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글로로고
그 때 그 모습
조글로미디어(ZOGLO) 2017년12월25일 15시13분    조회:1027
조글로 위챗(微信)전용 전화번호 15567604088을 귀하의 핸드폰에 저장하시면
조글로의 모든 뉴스와 정보를 무료로 받아보고 친구들과 모멘트(朋友圈)로 공유할수 있습니다.

‘아름다운 추억’ 수기 응모작품 (65)

◇서정숙(중경)

 

 
언니가 보낸 다시 돌아오지 않는 〈2016년의 렬차〉란 글을 읽으며 감개가 무량하다.

 

무정한 세월은 드팀없이 꾸준히도 흘러 장장 45년이 지나 그제날의 갓 사업에 참가했던 짧은 량태머리 언니도, 늦은 공부라도 하려고 학교 다니던 나도 어언듯 자격이 다분한 할머니가 되였다. 그러나 무정한 세월 속에서도 따뜻한 추억은 잊혀지지 않는다.

나는 지금도 렬차, 역전, 플래트홈 소리만 들어도 이른새벽 텅 빈 플래트홈에 홀로 서서 연기만 남겨놓고 멀어져가는 기차를 향해 하염없이 손을 젓던 언니의 그 때 그 모습과 차츰차츰 멀어져가며 하나의 점으로 남아있던 언니의 그 때 그 모습이 새록새록 떠오르며 가슴이 뭉클해난다. 언니의 그 때 그 모습, 지금 생각해도 얼마나 따뜻하고 다정하게 느껴지는지!

보이지 않을 때까지 오래오래 손 젓는 이 모습은 원래는 이 세상 어머니들의 ‘상’인데 언니는 부모를 대신해서 어린 동생들을 대신해서 온 가족의 기대와 사랑을 한몸에 안고 홀로 기차를 타고 떠나는 나에게 사랑과 기대의 마음을 전해주었다. 나와 두살 터울인 언니가 어찌하면 그런 사랑을 줄 수 있었는지 지금 생각해도 너무너무 존경스럽고 가슴이 먹먹해나고 이런 언니가 있으므로 마냥 가슴이 뿌듯해난다!

1972년 5월에 나는 행운스럽게도 빈하중농의 추천으로 문화혁명 후 첫패 공농병학원으로 연변사범학교에 들어가서 공부할 기회를 가졌었다. 원래 도문에 있던 한어사범학교가 문화혁명 기간에 문을 닫았다가 동불사 세린하에 있는 새벽대학 자리에서 학생을 맞이하게 되였다. 동불사에서도 삼십여리를 걸어서야 학교에 도착할 수 있었다. 지금 고속렬차가 반시간이면 달려갈 거리를 그 때는 돈화에서 동불사까지 두시간 오십분이 걸려야 했고 그 기차는 아침 여섯시면 어김없이 돈화역에서 떠나게 되여있었다.

그나마 학교에서 학비, 류숙, 화식이 모두 면비로 되여있었는데 식사는 매끼 밥 두냥에 채라고는 껍질채로인 통알감자가 둥둥 뜨는 감자국 한사발 혹은 쪄낸 늙은 가지 하나에 된장 반숟가락이면 그만이였다. 혹시 밭일이 있을 때면 밥 석냥에 채를 줘서 모두 밭일이 있기를 은근히 기다렸다. 속이 허해서 흑판을 보면 눈앞이 팽팽 돌아갈 때도 많았다. 늦은 나이에 공부를 하려니 여간만 힘들지 않았다.

또 잊혀지지 않는 것은 개학해서 학교 갈 시간이 되여도 차비 1원 90전을 부모와 달라는 말을 못하고 눈치만 살폈던 일이다. 언니는 이런 내가 궁상스러웠는지 학교로 떠날 때마다 기차역에 배웅 나와서는 플래트홈에 마주서서 이쪽저쪽 호주머니를 샅샅이 들춰 십전이 있으면 십전을 주고 이십전이 있으면 이십전을 주었다. 궁한 나는 렴치도 없이 주는 대로 챙겨갔다.

나는 지금도 각전만 보면 송구스러우면서도 감사의 마음으로 언니한테서 돈을 받아가지던 때가 생각난다. 호주머니마다 샅샅이 뒤져 각전을 내 손에 쥐여주던 플래트홈에서의 그 때 그 모습, 언니가 건네주는 각전마다에는 사랑과 배려, 고무와 기대가 그리고 아량 있는 언니의 섬세한 사랑이 듬뿍 담겨있었다! 겨울에 손이 너무 시리다고 말하면 언니는 장갑을 떠서 보내주었고 춥다고 하면 두툼한 옷도 보내주었다. 방학하여 집에 오면 찬장에 붙어서 짠지면 짠지, 있는 대로 입에 집어넣으며… 나는 그래도 그러려니 하고 지나 왔으나 엄마 아빠와 언니는 먼 후날에도 그 때 내가 그렇게도 가슴 아팠다 하며 많이도 외우셨다.

나는 그래도 덕분에 하고팠던 공부도 하고 그 덕분에 교편을 잡았고 꿈꿔오던 교원사업으로 한생을 살아올 수 있었다.

그 때 그 시절 나는 왜서 갓 사업에 참가한 언니한테 그리도 매달렸던지? 하여간 나의 모든 곤난과 우려는 언니의 담당이였으니. 지금에 와 생각해도 나도 꼭 집어 말하기 어렵다. 아마도 많은 식구를 거느리고 살아가시는 엄마아빠가 측은해서였는지. 나는 언니가 그렇게도 의지가 되였다. 사랑의 힘으로 나를 예까지 동반해준 언니가 나는 너무 너무 고맙다!

그 고마움을 어찌 말로 다 표현할 수 있겠는가! 세월 속에서 나는 언니의 그 때 그 모습의 그 깊은 마음과 그 사랑의 깊이를 마음으로 피부로 느끼게 된다. 긴 세월 살아오면서 어려운 일 외로운 일이 있을 때마다 나는 언니의 그 때 그 모습이 떠오르며 힘을 얻군 한다. 어제도 오늘도 혼신을 다해 나에게 사랑을 준 언니가 너무너무 감사하다!

이런 언니가 계시므로 나는 긍지를 느낀다. 나는 착하고 반듯하고 성실하게 열심히 살아가는 것으로 그 사랑에 보답하련다. 부모의 사랑, 형제의 사랑을 다 준 나의 언니, 늘 건강하시고 지금처럼 쭉 행복하시기를 바라는 내 마음이다.

기차, 기차역, 플래트홈에서의 언니의 그 때 그 모습, 나의 아름다운 추억, 나의 영원한 삶의 에너지!


길림신문

파일 [ 1 ]

[필수입력]  닉네임

[필수입력]  인증코드  왼쪽 박스안에 표시된 수자를 정확히 입력하세요

Total : 1209
  •   언제 이렇게 세월이 흘렀는지 어여쁘던 새색시의 머리엔 서리가 앉았고 백년해로를 약속했던 령감은 먼저 떠나고 어느새인가 혼자가 되여버렸다. 60여년만에 황혼의 웨딩드레스를 입고 나 홀로&nb...
  • 2017-05-15
  • 따스한 가족애로 동심에 꽃을 피우다     점심시간을 알리는 종이 울린것도 아닌데 추억속 학교교실의 풍경처럼 너도나도 도시락 꺼내기에 바쁘다. 도시락의 모양도 가지가지. 사각형, 원형, 납작한것이 보이는가 하면 키가 큰것도 눈에 띈다. 반찬도 다양하고 먹음직스러운데 더욱 눈길을 끄는것은 도시락을 만...
  • 2017-05-15
  • 길림신문 ‘아름다운 추억’ 수기 응모작품 (19) ◇최돈걸(장춘)   올해 7월이면 내가 고중을 졸업한 지 꼬박 60주년이 된다. 80을 바라보는 나의 평생에서 3년이란 세월이 그닥 길다고는 할 수 없지만 나는 항시 고중시절을 잊을 수 없다.   연변4고중(훈춘고중)은 1954년에 설립되였는데 당시 1, 2기...
  • 2017-05-13
  • 작업중에 있는 박태동씨. 연길시 중심에서 부르하통하가 조용히 누워있는 강변도로를 따라 동으로 가다보면 “일송정”이라고 쓴 나무간판이 발목을 잡는다. 통나무를 세로로 잘라 그 단면을 부착해 만든...
  • 2017-05-11
  • 2016년 2월, 시름시름 앓던 나는 골수종양이란 진단을 받게 되였다. 하늘이 무더지는듯한 정신적 충격과 순간마다 겪어야 하는 뼈를 깍는듯한 육체적 고통은 내 삶의 희망도 즐거움도 용기도 송두리채 앗아갔다. 육십 평생 파란만장한 인생, 기구한 운명에도 꿋꿋이 버티고 열심히 살아왔으며 누구에게 악한 일을 한적 없건...
  • 2017-05-11
  • 연길 건공가두 장청사회구역 “어머니절”활동 벌려   10일,연길시 건공가두 장청사회구역에서는“따뜻한 5월,어머니사랑에 보답하자”는것을 주제로 한“어머니절”활동을 벌리였다.   이날 장청사회구역의 사업일군과 대리자녀들 그리고 연변농촌상업은행의 자원봉사자들은 가화...
  • 2017-05-11
  •  교통사고로 생명이 위독했던 한 조선족 교포가 검단탑병원의 무료 수술을 받고 최근 완치됐다.   한국 검단탑병원은 지난 3월 31일 교통사고를 당해 생명이 위독한 상태로 내원한 중국 국적의 손(52)모씨가 3번에 걸친 대수술과 중환자실 집중치료를 통해 기적적으로 소생해 10일 퇴원했다고 밝혔다. 내원 당시 ...
  • 2017-05-11
  • 리창률 김옥자부부 길림성 백산시 혼강구 칠도강진 선명촌에 가면 완강한 의력으로 악한 병을 이겨내고 인생을 열심히 살아가는 억센사나이 리창률(55세)씨와 그의 안해 김옥자(54세)녀성에 대한 이야기가 동네방네에 미담으로 전해지고있다. 리창률, 김옥자부부는 결혼해서 줄곧 농사일에 종사해왔다. 그들은 서로 아끼고...
  • 2017-05-10
  • ‘아름다운 추억’ 응모작품 (18) ◇강춘만(구태) “당신은 평생 어머님 곁에서 살아야겠어요.” 이는 안해가 밥상머리에서 늘 롱담 반,‘불만’반으로 해오던 말이였다. 여기에는 그럴만한 사연이 깃들어있다. 사실 다섯남매중 막내로 태여난 나는 신통히도 어머님의 입맛을 똑 떼닮아 어머...
  • 2017-05-08
  • 백혈병 앓고 있는 김령학생 가정에 사랑의 성금 전달 상해 조인봉사단 24명 회원들 포함, 연길 대련 광주 장백 등지에서 사랑의 손길 줄 이어 최창남(오른쪽)기자가 길령학생의 가정에 성금을 전달하고 있다. 기자가 쓴 “백혈병을 앓고 있는 조선족중학생 김령이를 도웁시다”란 보도기사가 지면과 인...
  • 2017-05-08
  • 주방벽에 로친의 사진을 붙혀 놓고 보면서 감사하다는 90대 김수철 옹 4월 23일, 연변농학원 농학계의 “3인방”이라고 불린 김수철(93)옹, 황영수(85)옹,김륜범(82)옹이 조양천진 김수철댁에서 한자리를 하였다. 이날의 만남은 룡정의 황영수 옹과 김륜범 옹이 필자가 김수철 옹을 만나려 간다는 소식을 접하고...
  • 2017-05-08
  •   지난 4월 29일, 기자는 청도 취재차에 이 도시 조선족층에서 각광 받고있는, 규모가 가장 큰 즉묵 백두산조선족양로원을 찾았다.   청도 즉묵시의 소구역내에 위치한 이 양로원은 4층짜리 아담한 단독 건물로 이뤄졌다. 봉페식 관리로 운영되고있는 이 양로원은 경비원이 일일이 방문자의 신분을 확인하고 대문...
  • 2017-05-05
  • [백성이야기54] 색바랜 사진을 따라 찾은 옛 이야기  림춘애: “그때 그 시절 우리의 제일 큰 소원은 모주석을 만나는 거였지요.”   1957년 주중유고슬라비아 대사관의 연회에 참석한 중앙민족학원 소수민족학생들, 첫줄 왼쪽 첫번째 학생이 림춘애. 지난 력사의 한 장면은 문뜩 눈앞에 떠오르고 있었...
  • 2017-05-05
  • 치료중인 김령학생 “백혈병으로 앓고있는 조선족중학생 김령이를 구합시다”이는 4월21일, 백산시조선족로인협회에서 협회회원 김경웅(75세), 김영수(73세) 로인부부의 친손녀 김령이를 살리기 위해 창의한 발기문이다. 금년에 17세에 나는 김령(金灵,2000도생)이는 백산시 제9중학교 초중3학년 학생이다. 얼마...
  • 2017-04-28
  • 인생은 언제나 초보                  정련 [서울=동북아신문] 이해한다고 안다고 함부로 말했던 모든 상대에게 사과한다.   머리로 이해하는 것과, 마음으로 겪고 화를 내고 하는 과정이 얼마나 다른 건지, 요즘 초보로서 새로이 겪는 모든 것들 때문에 세삼스럽게 배...
  • 2017-04-27
  •                (흑룡강신문=하얼빈) 피금련 특약기자=4월 26일, 밀산시조선족소학교 건교 70주년에 즈음하여 중국 조선족 저명한 서예대가 최원택선생이 모교인 밀산시조선족소학교를 방문했다.   전교 사생과 어울린 축제의 한마당에서 최원택선생은 자신의 혼과 열정이 새겨...
  • 2017-04-27
  • 침구치료중인 김춘복 원장. “아이에게 당당한 엄마가 되고싶어 30대 중반에 의학공부를 시작했습니다.” 기자와 마주앉아 여느때와 진배없이 담담하게 터놓는 일본 긴자(银座) 중국중의병원의 김춘복(43세)원장, 손풍...
  • 2017-04-27
  • 사람들은 가끔 하늘을 보며 “나도 저 새처럼 자유로이 날아 어디든 가고싶다”는 말을 하곤 한다. 자유로이 산다는것이 쉬운 일은 아니기에 새가 부러워졌을거다. 오늘은 새처럼 살고 있는, 많은 사람들의 선망의 대상이 될만한 분을 쫓아가보자.   >" /> ▲아부다비 황궁  두바이 려행이 성행되...
  • 2017-04-27
  •   김경숙부부 귀향해 창업 인생의 성취감 맛본다   룡정시 개산툰진 자동촌에 위치한 삼림토닭사육장의 경리인 김경숙(34살), 김경운(40살)은 고향에 돌아와 창업의 꿈을 펼치고 여러가지 어려움을 이겨나가면서 현재 인생의 성취감을 맛보고있다.   “부모님들도 이젠 년로하여 보살핌이 필요한데다 ...
  • 2017-04-26
  • '고향사람들에게 건강과 행복을…' 3만 1000여원의 사랑의 물품을 전달   일본류학길에 올랐다가 지난 2015년에 고향 연길에 돌아와 창업의 꿈을 무르익히고있는 연변창의미의료기계유한회사 마성혁(38살)총경리의 소망은 고향사람들에게 건강과 행복과 즐거움을 선물하고픈것이다.   마성혁총경리...
  • 2017-04-20
‹처음  이전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다음  맨뒤›
조글로홈 | 미디어 | 포럼 | CEO비즈 | 쉼터 | 문학 | 사이버박물관 | 광고문의
[조글로•潮歌网]조선족네트워크교류협회•조선족사이버박물관• 深圳潮歌网信息技术有限公司
网站:www.zoglo.net 电子邮件:zoglo718@sohu.com 公众号: zoglo_net
[粤ICP备2023080415号]
Copyright C 2005-2023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