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10년쯤전에는 고향의 지인들한테서 이런 이야기를 듣군 했었다.
“일본에서는 밥 값을 제각기 낸다며? 사람들이 왜 그렇게 인정머리 없어? 니들은 그러지 말라…”
물론, 우리도 아주 오래동안은 그것을 접수하지 못하고 고향친구들 모임에서 와리깡(割勘),즉 터치페이라는 말을 꺼내지 못했었다.
무사시대(武士)로 부터 내려온, 돈에 집착하는것을 부끄러운 일로 여겨 왔다는 전통의 흔적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여태 일본에 살면서 자기가 부자라고 말하는 사람을 거의 본적이 없으며 상대에게 “월급이 얼마냐?” 라고 물어 보는 사람은 별로 본적이 없다. 그렇게 입에는 돈을 올리지 않지만 돈에 대한 특별한 애착이라 할가, 돈에 대한 그들의 정중성을 엿볼수도 있다.
지전을 같은 방향으로 가쭌하게 지갑에 넣어두는 것은 당연한 일이고 결혼식 축의금과 장례식의 부의금을 넣을 때의 돈의 방향조차도 신경을 쓰는 것이 일본인들속에서는 정해진 상식으로 알려 지고 있다.
뿐만아니라 만일 실수로 지전이 어지러워 졌다면 다리미로 다리기도 한다. 그리고 동전용 지갑을 동시에 착용하는 그들이 물건 살때 가격에 딱 맞게 돈을 지불하는 것을 보면 어딘가 모르게 깔끔함조차도 느끼게 된다.
음식점에서 밥값을 계산하는 데도 뭔가 원칙이 있는듯 하다. 돈을 지불하는 모습에서 그들사이의 관계가 대체적으로 알려 지는것도 이상한 일이 아니다.
례하면 부모자식간에 부모가 돈을 지불하는것을 늘 보게 된다. 그리고 회사직원들 사이 상사가 부하에게 밥사주는 경우도 많다. 친구사이인듯한데 서로 밥값을 내겠다고 우리처럼 밀고 당기고 하는 것을 보면 오래되고 허물없는 사이임이 틀림이 없고 각기 제값을 지불하는 모습을 보면 서로 례의를 지키는 사이임이 알린다. 물론 확실한 검증을 거치지 않은 개인적인 감각이지만…
내가 본격적인 와리깡에 직법 부딪친 것은 아마도 2001년 5월이였을 것이다. 세 일본인 친구들과 같이 광주, 심수 오문, 향항을 향한 4박5일 려행을 떠났을 때의 일이다.
그때까지 려행을 즐기는 방식에 생소했던 나는 신기하기만 했다.
가기전 몇번이고 넷이 모여서 미팅을 했다. 공항까지는 어떻게 가며 사진기는 누가 가져가며(그때까지 스마트폰이 없었다) 려행중에 드는 비용을 얼마쯤씩 소지하며 려행중의 일체 비용을 관리할 이번 려행의 책임자는 누구이며 등등…
일본친구들과 려행길에서(왼쪽 첫번째가 필자)
일본인들속에는 나처럼 대충 계산하는 사람과 까근하게 1엔 단위로 계산하는 사람, 그저 여럿이 좋다는대로 잘 맞추는 사람 등 대체로 세가지 부류가 있다. 세사람중에는 나같은 사람 한명과 까끈한 사람 한명, 이것도 저것도 좋은 사람 한명이 있었다. 절묘한 조합이였다.
중국에서의 4박 5일, 매일매일 즐거운 려행이였다. 헌데 저녁에 호텔에 돌아 오면 호텔에서 그날그날 든 비용을 계산하는 우에다(上田)씨가 고생이였다. 제일 까근한 성격인지라 “대충하세요”라고 아무리 말해도 그 대충이 잘 안되는 모양이였다. 심지어 각전까지 수두룩이 지니고 온 덕분에 그날그날 계산이 완전히 끝날수 있었다. 려행이 끝난 다음에 한꺼번에 정리하는 것이 보통이지만 매일매일 그렇게 해야 편히 잘수 있다는 우에다씨였다.
마지막 날 저녁에 나는 아무 생각없이 주숙한 호텔부근의 광주백화점에 가서 두리안(榴莲)을 사왔다. “일본에 가면 엄청 비싸니 여기서 먹구 가요. 중국에 오셨는데 제가 한턱 내야죠” 두리안 두개가 15원정도였으니 일본에 비하면 엄청 싼 가격이였다.
헌데 저녁 잠자기전 침대머리에 4분의 3의 두리안값이 놓여져 있음을 보고 깜짝 놀랐다. 우에다씨가 그렇게 해야 마음이 편하다니 다들 그러기로 했다고 했다. 잠간 성의가 무시당한 감이 들었고 쓸데없는 짓을 했냐 싶은 마음도 들었지만 다들 맛있게 먹은 것에 종지부를 찍기로 했다.
처음에 적응이 안되던 넷의 려행은 그후에도 여러번 이루어졌다. 차츰 터치페이의 방식에도 익숙해지고 다같이 하는 려행에 그것이 편한 방법이라는 생각도 들게 되였다.
한편 어디 가든 사람은 사람나름이라는 생각도 늘 하게 된다. 동료들사이거나 친구들사이에 음식을 나눠 먹는다거나 이웃사이에 저녁반찬을 나눠 먹는 다거나 커가는 애들사이에서 쓰던 물건, 옷가지들을 허물없이 주고 받는다거나 특별한 날에 “기분이다” 하면서 밥 사는 일본인들도 수두룩하다.
요즘에는 고향에서도 류행하기 시작한다는 와리깡(割勘), 하지만 내가 일본에 와서 그것에 지체없이 적응하는데는 긴 시간이 걸렸음도 지금 돌아보면 참 아름다운 추억이다.
길림신문 일본특파원 리홍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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