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글로로고
[아름다운 추억 76] 왁찐 사러 천리길 달려
조글로미디어(ZOGLO) 2018년3월21일 00시00분    조회:1317
조글로 위챗(微信)전용 전화번호 15567604088을 귀하의 핸드폰에 저장하시면
조글로의 모든 뉴스와 정보를 무료로 받아보고 친구들과 모멘트(朋友圈)로 공유할수 있습니다.

제2회 ‘아름다운 추억’ 수기 응모작품 (4)

◈김춘식(한국)

지금은 애완견을 많이 기르고 있지만 개에게 물려도 광견병 왁찐을 사지 못할가 걱정하는 사람이 없다. 병원, 위생방역소에서 얼마든지 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30년 전까지만 해도 이런 상황이 아니였다. 오랜 세월이 지난 지금도 나는 왁찐을 사려고 동분서주했던 지난 일들을 기억하고 있다.

때는 1987년 여름이였다. 그 때 나는 흑룡강성 연수현 중화진에 살았는데 겨우 다섯살 난 아들애가 하도 강아지를 기르자고 졸라 친구 집에서 갓 젖을 뗀 강아지를 안아왔다. 물론 흔히들 말하는 똥개였다.

그런데 며칠이 지난 어느 하루 저녁, 마당에서 놀던 애가 쿨쩍이며 들어왔다. 웬 일이냐고 물었더니 똥을 누다 그만 강아지에게 엉덩이를 물렸다고 했다. 그래서 급급히 바지를 벗기고 보니 과연 이발자국이 두개 있었다. 보나마나 장난이 심한 아들놈이 똥을 누면서도 강아지를 괴롭힌 것이 분명했다.

우리 부부는 애 상처를 비누물로 씻어주기는 했지만 섬찍한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우리가 사는 이 진에서도 개한테 물려 광견병에 전염된 사례가 있어 소홀히 할 수 없었다. 그래서 무작정 진병원으로 향했다.

그런데 애 상처를 보던 의사가 지금 진에서는 왁찐을 구할 수 없다고 했다. 이튿날로 현위생방역소나 현병원에 가보라는 것이였다. 상처를 소독하고 소염제 주사를 한대 놔주는 것이 전부였다.

애가 걱정돼 거의 뜬눈으로 밤을 새운 나는 이른아침에 뻐스를 타고 현성으로 나갔다. 그런데 현인민병원에도, 현위생방역소에도 왁찐이 없다고 했다. 우리를 맞은 현위생방역소 의사는 전 현을 다 뒤져도 왁찐을 찾지 못할 것이니 할빈시에 가보는 것이 좋을 거라고 했다. 그러면서 주소 몇개를 적어주었다.

그 길로 나는 애를 업고 할빈으로 향하는 뻐스에 올랐다. 지금은 고속도로가 통해 3시간이면 족하지만 그 때는 뻐스, 기차를 갈아타야 하기에 다섯시간도 더 걸려야 했다. 오후 세시가 넘어서야 할빈에 도착한 나는 시간이 급한지라 택시를 잡아타고 적어준 주소를 찾아갔다. 그런데 가는 곳마다 약이 없다고 했다.

네번째로 찾아간 곳은 어느 의학연구소였다. 그런데 그 의학연구소에도 왁찐은 없다고 했다.

나를 맞아준 의사는 광견병 왁찐을 생산하는 공장이 전국적으로 길림성의 장춘시와 안휘성의 합비시 두곳 밖에 없으니 애를 데리고 직접 장춘의 모 연구소를 찾아가라고 했다. 산해관 이북 즉 관외에 거주하는 사람들은 개에게 물리면 모두 장춘에 가니 그곳에 가면 꼭 살 수 있을 거라고 했다.

내가 하도 초조해하니 의사는 개에게 물려 48시간 내에 주사를 맞으면 되니 너무 걱정 말라고 위로했다. 그러면서 장춘 모 연구소의 상세한 주소를 적어줬다. 생면부지인 나에게 그처럼 관심을 베풀어주는 의사가 너무 고마워 절이라도 올리고 싶은 심정이였다.

장춘역에 도착하니 새벽 세시였다. 마침 광장에 택시들이 있어 모 의학연구소를 아냐고 물었더니 광견병 주사를 맞으러 왔냐고, 방금전에도 손님을 실어다 주었으니 걱정 말고 어서 타라고 했다. 지금 쯤이면 주사를 맞으려는 사람들이 줄을 서 기다리고 있을 것이니 빨리 가야 한다고 했다.

기차역에서 택시로 십여분 거리 밖에 안되는 가까운 곳이였지만 정작 도착하고 보니 이미 수백명이 두줄로 늘어서 기다리고 있었다. 알고 보니 제일 앞에 선 사람들은 이미 어제밤 열두시부터 대기중이라고 했다.

오전 8시가 돼서야 환자들을 맞기 시작하는데 앞에 선 사람들이 하도 많아 좀처럼 우리 기회가 오지 않았다. 그 날 나는 애를 데리고 꼬박 열두시간을 기다려야 했다.

10여시간을 기다린다는 것은 참으로 고역이였다. 8월의 땡볕도 무서웠지만 애를 건사하기가 더욱 힘들었다. 장난이 심한 아들애는 잠시도 가만있지 못하고 내가 잠간만 눈길을 팔아도 어디론가 사라졌다. 그러면 뒤사람에게 자리를 부탁하고는 여기저기로 찾아다녀야 했다.

그런 아들놈이 하도 싫어 한바탕 욕을 퍼부었더니 어린 놈이 울먹거렸다. 순간 아픈 놈에게 너무 모질게 굴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품에 안아줬더니 아들놈은 서러웠던지 엉엉 소리 내 울었다. 그런 아들놈이 불쌍해 나도 함께 눈물을 흘렸다.

점심때가 되자 애는 또 잠이 와서 칭얼거렸다. 뒤에 서있던 사람들이 고맙게도 자기네가 자리를 지켜주겠으니 애를 가로수 밑에 데리고 가서 좀 재우라고 했다. 나는 연신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바로 근처에 있는 장사군에게서 양산을 사들고는 그늘을 찾아 앉았다. 내 옷을 펴고 자리에 눕히자 아들애는 곧바로 잠이 들었다.

고마운 사람들의 도움이 있었기에 나는 끝내 12시간을 견지해 오후 세시 반이 돼 주사를 맞힐 수 있었다. 10여원 밖에 안되는 싼 약이였지만 1인당 한통으로 제한돼있었다.

애에게 광견병 왁찐 주사를 맞히기 위해 옹근 사흘 동안 천여리 길을 달렸던 그 때 그 일이 지금도 내 눈앞에 선이 떠오른다. 아들 위해 마음 졸이는 나를 위안하고 도움의 손길을 주던 의사, 간호사들이 지금도 고맙다.

아들에게 왁찐 주사를 맞히느라 하도 혼났기에 나는 집으로 오는 길로 강아지를 남에게 줘버렸다. 아들애도 그 후로는 감히 강아지를 기르겠다고 조르지 않았다.

그러던 내가 20년이 지나 또다시 강아지를 기르게 될 줄이야. 대학을 졸업하고 집으로 돌아오던 아들애가 친구네 집에서 애완견을 얻어온 것이였다. 퍽 내키는 것은 아니였지만 이미 성인이 된 아들애를 이래라 저래라 꾸짖는 것도 아니다 싶어 묵인하고 말았다. 그리고 몇달 기르다 보니 정이 드는 것도 사실이였다.

왁찐 때문에 고생한 나지만 이제 와서는 애완견을 기르면서도 별다른 걱정이 없다. 애완견에게 이미 예방주사를 놓은 것도 있고 또 요즘 세월에는 왁찐을 얼마든지 살 수 있기 때문이다. 사회가 발전하고 의학이 발달하니 생활이 편리해진 것도 사실이다. 왁찐 사러 천리 길을 오가는 일은 더 이상 재현되지 않을 것이다. 

길림신문

 

파일 [ 1 ]

[필수입력]  닉네임

[필수입력]  인증코드  왼쪽 박스안에 표시된 수자를 정확히 입력하세요

Total : 1209
  • 연청사회구역주간간호쎈터   7일 오전, 연길시 건공가두 연청사회구역 주간간호쎈터를 찾았을 때는 몇몇 로인들이 한창 안마침대에 누워 안마 받거나 바둑장기실에서 바둑을 두면서 한적한 시간을 보내고있었다. 입구와 층계 등 공간은  조선족민속소품들이 아기자기하게 장식돼 조선족특색을 다분히 나타냈으며 ...
  • 2014-08-12
  •   연길시하남사회구역위생복무쎈터는 2011년부터 매년 한번씩 관할구역의 60세이상 주민과 만성병질환 환자, 장애인들을 위해 무료건강검진을 해주고 있다. 올들어 이미지 1700명의 로인들을 위해 무료로 건강검...
  • 2014-08-11
  • 주명봉로인(오른쪽) 8월 6일 연길시 건공가두 장생사회구역에서 살고있는 주명봉로인은 신문 한장을 손에 들고 8월 3일 운남 로전에 6•5급 지진이 발생했다는 소식을 보고 나랑 우리 집사람의 몫으로 2000원을 기부한다고 내놨다. 연길시 장생사회구역의 일군이 사진을 찍으려 하자 이런걸 왜 찍느냐며 멋적은 웃음을...
  • 2014-08-07
  •  4일, 연길시인민교육기금회는“정승우,김현각 조학금”지급식을 가지고 품성과 학업성적이 좋은 14명의 빈곤가정의 학생에게 조학금을 지급했다. 이날 “정승우조학금”과 “김현각조학금”을 받아안은 14명 학생가운데서 9명은 연길시 3개 고중의 본기졸업생들이고 5명은 연길시 실험...
  • 2014-08-06
  •   이놈의 폭염의 기세는 꺾일줄 모르고 폭염에 도로마저 녹아내려 그 열기에 곧 쓰러질것 같다. 더위를 피해 집에서 가만히 TV를 시청하거나 친구, 동료들과 어울려 강변을 찾기도 하지만...
  • 2014-08-04
  • [서울신문 나우뉴스]희귀병으로 양팔이 없이 태어났지만 장애는 약간의 불편함 일뿐, 세상을 밝고 힘차게 살아가는데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것을 직접 보여주고 있는 모자(母子)의 이야기가 네티즌들에게 감동을 주고 있다. 영국 일간 익스프레스는 선천적 희귀 유전질환으로 양팔이 없는 장애를 가졌지만 누구보다...
  • 2014-08-01
  • 여성협회 차세대양성프로그램행사에서 진지하게 강의를 하고있다.   타이핑런써우보험(太平人寿) 청양지사 김은숙 업무경리   (흑룡강신문=하얼빈) 김명숙 기자 = 지난 7월 6일 칭다오조선족여성협회 제1회차세대양성프로그램 행사에서 타이핑런써우보험 청양지사 김은숙 업무경리가 차세대를 대표하여 자신의 성공사례...
  • 2014-07-31
  • 29일,8.1건군절과 로인절을 맞아 연변산보과학기술유한회사에서 연변민정공익성복리기구인 연변광영원에 가치가 16만 5000원에 달하는 약품을 기증하였다. 이날 연변산보과학기술유한회사에서는 또 광영원에서 생활하고있는 렬사유가족로인이나 제대군인로인들한테 신체검사를 해주고 약품을 나누어주었다. 료해한데 따르면...
  • 2014-07-31
  • 방학기간 마설련교원은 매주 금요일이면 돈화시 민주가두 성서사회구역을 찾는다. 7월 25일도 어김없었다. 성서사회구역 2층 회의실에서 미리 통지를 받은 사회구역 결손가정, 빈곤가정 학생들이 그를 기다리고있었던것이다. 그는 바로 이곳에서 금요일마다 가정생활이 어려워 과외보도에 참가하지 못하는 결손가정, 빈곤가...
  • 2014-07-30
  • “하는 일도 잘돼 내노라 하는 부자는 아니지만 남부러울것 없이 나름 여유있는 생활이였어요”라고 말문을 연 박정순씨. “하지만 남편도 시골에서 조용하게 살고싶어했고 저도 문득 시골집에서 남새도 심고 나무도 가꾸고 풀도 뽑으며 여생을 보내는것도 괜찮을것 같다고  생각하다 후딱 결정해버렸...
  • 2014-07-29
  • 연길 팔도강락장수원 탐방기 여기는 연길시 조양천진 팔도촌 ㅡ 삼면이 우중충한 뭇산들로 둘러싸여있으며 저 쪽으로 110년의 력사를 자랑하는 천주교 큰 건물이 바라보이고 “구수하”란 이름을 가진 하천이 유유히 흐르는 가운데 오붓하게 자리잡고 있는 마을 팔도촌이다. 지난 17일, 바로 이 조용하고도 오붓한...
  • 2014-07-29
  • 성애심회, 우리마당”잡지 공동으로 9만원 성금 모아 특대교통사고당한 박영혜가족에 전달   지난 7월 13일은 심양시 소가툰구조선족중심소학교 박영혜학생한테는 너무도 불행한 날이였다. 이날   박영혜학생의  어머니가  한국으로   떠나는   날이여서   온...
  • 2014-07-29
  • 안도현조선족학교 림명자교원   사업에 참가해서 29년간 줄곧 담임사업을 하면서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아이들과 희로애락을 함께 해온 림명자교원, 왜소한 체구지만 그녀한테서는 교직에 대한 드팀없는 애착과 학생들에 대한 지극한 사랑이 무궁무진하게 뿜겨져나온다. “아이들이 이뻐서, 또 책임감으로 했을뿐...
  • 2014-07-28
  • 연길봉림양로원 림계화원장의 이야기   양로원의 로인들에게 친딸처럼 극진한 림계화원장/사진 김성걸기자 사람이 살면서 오복(五福) 가운데 하나가 바로 고종명(考終命)이다. 고종명이란 천수를 누리고 편안하게 죽는것을 가리킨다. 말하자면 잘 죽는 것이 바로 고종명이다. 인생의 마지막길을 편하게 가는 일도 오복...
  • 2014-07-25
  • 장춘시 이도구분회 로인들과 작별인사를 나누는 김혜학생 남창대학에서 공부하고있는 김혜학생은 지난 7월 11일과 13일 장춘시조선족차세대관심사업위원회(아래 관심위라 략칭) 성원들과 함께 장춘시조선족관심위 경제기술개발구분회와 이도구분회를 찾아 어렵게 공부하고있는 자기에게 따뜻한 사랑을 보내준 로인들에게 감...
  • 2014-07-25
  •   21일, 2014년 도문시농민문화절 계렬활동인 “다채로운 생활, 조화로운 석현”문화절이 개막된 가운데 도문시 석현진 하북촌 문화광장에서 “나의 중국꿈, 나의 석현정”대형군중싸인회 및 광장무시합이 펼쳐졌다. “다채로운 생활, 조화로운 석현”문화절은 2014년 도문시농민문화절...
  • 2014-07-25
  •       사회관리를 혁신하고 가두에 입주한 단위들에서 가두건설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도록 하기 위하여 2011년부터 북산가두에서는 당건설련석회의를 열고 당건설사업경험을 교류하고 다양한 활동을 폭넓게 전개했다. 2011년부터 북산가두에서는 연길시민정국, 연길시검찰원, 연변주강제격리마약계...
  • 2014-07-24
  • (흑룡강신문=하얼빈)리흔 기자 = 륙순이 넘어서야 입양된 사실을 알게 되고 생모를 찾아 나선 조향연씨의 애타는 사연이 알려지면서 요즘 주위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   할빈시 향방구 백모평방(白毛平方) 마을에서 태여난 조향연(曹香艳) 씨는 올해 61세이다. 흑룡강성 할빈시 교도소 경비 교도원으로 정년퇴직한 그녀는...
  • 2014-07-24
  •  “나눔앞에서 가난은 결코 장애가 되지 않아요” 사람좋은 웃음을 짓는 박씨의 목소리는 어딘지 수줍지만 시원시원하다. 그는 "동네바보"다. 빠듯한 살림살이에 얼마 안되는 월급까지 쪼개 어려운 아이들을 돕는다고 동분서주하니 “바보”로 불리울만도 하겠다. “세상에서 나눌수 없을만큼...
  • 2014-07-22
  • 1996년에 왕청현공상은행으로부터 퇴직한 방광혁로인은 퇴직후에도 당활동, 로인협회 활동을 조직한다하며 바쁘게 보내고있다. 재직시 그는 은행계통 당건설체계가 미흡한 점을 조사하여 은행계통 당위원회를 건립할데 관한 론문을 썼다. 그의 론문과 건의에 따라 체계화관리가 이루어지고 행정, 공회와 당조직이 윤활하게...
  • 2014-07-22
‹처음  이전 41 42 43 44 45 46 47 48 49 50 51 다음  맨뒤›
조글로홈 | 미디어 | 포럼 | CEO비즈 | 쉼터 | 문학 | 사이버박물관 | 광고문의
[조글로•潮歌网]조선족네트워크교류협회•조선족사이버박물관• 深圳潮歌网信息技术有限公司
网站:www.zoglo.net 电子邮件:zoglo718@sohu.com 公众号: zoglo_net
[粤ICP备2023080415号]
Copyright C 2005-2023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