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시간을 알리는 종이 울린것도 아닌데 추억속 학교교실의 풍경처럼 너도나도 도시락 꺼내기에 바쁘다. 도시락의 모양도 가지가지. 사각형, 원형, 납작한것이 보이는가 하면 키가 큰것도 눈에 띈다. 반찬도 다양하고 먹음직스러운데 더욱 눈길을 끄는것은 도시락을 만들어온 일명 자칭 “엄마”들의 표정이다. “혹시 입맛에 맞지 않는건 아닐가? 맛있게 먹어주면 좋을텐데…” 걱정에 앞선 그들과는 달리 맛나게 먹어주는 아이들의 모습에 뿌듯한 기색이 력력하다.
지난 6일, 화룡시선봉복리원을 찾은 44명의 어른 자원봉사자는 그렇게 16명 아이의 마음속에 좀 더 가까이 다가가기 위해 힘다하고있었다. 도시락 하나로 아이들의 모든 상처를 보듬어줄수는 없지만 잠시나마 가족의 따스한 사랑을 느낄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 고스란히 전해져 아이들의 얼굴에도 어느새 미소가 서려있다.
금쪽같은 휴식날도 포기한채 부모와 함께 이곳을 찾은 27명 아이의 모습도 자못 인상적이다. 황사가 몰아친 날씨에도 막을수 없는것이 바로 이들의 운동욕구였다. 유일한 놀이터인 앞마당에서 너나 할것없이 서로 몸을 부딪치며 어느샌가 특별한 우정을 탄생시키기도 한다.
이 모습을 지켜보던 리선봉원장은 “가족으로부터 소외된 아이들에게 이처럼 따스한 사랑을 선물해 고맙다”며 이번 활동을 조직한 연길시심리상담건강협회, 연길시유빈심리상담쎈터에 거듭 인사를 건넨다.
료해에 따르면 1988년에 설립된 화룡시선봉복리원은 현재까지 198명의 불우어린이를 키워 사회에 진출시켰는데 심장병에 고혈압, 간염 등으로 병원나들이를 하면서도 아이들을 위해 온갖 심혈을 다 기울이는 복리원 원장부부의 남다른 불우아이들 사랑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였다. 현재는 딸까지 상해에서 돌아와 힘을 보태고있으며 아들은 매달 꼭꼭 7000원씩 복리원에 운영자금을 보내옴으로써 온 가족이 함께 불우이웃 사랑을 실천하고있는 상황이다.
이 상황을 전해들은 “사랑의 도시락”활동 조직 일원인 정선하씨는 “직접 이곳에 와보고서야 비로소 아이들의 상황을 피부로 느낀다”며 “물론 기부금을 전달하는것도 도움이 되겠지만 아이들이 사회의 유용한 인재로 커가는데 있어서 어떤 실제적인 도움을 줄수 있는지에 대해 더욱 고민해볼것”이라고 앞으로의 타산을 밝혔다.
오늘 우리 주변에는 실로 크고 작은 봉사활동들이 많이 펼쳐지고있다. 집중호우, 태풍 등 자연재해가 발생하면 우리 사회 곳곳에선 리재민 돕기 모금운동이 전개되고 따라서 TV, 라지오, 신문 등 각종 매체에서는 모금에 참여한 기업이나 사람들을 소개하느라 바쁘다. 년말년시에도 비슷한 모습이 재연된다. 불우이웃돕기 모금이 이어지고 고아원, 양로원 등 사회시설을 찾는 발걸음도 늘어난다.
물론 이와 같이 사회 소외계층에 전달되는 온정을 담은 모금, 기부 등은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알고보면 단지 자금적인 기부, 물질적인 기부만이 그들에게 도움이 되는것은 아니다. 례를 들어 아이들이 매일 학교를 오가는 교통문제, 아이들의 숙제지도 등등 이러한 문제는 그들에게 말 못할 또 하나의 고민으로 여겨지고있었다.
그동안 우리가 늘 봉사를 하였음에도 그 가치를 충분히 실현하지 못해 아쉬움이 남는 원인은 무엇일가? 사람의 마음을 가장 크게 움직일수 있는 힘이 “배려”라는 말이 있듯이 일방적으로 전하는 사랑의 마음보다는 그들이 진정으로 원하는것이 무엇인지에 좀더 귀 기울여보는것이 오늘날 가장 바람직한 봉사가 아닐가라는 생각을 가져본다.
글 민미령 기자 사진 정송림
연변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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