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여년전에 일본에 갓 왔을 때의 일이다.
바다가의 모래밭에 성(姓)자를 새겨놓고 프로포즈하는 장면을 텔레비죤프로에서 보았다.
“나의 성으로 되여주세요”
“당신의 성으로 되고 싶어요”
깜짝 놀랐다. 절대로 바꿀 수 없다는 의미로 ‘…면 성을 갈겠다’고 맹세를 하기도 하는 우리와는 다르다는 것을 처음 알게 되였다. 하긴 <결혼>이라는 것은 성을 바꿀 만큼 거창한 일이기도 하다만…
일본인들에게 있어서 성(姓・苗字)이라는 개념은 가족의 형성을 의미하는 것이며 사랑하는 사람에게 속하는, 하나의 ‘집’을 이루는 법적인 절차인 것이다.
서로 성이 다른 우리 부부를 보고 “부부죠?”라고 롱담하는 일본인들을 가끔 만나기도 했으며 부부동반 자리에서 “중국은 부부별성(夫婦別姓)의 나라입니다” 라는 말을 덧붙이면서 자기소개를 해야 했고 “그래요?” 하면서 흥미진진해하는 일본인들도 있었다. 아예 묻지도 않고 남편의 성으로 나를 부르는 일본인들이 대부분이였다. 아이가 학교에 다니기 시작해서부터는 나자신도 남편의 성으로 자아소개를 하기 시작했다. 일본에서 엄마와 자식이 다른 성을 가진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일본의 부부동성(夫婦同姓)제도는 100여년전부터 시작되였다 한다. 일본의 호적법에 의해 동시, 별시(同氏・別氏)선택이 가능한 국제결혼외에는 결혼시에 반드시 어느 한쪽의 성으로 바꾸어 같은 성으로 입적(入籍)해야 벌률적으로 인정받는 부부로 될 수 있다.
각자의 성을 바꾸지 않을 경우의 혼인은 ‘사실혼’으로 되며 법적인 인정을 받지 못한다. 만일 ‘사실혼’ 부부사이에 아이가 태여나면 아이의 친권은 엄마한테만 속할 뿐만 아니라 ‘혼외자식’으로 엄마의 호적에 오르게 된다. 명확한 유언이 없을 경우 사실혼 부부사이에는 유산상속도 불가능하게 된다.
한편 리혼한 엄마가 아이들 때문에 전남편의 성을 그대로 쓰는 경우가 많으며 경우에 따라 재혼한 엄마를 따라 성을 바꾸는 아이들도 있다. 이런 경우에는 혈통과 전혀 상관 없는 ‘성’ 이 형성되는 것이다.
법적인 문구로는 ‘어느 한쪽’이라고 적혀있지만 대부분 결혼하면 남편의 성으로 바꾸게 되며 안해가 사업상의 수요로 회사에서만 자기의 구성(旧姓)을 계속 쓰는 경우도 있다. 혹여 안해의 성으로 바꾸는 경우도 있지만 녀자가 남자의 성을 따르는 것에 비해 사회적으로나 가정내에서 불필요한 눈치를 봐야 하는 것이 현실이다.
자기의 성에 대한 애착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독일, 오스트랄리아, 스위스, 인도, 타이 등 나라가 근년에 이미 부부동성의 제도를 페지하였고 법률적으로 부부동성을 강요하는 나라는 세계상 일본 밖에 존재하지 않는다고 한다.
요즘 부부별성제도(夫婦別姓制度)도입에 대한 의론이 계속되고 있고 올봄에는 네쌍의 사실혼 부부가 작년에 이어 <제2차 부부별성소송>에 나섰다. 법적인 보호를 받는 일본에서의 ‘부부별성’제도 형성에는 아직도 묘연하지만 그래도 미래도가 그려져있는듯 싶다.
혈족, 혈통을 분간하기 위하여 생긴 것이 성(姓)인데 결혼을 계기로 자신의 정체성을 잃는 것은 너무나 큰 대가가 아닌가 싶다.
/길림신문 일본특파원 리홍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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