-17
  • 니쯔 하루꼬(자료사진) 일본 도꾜의 하네다(羽田)국제공항은 세계적으로 5개밖에 안되는 5성급 공항(일본 하네다공항, 한국 인천공항, 향항국제공항, 싱가포르 창이국제공항, 뮌헨국제공항)에 든 공항으로서 “세계적으로 가장 깨끗한 공항”이미지를 영위하고있다. 그 미명과 함께 청소를 극치에 도달시킨...
  • 2016-08-16
  • 최설학생의 손을 따뜻이 잡아주는 박선옥할머니(오른쪽) 8월 4일 아침,연길아리랑방송 《나눔과 행복》프로 현장에서 연길시 로인뢰봉반 성원인 72세 박선옥할머니가 지선당에서 어렵게 공부하다 대학에 붙은 최설(원명 최설매)학생에게 대학등록금에 보태라며 1200원을 쥐여주었다. 최설학생은 4살에 엄마사랑을 잃고 조양...
  • 2016-08-13
  •   중국계 결혼이민여성 오건금(왼쪽)씨는 딸과 둘이 있을 때는 중국어만 쓰기로 딸과 약속했다고 한다. “엄마가 외국어 선생님이 됐다고 딸이 너무 좋아해요!”   12년 전 시집온 중국인 오건금씨 구미 상모초교 등 3곳 강사 맡아 한국인 남자와 결혼한 중국계 결혼이민여성 오건금(43)씨는 만나자마...
  • 2016-08-11
  •   (안동=연합뉴스) 이승형 기자 = 경북에 사는 중국 출신 결혼이민여성이 모국에서 봉사활동으로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결혼이민여성 18명과 자원봉사자 10명은 지난 9일부터 중국 연변조선족자치주 연길시에서 민간외교 사절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이들은 오는 13일까지 주민에게 생필품을 지원하고 농사활동을...
  • 2016-08-11
  • 팔순 할머니 한분이 식사후 집부근 산책도중에 배낭 하나를 주었는데 안에는 금은악세사리, 호구부, 은행카드가 들어있었다. 할머니는 주인에게 다시 돌려주기 위하여 제자리에서 3시간 남짓이 기다렸지만 주인이 나타나지 않아 어쩔수 없이 배낭을 단지에 부탁하였다. 8월 3일 오후, 분실자 박녀사가 단지에서 자신의 배낭...
  • 2016-08-06
  • 강소성 복광미농민 온 가족을 데리고 46년 전 제2고향 도문 달라자에 왔다 “인생은 흘러가는 것이 아닌, 성실로 내용을 이뤄가는 것이다”는 명언이 있다. 필자가 일전에 만난 복광미씨는 바로 이 명언의 주인으로 성실로 인생을 가꾸는 사람이였다. 이런 일이다. 지난7월 17일 오전 10시경, 필자는 도문시 석현...
  • 2016-07-28
  • 왼쪽부터 평택시다문화가족지원센터가 운영하는 취·창업지원교육과정에 참여중인 리우유핑, 후메이좬, 리쇼우리씨. 평택/민웅기기자 muk@kyeongin.com /아이클릭아트 "우리가 잘 배워서 잘 돼야 다른 국적의 친구들이 희망을 갖고 도전할 수 있다는 생각에 어렵고 힘들어도 꼭 취·창업에 성공하겠습니다." 경...
  • 2016-07-27
  • 누군가의 지나온 삶에 대해 물어 보고 기록하는 행위는 흥미로운 작업인 동시에 상당히 조심스럽기도 하다. 지나온 삶이란 드러내고 싶기보다 감추고 싶은 영역이 더 많기 때문이리라. 그런데 나의 이런 생각과는 달리 태희(가명)는 조심스러운 내 질문에 주저하거나 망설임 없이 시원시원 대답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태희...
  • 2016-07-23
  • 조기교육이 중요하다며 태교로 영어를 배우는 예비엄마들이 수두룩하다. 글로벌시대에 외국어를 능숙하게 구사할수 있는것은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런 열풍에 요즘 중년의 나이를 잊은 채...
  • 2016-07-21
  • 강오금   강오금(75세): 계속 민족교육에 몸 담그련다   심양시교육국 부국장급 순시원으로 있다가 퇴직했다. 퇴직직전에 심양시에는 6개 조선족중학교와 30여개 조선족소학교가 있었다. 처음 심양시교육국에서 근무할때는 나 혼자 조선족이였다. 나중에 십여명 조선족들이 교육국에 오게 되였고 심양시의 민족교...
  • 2016-07-19
  • 29일 오후 중앙민족대학 한어문문학학부 62급 동창들이 장춘 설월산호텔에서 “황혼의 삶 탐구”를 주제로 만남의 자리를 가졌다. 북경, 상해, 심양, 대련, 할빈, 연변 그리고 한국에서 온 이들...
  • 2016-07-19
‹처음  이전 26 27 28 29 30 31 32 33 34 35 36 다음  맨뒤›
조글로홈 | 미디어 | 포럼 | CEO비즈 | 쉼터 | 문학 | 사이버박물관 | 광고문의
[조글로•潮歌网]조선족네트워크교류협회•조선족사이버박물관• 深圳潮歌网信息技术有限公司
网站:www.zoglo.net 电子邮件:zoglo718@sohu.com 公众号: zoglo_net
[粤ICP备2023080415号]
Copyright C 2005-2023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