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글로로고
어머니의 손맛(강춘만)
조글로미디어(ZOGLO) 2017년5월8일 16시25분    조회:1541
조글로 위챗(微信)전용 전화번호 15567604088을 귀하의 핸드폰에 저장하시면
조글로의 모든 뉴스와 정보를 무료로 받아보고 친구들과 모멘트(朋友圈)로 공유할수 있습니다.

‘아름다운 추억’ 응모작품 (18)

◇강춘만(구태)

“당신은 평생 어머님 곁에서 살아야겠어요.” 이는 안해가 밥상머리에서 늘 롱담 반,‘불만’반으로 해오던 말이였다. 여기에는 그럴만한 사연이 깃들어있다.

사실 다섯남매중 막내로 태여난 나는 신통히도 어머님의 입맛을 똑 떼닮아 어머니의 손을 거치지 않은 음식엔 수저를 대지 않았었다. 그래서 안해가 만든 료리엔 그저 그 정성을 봐서 안해의 눈치를 슬슬 보면서 슬쩍 맛만 볼 뿐이였다. 이러니 어찌 안해의 불평어린‘잔소리’를 듣지 않을 수 있었겠는가! 옛 어른들의 말에 의하면 남자들은 안해를 만나면 입맛까지 변한다고 하더니만 오직 나만은 어찌된 영문인지 뼈속에 배인 어머니의 그 손맛에서 벗어나기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였다.

매번 따뜻한 봄이 지나가고 무더운 여름이 올 때면 찢어지게 가난했던 어린 시절에 우리 오남매가 강줄기를 졸졸 따라 풀숲을 살살 헤치며 물고기를 조심조심 더듬던 기억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고개를 쳐든다. 참으로 나로 하여금 잊지 못할 동년의 이야기주머니를 슬슬 풀어헤치게 한다.

나는 어릴 적에 비온 뒤의 고향의 강을 무척 좋아했다. 비가 멎으면 우리 다섯남매는 창고의 대들보에 겨우내 매달아두었던‘보물’을 풀어들고 바지가랭이를 둥둥 걷어올리고 시골의 진창길을 철썩철썩 밟으며 신나게 강가로 달려가 강을 한껏 누비기 시작한다. 비록 낡은 모기장으로 거칠게 만들어진 반두였으나 물고기가 곧잘 걸리였다. 우리는 잡은 물고기를 들고 흥얼흥얼 코노래를 부르며 신나게 집으로 향한다.

그맘 때면 어머니는 집마당에 가마솥을 걸어놓고 장작불을 지펴놓고 평소보다 밥을 배로 지어놓고는 우리가 집에 들어서기만을 기다린다.‘밥도적’으로 불리우는 물고기료리를 해야 했기 때문이였다. 마치 승전하고 돌아오는 자식들을 대견스레 여기며 기다리는 것 같았다.

우리 다섯남매가 가마솥을 둘러앉아 젖은 신발과 바지가랭이를 말리우는 사이면 어머니의 물고기손질이 끝난다. 장작불이 거의다 탈 무렵이면 어머니의 손맛을 보여주는 재주가 시작된다. 어머니는 평소에 그토록 아껴먹던 콩기름병을 들고 와서 몇방울 솥에 튕겨넣는다. 그리고 병아가리에 묻은 콩기름을 식지로 싹싹 긁어서 다시 병안에 몰아넣고는 병마개를 꽁꽁 닫아놓고서야 료리를 시작한다.“최씨가 앉았던 자리에는 삼년 동안 풀이 안 난다”는 말이 있듯이 어머니는 정말 살림을 알뜰히 하는 진짜 최씨였다.

기름이 달아올라 까만 연기가 몰몰 피여오를 때면 깨끗이 손질해두었던 물고기를 솥에 쏟아넣고 물에 불구어놓았던 마른 고추와 함께 달달 굴린다. 그리고 소금 한알 넣지 않고 집간장으로 조심스레 간을 잡는다. 잠간 지나면 솥이 끓기 시작한다. 솥과 솥뚜껑 사이로 몰몰 풍겨나오는 구수한 료리냄새가 우리의 신경을 건드리며 온 뜰안을 뒤덮는다.

이때면 어머니는 늘 웃으시면서 구수한 지난 이야기를 시작한다. 어릴 땐 자신의 오라비가 물고기잡이를 잘해서 물고기가 귀한 줄 몰랐다는둥, 그릇의 물고기만 잡을 줄 아는 무재간둥이 나의 아버지를 만나서 물고기 구경도 못했다는둥, 나의 아버지는 재간이 없어서 변변한 물고기그물 하나도 못 만든다는둥, 그래도 지금은 우리들의 덕분으로 물고기 구경이나마 할 수 있어서 다행이라는둥 하면서 장작불이 사그라질 때까지 아버지의‘흉’을 보신다. 난 왜서인지 그 ‘흉’이 싫지 않았고 오히려 웃음을 담아가며 말할 수 있는 어머니가 더 대견스레 여겨졌으며 그 ‘흉’이 물고기료리처럼 구수하여 더구나 귀맛 좋게 들려왔다.

어머니의 이야기가 끝나면 장작불도 사그러진다. 솥에서 나는 바자작바자작 소리와 솥뚜껑 사이로 쌩- 쌩- 뿜겨나오는 김소리는 아름다운 조화를 이루며 마치 귀맛좋은  장단소리처럼 들려온다. 료리는 묘하게도 솥에 붙지 않았고 물고기들의 모양새도 조금도 흐트러지지 않았으며 겉면은 기름기가 반지르르 돌았다. 물고기료리는 물이 없을 때까지, 장작불이 이그러질 때까지 졸여야 한다는 어머니의 말씀은 과연 어머니 나름대로의 도리가 있었다. 비록 별다른 음식재료를 쓰지 않았건만 어머니의 손맛이 담긴 물고기료리는 나의 입맛을 확 끌어당겼고 밥 두그릇이나 뚝딱 비우게 하였다.

그토록 찢어지게 어려웠던 고난의 행군길이였지만 어머니의 정성이 담긴 손맛이 우리 곁을 지켜주었기에 우리 다섯남매는 몸도 마음도 건실하게 자랄 수 있었고 그 어려운 생활의 고비를 용케 넘길 수 있었다고 생각된다.

“음식은 손으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마음으로 만드는 것이오.” 이 말은 내가 늘 안해에게 하는 말이였다. 안해와 결혼한 후 몇번이고 어머니의 손맛을 음미하며 좋다는 재료는 모두 쓰면서 시도해보았지만 한번도 어머니의 손맛을 찾아본 적이 없었다. 그래서 더 어머니의 손맛에 집착했던가 본다.

다행히 지금은 어머니를 모시고 살면서 세상에서 둘도 없는 어머니의 손맛이 생각날 때면 수시로 맛볼 수 있어서 최대의 행운이다. 바라건대 어머니의 흘러간 구수한 옛이야기와 함께 그 정성이 담긴 어머니의 손맛이 오래오래 나의 인생을 동반해주었으면 좋겠다.

파일 [ 1 ]

[필수입력]  닉네임

[필수입력]  인증코드  왼쪽 박스안에 표시된 수자를 정확히 입력하세요

Total : 1209
  • 일본인들의 특유문화 (花見) 해마다 2월에 들어서면 일본의 기상청에서는 벚꽃이 피여나는 개화시기에 대해 예상을 발표하기 시작한다. 꽃망울이 지기도 전부터 텔레비죤 뉴스, 특히 천기예보프로에서는 사쿠라전선(前線),사쿠라만개(満開)시기에 대한 예측, 사쿠라명소 등등 화제로 날마다 북적거린다. 봄을 맞는 풍습...
  • 2018-03-29
  • (사진 클릭하여 영상보기) 영길현조선족실험소학교 6학년 림호준이 아빠께 편지를 쓰고 있다 [편집자의 말] ‘가족사랑 영상편지(3)’을 펴내면서 네티즌들의 아낌없는 고무격려와 응원의 박수에 감사를 드린다. 이번기 주인공은 길림성 영길현조선족실험소학교 6학년 학생 림호준이다. 호준이의 편지내용을 통해...
  • 2018-03-29
  •   “경제리익을 우선시하는 요즘 시대에 이런 분은 보기 드뭅니다.” “자신의 리익을 챙기기 급급한 요즘에 이런 분이 몇분이나 될가요” 요즘같이 인정보다 자신의 리익을 먼저 챙기기 급급해하는 세상에 이러한 미담은 메마른 인정이란 사막에 목을 추기는 오아시스가 되군 한다. 대중교통이 ...
  • 2018-03-28
  •       (흑룡강신문=하얼빈)사람들은 세월의 흐름이 류수같다고들 말한다. 누가 말했는지 딱히는 알수 없는데 나이를 먹어가는 속도도 30대는 30키로로 달리고 40대는 40키로로, 50대는 50키로로 달리고 60대는 60키로로 달린다고 했다. 정말 그런것 같이 느껴진다. 1978년에 교편을 잡아 줄곧 교단을 지키다가...
  • 2018-03-27
  • —장춘시 관성구조선족로인협회 김신숙 회장의 협회 사랑 이야기 장춘시 관성구조선족로인협회 회장 김신숙(81세)은 연설을 할라 치면 발언고도 없이 청산류수로 쏟아내는가 하면 그 목청 또한 힘있고 쩌렁쩌렁하다. 게다가 훤칠한 체격에 걸음걸이도 젊은이들 못지 않게 날파람 있고 사유와 반응도 무척 민첩하다. 2...
  • 2018-03-27
  • 장춘조선족부녀협회 3.8절 경축 및 제45차 장학금 발급 행사 개최 장춘조선족부녀협회, 장춘시조선족군중예술관에서 공동 주최한 ‘장춘조선족부녀협회 3.8부녀절 경축 및 제45차 장학금 발급’ 행사가 3월 25일 장춘시조선족군중예술관에서 개최되였다. 여러 원인으로 뒤늦게 펼쳐진 녀성절 축하 및 장학금 발급...
  • 2018-03-26
  • 동방가무단의 안정, 미국에서 새로운 무용인생에 도전   쇼우스토펄(Showstopper)은 미국 아마추어무용가(본업으로 하지 않고 무용을 애호하는 사람)들의 최고의 경연대회로서 해마다 전미 40개 지역의 무용애호가들이 불꽃튀는 경연을 펼치며 프로급수준의 실력을 자랑하고 있다.   이 쟁쟁한 경연가운데서 미국...
  • 2018-03-21
  • 제2회 ‘아름다운 추억’ 수기 응모작품 (4) ◈김춘식(한국) 지금은 애완견을 많이 기르고 있지만 개에게 물려도 광견병 왁찐을 사지 못할가 걱정하는 사람이 없다. 병원, 위생방역소에서 얼마든지 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30년 전까지만 해도 이런 상황이 아니였다. 오랜 세월이 지난 지금도 나는 왁찐을 ...
  • 2018-03-21
  • 3차에 거쳐 8만원 가치의 박방표 파스 후원 박방생물과학기술유한회사 박원일(좌)대표가 연변지체장애인협회에 1000통의 파스 전달 연변 지체장애인들에 대한 사랑이 오늘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 3월 16일,상해박방생물과학기술유한회사(대표 박원일)에서는 각종 통증을 해소하는 박방백소통 파스 1000통(3만원)를 연변지체...
  • 2018-03-19
  •   15일, 국제소비자권익 보호일을 맞아 전국 방방곡곡에서 소비자권익보호를 둘러싼 소비자 고발과 선전활동이 펼쳐진 가운데 룡정시 백금향정부에는 ‘3.15’주제와는 무관한 흥미로운 ‘고발’ 3건이 련달아 제기돼 황당하면서도 훈훈한 감동을 자아냈다. 고발 1.'3.15'를 맞아 저는 저...
  • 2018-03-16
  • 제2회 ‘아름다운 추억’ 수기 응모작품 (3) ◈ 류춘옥(일본) ‘동춘호’는 우리의 고향이였고 우리의 친인이였으며 우리의 꿈이였다   ‘동춘호’에 첫 컨테이너를 실었던 류춘옥 부부 2008년 10월 31일은 나의 40년 인생에서 영원히 잊을 수 없는 아름다운 추억으로 소중히 간직되여...
  • 2018-03-15
  • 22년전 나리타공항에 도착한 첫날부터 대변인으로 나서준 히사타케(久武)씨, 내가 처음으로 접촉한 일본인이였던 그가 직장암으로 세상을 떠나게 된 것이 2007년 여름이였다. 마지막 병문안을 갔다 온 후 한달만에 전화를 받고 숙야(通夜)장소에 갔다. 생전에 리론적인 변론을 즐겼던 히사타케씨는 약물치료를 거부하고 ...
  • 2018-03-13
  • 일전, 연길시 북산가두 단영사회구역의 ‘숙청언니작업실(大姐工作室)’이 정식으로 설립되였다. 이는 왕숙청과 같은 사회구역 사업일군들을 육성하고 단영사회구역과 같은 시범집단을 구축하는데 일익을 담당할 것으로 예견된다. 료해한데 따르면 왕숙청은 사회구역 사업에 종사한지 17년이 되였고 그가 몸담고 있는 단...
  • 2018-03-12
  • 연변의 배달왕에 도전한 한 조선족 젊은이의 이야기 컴퓨터앞에서 직원들을 관리하고 있는 168무역회사 지욱 총경리. 요즘 조선족 젊은이들이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이 많이 달라졌고 또한 그들이 창업하여 성공 일로를 걷는 기간도 무척 짧아졌고 세련되였다. 젊은이들이 막강한 경제실력이나 유력한 경제후원도...
  • 2018-03-08
  • 행복한 배상봉씨 가족 어머니들이 자식을 키우면서 인생의 가장 소중한 체험을 하듯이, 남자들도 슬그머니 많은 것들을 느끼고 배웁니다. 원래 애 키우자고 내가 이 지구별에 온 것은 아니였지만 어쩌다 보니 애까지 있게 되였고 또 천하에 가장 맛있는 김치와 도라지무침을 모른다는 일본이라는 땅에서 당분간 애를 ...
  • 2018-03-05
  • 연길시 신흥가두 민부사회구역에 사는 한 독거로인이 보름명절을 맞으며 본 편집부(길림신문)에 보내온 감사 사연을 담은 편지이다. 독거로인이 흔히 부딛치는 병원가기 관심 문제 및 생활 보살핌 문제상 로인은 신변사람들과 사회구역으로부터 진정어린 관심, 보살핌을 받은...
  • 2018-03-05
  • 3월 1일,간밤에 내린 함박눈은 연길시내 곳곳을 하얗게 뒤덮었고 환경미화원들은 이른새벽부터 교통안전을 위해 거리와 골목에서 눈치기에 여념이 없었다. 연길대교 부근에서 눈을 청결하던 환경미화원들은 문뜩 찾아온 10여명 청년지원자대오의 소행에 저으기 마음이 훈훈해졌다. 청년지원자들은 환경미화원들에게 뜨근뜨...
  • 2018-03-02
  •   일본에 온 지 어언 19년이 된다. 그동안의 일본에서의 생활을 돌이켜보면 내가 걸어온 길 자체가 바로 일본에서의 나의 성장과정이 아닐가 싶은 느낌이 든다. 물론 10명중 7명은 나와 같은 길을 걸어오지 않았나 싶기도 하다. 1999년 5월, 녀동생과 같이 바다를 건너 일본땅에 발을 내딛고 나서부터 지금까지의 일들...
  • 2018-03-01
  • 제2회 ‘아름다운 추억’ 수기 응모작품 (1) ◇리룡득(안도) 32년전 하경지어르신(좌)을 모시고 찍은 사진(중간 전파 주임, 오른쪽이 필자.) 지금으로부터 32년 전인 1986년 8월 25일 오후였다. 내가 안도현문련 사무실에 방금 들어서는데 전화벨이 따르릉 세차게 울렸다. 얼른 송수화기를 들자 현인대 과학교육...
  • 2018-03-01
  • 정월 대보름이 사흘 앞으로 다가온 눈 내리는 27일 아침, 정월 대보름을 맞아 윷판을 차려놓고 마을 로인들을 기다리는 연길시 건공가두 장해사회구역 로년협회 몇몇 회원들의 일손이 분주했다. 올해도 장해사회구역에서는 정월 대보름 행사가 미리 펼쳐졌다. 반갑지만은 않은 봄눈 때문에 로인들의 출행이 불편하지는 않을...
  • 2018-02-27
‹처음  이전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다음  맨뒤›
조글로홈 | 미디어 | 포럼 | CEO비즈 | 쉼터 | 문학 | 사이버박물관 | 광고문의
[조글로•潮歌网]조선족네트워크교류협회•조선족사이버박물관• 深圳潮歌网信息技术有限公司
网站:www.zoglo.net 电子邮件:zoglo718@sohu.com 公众号: zoglo_net
[粤ICP备2023080415号]
Copyright C 2005-2023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