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글로로고
[아름다운 추억 90]고향의 밥 짓는 연기
조글로미디어(ZOGLO) 2018년7월2일 00시00분    조회:1468
조글로 위챗(微信)전용 전화번호 15567604088을 귀하의 핸드폰에 저장하시면
조글로의 모든 뉴스와 정보를 무료로 받아보고 친구들과 모멘트(朋友圈)로 공유할수 있습니다.

제2회 ‘아름다운 추억’ 수기 응모작품 (18)

▩황혼호(대경)

촬영작품 〈밥 짓는 연기〉와 필자 황혼호

얼마전 나는 촬영 전시회에 참가했는데 한장의 〈밥 짓는 연기〉라는 사진 앞에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그 사진을 보노라니 어릴 적 내가 태여나고 자란 고향이 사무치게 그리워나며 눈앞에 선히 떠올랐다.

황혼이 저녁노을을 쓰고 시골에 내려앉고 새들이 석양을 물고 둥지를 찾아올 때면 높고 낮은 집집의 굴뚝들에서는 저녁연기가 뭉게뭉게 피여오른다. 밥 짓는 연기의 부름에 문을 떼고 집안에 들어설 때면 어머니가 부뚜막에서 땔나무를 아궁이에 넣으면서 저녁상을 마련하기에 분주하다. 어머니는 가마에서 풋옥수수 반이삭을 꺼내주면서 “얘야, 배고프겠구나. 먼저 이걸 먹어라.” 하신다. 시골 아이들에게 풋옥수수는 가장 맛있는 간식이였다.

시골에서 밥 짓는 연기는 한 가정의 존재와 따뜻함과 화목을 대표하는 그 자체였다. 하루 세끼 제시간에 굴뚝에서 밥 짓는 연기가 솟아나면 그 집은 화목하고 풍족한 가정이였다.

밥 짓는 연기는 또한 어머니의 부름소리였다. 어릴 때 나는 마을에서 8리 떨어진 풍기촌이라는 조선족 마을에 통학하면서 소학교를 다녔다. 하학길에 멀리서도 우리 초가집 굴뚝에서 피여오르는 연기를 보면 방불히 부엌에서 바삐 돌아치는 어머니를 보는듯했으며 뜨끈뜨끈한 밥상을 보는듯했다. 그 저녁연기를 바라보며 나는 집으로 달려가는 발걸음을 재촉했다.

굴뚝에서 연기가 피여오르려면 우선 땔나무가 있어야 했다. 하지만 생산대 대장으로 바쁘신 아버지는 거의 밖에서 보내다 보니 해마다 땔나무를 제대로 마련하지 못했다. 하여 땔나무 하기는 사계절 끝이 없는 어머니의 힘든 일이였다. 어머니의 마음속에는 밥 짓는 연기가 있는 집이라야 집이라 할 수 있었기에 각별히 땔 근심을 몹시 했다. 밭에 나갔다 돌아올 때면 꼭꼭 밭머리에서 땔나무를 장만해서 머리에 이고 돌아오셨다.

어릴 적 나는 어머니를 따라 뒤산에 가서 마른 나무가지를 주었다. 욕심에 많이 주어 단번에 메고 오지 못하면 어머니가 머리에 이여 집에 가져가고 나는 지키고 있다가 어머니와 함께 메고서 집으로 돌아왔다. 헌데 후에는 산을 개간하고 과일나무를 심자 옥수수대거나 벼짚 등이 주요한 땔감으로 되였다. 가을이면 옥수수대를 집으로 실어가 땔나무로 쌓아두었다. 이듬해 봄 땅이 녹으면 밭에는 옥수수그루가 드러나는데 어머니가 괭이로 뿌리를 뽑으면 나는 하나하나 주어서 한데 모았다. 이 일은 아주 힘든 일이였는데 왜소한 체구의 어머니가 어떻게 했는지 참 대단하셨다.

나는 열살 때부터 부엌에서 불을 때면서 어머니를 도왔다. 때문에 일찍 부엌에서 연기에 그을리고 불에 지지우는 맛도 보았다. 어머니가 연기에 숨이 막혀 기침을 하고 눈물을 흘릴 때면 나는 자진해나서서 불을 때군 했다. 어머니는 온통 나무재로 검댕이투성이 된 내 얼굴을 가슴아파하며 옷소매로 닦아주셨다.

밥 짓는 연기는 또 애들한테는 어머니가 지어놓은 맛나는 밥상이였다. 무리를 이룬 짜개바지들은 마을 밖 들판에서 뛰놀고 개울물에서 장난 치고 뒤산에서 산과실을 뜯어먹느라 집으로 돌아가는 시간마저 잊는다. 이 때 누군가 소리친다. “우리 집 굴뚝에서 연기 난다.” 애들의 눈길은 똑같이 마을로 향해 분분히 자기 집 굴뚝을 찾는다. 애들은 아쉬운 대로 장난을 그만두고 서로 쫓아가며 집으로 달린다. 그 따뜻한 노을빛 저녁연기 속에는 엄마의 신신당부가 있었고 아빠의 종소리처럼 우렁찬 부름이 있었다.

눈이 내리는 겨울이면 나는 감자 구워먹기를 좋아했다. 굴뚝에 연기가 멎고 부뚜막 아궁이의 불꽃이 꺼진 후면 가라앉은 불무더기가 발갛게 열을 내고 있다. 이 때 그 불을 헤치고 골라둔 잔잔한 감자를 넣고 뜨거운 재를 덮어놓는다.

구운 감자는 따가울 때 먹어야 제맛인데 불면서 이 손바닥에서 저 손바닥으로 넘기느라면 껍질에 붙은 마른 흙이 떨어지면서 깨끗하게 된다. 다음 두손으로 익은 감자를 잡고 살짝 누르면 “사각” 하고 두동강이 나면서 새노란 속살이 드러난다. 삽시에 고소한 맛이 코를 파고든다. 구수하면서도 흙냄새가 섞인 이 독특한 맛은 천하별미로 골수에까지 스며든다. 한덩이를 입안에 살짝 넣으면 감자의 껍질과 속살이 혀끝에 잠간 머물면서 구수한 맛이 온 입안에 쏴악 퍼진다. 이 때면 모든 미각이 총동원되여 감자 토벌에 참가한다. 이 토벌 속에서 생활 속의 모든 고통, 번뇌와 피로가 가뭇없이 사라진다.

잊을 수 없는 것은 1964년도 내가 화남현조선족중학교를 다닐 때이다. 나는 한어성적이 낮아 취침 후에도 숙사의 돼지죽을 끓이는 칸에 가서 공부를 하였다. 그 곳에는 계속 불이 있었던 것이다. 밤이 깊어가면서 배가 꼬르륵꼬르륵 소리가 났다. 그 때는 우리 나라가 3년 자연재해로 굶주리던 때라 죽으로 때를 에운 저녁음식은 언녕 소화된 뒤였다. 돼지죽 가마를 들여다보았더니 썩은 호박이요, 배추겉잎, 벌레 먹은 무우들이 불렁불렁 끓고 있는 속에 자그마한 감자 몇알이 보였다. 나는 좀 커보이는 감자 한알을 국자로 꺼내 훌훌 불면서 껍질을 발랐다. 정말 먹음직했다. 게걸스레 감자 몇알을 먹고 나니 배가 뜨끈뜨끈해나며 배고픔이 멀리 달아났다.

나에게 고향의 밥 짓는 연기는 달콤한 추억 뿐만 아니라 뼈에 사무치는 아픔으로도 남아있다.

기숙사에 있던 하루 아침, 기상시간이 되여 깨여나 옷을 입으려는데 머리가 어지럽고 몸이 말을 듣지 않으면서 그 자리에 곤드라졌다. 가스중독이였다. 소식을 듣고 선생님이 달려왔다. 선생님은 나를 이불에 둘둘 감아 밖의 눈무지 우에 눕혀놓고는 저가락으로 입을 벌리고 맵고 차거운 김치물을 퍼넣었다. 하여 나는 다행히 사선에서 살아나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당시 부엌이 우리 숙사에 같이 있었는데 불이 잘 들지 않는 데다 구들을 제대로 매질을 하지 않아 아침밥을 짓는 새에 구들에서 새여나오는 연기에 중독된 것이였다. 그 때 숙소의 선생님과 동창들은 귀한 소고기 장졸임이며 과자, 우유가루 등을 나에게 몸보신하라며 들고 왔었다. 그 감사의 마음은 한두마디 말로 표현할 수 없었다. 그 해에 나는 그 중독 미열로 두통이 너무 심해 공부를 계속할 수가 없어 일년간 휴학을 했다. 그러나 마음씨 고운 사생들의 은공은 영원히 잊을 수가 없다.

삶의 려정에서 잠간 총총한 발걸음을 멈추면 기억 속에 서서히 밥 짓는 연기가 떠오르고 코끝에서 시골집 밥상에서 풍기는 향기가 감도는듯하다. 고향의 밥 짓는 연기는 마치 경쾌한 음악과 우아한 춤마냥 항상 내 생명 속 가장 생동하고 잊지 못할 기억으로 남아있다. 밥 짓는 연기를 생각할 때마다 나의 생명은 더는 나약하지 않고 인생도 더는 힘들지 않다.길림신문/font>

파일 [ 1 ]

[필수입력]  닉네임

[필수입력]  인증코드  왼쪽 박스안에 표시된 수자를 정확히 입력하세요

Total : 1209
  • 은지와 준승이 엄마의 육아이야기       1.책이랑 놀자   책은 놀이이며 취미라고 하면 아마 많은 사람들이 고개를 갸우뚱 거릴것이다.그도 그럴것이 책이라 하면 우선 공부,학교,성적을 먼저 떠올리는 분들이 대부분이니 말이다.하지만 은지와 준승이 엄마는 책읽기 시간은 무한한 상상을 불러일으키는 아름...
  • 2017-09-21
  • ‘아름다운 추억’ 수기 응모작품 (41) ◇리종광(장춘) 필자 리종광씨가 소속 로인협회의 한 활동에서 2013년에 남긴 사진 나의 일생에서 아름다운 추억은 많고 많아도 그중에서 가장 아름답고 가장 잊을 수 없는 추억은 금주기계공업학교를 졸업하던 제5회 졸업식이다. 나는 후에 대학도 다녔고 대학의 졸업식도...
  • 2017-09-20
  • ‘아름다운 추억’ 수기 응모작품 (40) ◇김삼철(룡정) 자전거를 타고 결혼식을 올린 신랑 김삼철과 신부 임혜란의 1965년 6월 30일 약혼기념사진 지금도 내가 결혼하던 그 어설펐던 날을 생각하면 허구픈 웃음부터 나온다. 50여년 전이니깐 물론 지금과는 비할 수 없겠지만 열한명 식구에 로력이란 남성로력 나...
  • 2017-09-20
  • 중공화린무역회사지부위원회 리덕봉 서기를 비롯한 당원들은 9월 18일, 연길시 민안사회구역에 있는 화단유보도에 채색벽돌을 깔았다. 이날 민안사회구역의 리미화 서기를 비롯한 로당원들도 화단보수에 동참, 하루동안 벽돌을 나르고 모래를 나르느라 땀벌창이 되였지만 누구하나 얼굴 찡그리는 사람이 없었다.   중...
  • 2017-09-19
  • "이번 홍수로 다리와 도로가 끊겨 어떻게 곡식을 실어나를가 걱정이 태산같았는데... AMP총동문회 덕분에 시름을 조금 덜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지난 9월 15일,연변대학 과학기술학원  AMP총동문회(회장 림룡춘)에서는 수재지역인 안도현 명월진 청구촌과 봉암촌을 찾아가 다리와 도로 보수에 보탬이...
  • 2017-09-18
  •   모든 것을 공유하고픈 마음, 이것이 요즘 청춘들의 트랜드다. “오늘 모멘트 봤어요? 훙보(红包)받은 캡쳐사진으로 도배된거?” 스마트폰을 갖춘 젊은 청년이라면 칠석날 주변 사람들로부터 이 말을 들어보았을 확률이&nbs...
  • 2017-09-14
  • ‘아름다운 추억’ 수기 응모작품 (39) ◇박철원(연길) 지금으로부터 61년 전인 1956년의 고소 졸업장 1956년 7월에 소학교문을 나서며 받은 고소 졸업장을 보노라니 어느덧 60년 세월이 흘러 코 빨던 철부지가 할아버지로 되였구려. 내가 다니던 소학교는 흑룡강성 녕안현 록도(鹿道)라는 자그마한 철도역 마을...
  • 2017-09-13
  • ‘아름다운 추억’ 수기 응모작품 (38) ◇양봉송(훈춘) 학생 유려화의 안내로 북경 이화원 명승지를 유람하며 남긴 기념사진 지난해 교사절은 통신기술의 눈부신 발전과 더불어 그 어느 해보다 제자들의 축하메시지가 많이 날아왔고 그 어느 해보다 정성어린 축하초대가 많았다. 여기에는 훈춘시제1실험소학교에...
  • 2017-09-13
  • “까치 까치 설날은 어저께고요, 우리 우리 설날은 오늘이지요”   어린이집에서 끝나기 바쁘게 손주가 저한테 달려와서 하는 얘기가 오늘 애들 앞에서 우리 말로 노래를 불렀다네요. 우리말로 노래를 했다니 참 너무 뿌듯하고 대견스럽더군요.   저의 외손자는 중국 북경에서 태어나 현재 6살까지 쭈...
  • 2017-09-07
  • “한세기를 걸친 우리 가문 이민이야기” 김영금《중국조선족백년실록》취재팀 내 고향 오도구 내가 살던 고향은 오도구라고 부르는데 훈춘으로부터 다섯번째 골안이라고 해서 지어진 이름이란다. 우리 선조가 이 산골로 이주해온게 할아버지(김문삼, 金文三)가 여덟살 때이다. 당시 증조할아버지(김예빈, 金艺斌...
  • 2017-08-30
  • 할빈조2중 제1회 '옛추억 찾기'동문회 여름캠프 진행   (흑룡강신문=하얼빈)최정자, 김철진 기자 = 할빈시조선족제2중학교(이하 할빈조2중이라고 략칭함) 2017년 제1회 '옛추억 찾기'동문회 여름캠프(校友夏令营)가 지난 27일 저녁 오상시 영성자향에 자리잡고 있는 '도향왕국 테마락원(稻香王国主题...
  • 2017-08-30
  • 월드옥타 중국차세대들을 대표해, 연길지회 차세대위원회에서는 도문시 월청진 마패촌을 찾아    8월26일, 월드옥타 연길지회 차세대위원회에서는 중국차세대들을  대표하여 기부금을 소지하고 월청진 마패촌으로 향했다.   주지하다싶이 작년(2016년)에도 연변자치주지대는 극심한 홍수피해를 받았다...
  • 2017-08-27
  • ‘아름다운 추억’ 수기 응모작품 33 ◇윤희남(룡정)     필자 윤희남 “똑, 똑, 똑.” 노크소리에 문을 여는 10대 소년.   “누구를 찾으세요?” “음, 엄마 친구인데 너는 아마 모를 거야.” “울 엄마는 지금 병원에 입원하셨는데요.” “그래,...
  • 2017-08-22
  • ‘아름다운 추억’ 수기 응모작품 (32) ◇조만선(리삼민 대필) (대련) 조만선로인(중간) 부부와 함께 있는 리삼민(왼쪽)씨 1960년 6월, 나는 료녕성 신빈현 위자욕공사 당위 부서기로 사업했다. 당시 공사 서기는 시당교에서 학습하고 사장은 평정산저수지 공사장에서 사업하다 보니 전 공사의 사업은 그 때...
  • 2017-08-22
  • 하마래 강보금할머니와 그 일가의 이야기1,2,3  제3편 행복편-개혁개방 〈100년의 숨결 두만강과 함께〉구성:       머리말       제1편 정착편-이주       제2편 분투편-변강건설       제3편 행복...
  • 2017-08-21
  • 할빈시조선족청년친목회 제7기 기바꿈대회 진행   (흑룡강신문=하얼빈)류대식 기자=할빈시조선족청년친목회(이하 친목회) 제7기 기바꿈대회 및 신회원 입회식이 지난 19일 할빈시 송북구에 자리잡고 있는 할빈즉흥음악학교에서 진행됐다. 흑룡강성교육학원, 흑룡강신문사, 흑룡강조선민족출판사, 흑룡강조선어방송국, 할...
  • 2017-08-21
  • 수재지역에 대한 사회단체의 애심릴레이는 오늘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 8월 18일,연변무역협회의 임직원 15명은  남룡수 회장의 인솔하에 올해 홍수피해를 비교적 심하게 입은 안도현을 방문해 회원들이 사랑의 마음이 담긴 입쌀과 파이프, 양발 등 수재복구에 가장 필요한 물품을 수재민들에게 전했다.  ...
  • 2017-08-21
  • 길림조중 김길수당위서기 조선족기업가협회에 금기 증정   8월18일 길림조중 개학식 및 2017대학입시 표창대회에서 길림시조선족기업가협회는 길림조중에 조학금 3만원을 전달했다. 길림지구 민족교육의 요람으로 68년의 유구한 력사를 자랑하는 길림조중은 수많은 민족...
  • 2017-08-21
  • 하마래 강보금할머니와 그 일가의 이야기 1,2,3, 제2편 분투편-변강건설 〈100년의 숨결 두만강과 함께〉구성: 머리말 제1편 정착편 - 이주 제2편 분투편 - 변강건설 제3편 행복편 - 개혁개방 ...........................................................................................................................
  • 2017-08-21
  •  연주현씨대종회 방연단 환영식 및 중국연주현씨종친회 제11회 장학금 수여식 연길서     8월19일, 어른을 존경하고 후대 양성에 최선을 다하고있는 중국 연변 연주현씨종친회(회장 현세욱) 에서는 연길 개원호텔에서 ‘연주현씨대종회 방연단 환영식 및 중국연주현씨종친회 제11...
  • 2017-08-20
‹처음  이전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다음  맨뒤›
조글로홈 | 미디어 | 포럼 | CEO비즈 | 쉼터 | 문학 | 사이버박물관 | 광고문의
[조글로•潮歌网]조선족네트워크교류협회•조선족사이버박물관• 深圳潮歌网信息技术有限公司
网站:www.zoglo.net 电子邮件:zoglo718@sohu.com 公众号: zoglo_net
[粤ICP备2023080415号]
Copyright C 2005-2023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