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치소리는 언제나 반갑고 그립다. 까치소리는 내 동년의 아름다운 추억중의 하나로 나의 마음 속에 한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
마을 앞 키 높은 백양나무 우에 둥지를 틀고 알을 까고 새끼를 키우며 가끔 마을의 낮은 지붕우로 “깍깍”거리며 날아지 날 때면 어쩐지 기분이 좋았던 나의 동년시절이다.
필자 홍순룡
어렸을 때 까치는 기쁜소식을 전한다고 들어서인지 지저귀는 까치의 소리는 언제나 귀맛 좋았다 .아침에 까치가 우리 집 앞마당의 나무 우에 앉아서 지저귀고 날아간 날이면 보고 싶은 사람이 오거나 좋은 소식이 있지나 않을가 하고 은근히 기다린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그렇게 천진하고 유치하면서도 막연한 그리움과 바람 속에서 나의 동년이 흘러갔다.
까치소리는 살아가는 사람들의 고달픔과 그리움을 달래여주는 천사의 노래다.
아침에 까치가 울면 좋은 소식이 있거나 반가운 손님이 온다는 이야기는 옛사람들이 삶의 고달픔과 무료함을 조금이라도 덜어주려고 꾸며 낸 이야기가 아닐가 생각된다.
교통이 불편하고 통신이 락후했던 그 세월에 보고 싶은 친인들과 자주 만날 수도 없었고 친인들 사이의 소식도 편지로 밖에 전할 방법이 없었던 그 세월에 귀엽게 생기고 소리마저 아름다운 까치를 이야기로 꾸며내서 그리움을 달래는 것이 아니였을가 하는 생각도 없지 않았다. 참 묘한 착상이라고 하지 않을 수가 없다. 아무튼 옛사람들의 고심에 탄복한다. 그러한 사연을 담은 까치소리여서 그런지 그 소리를 들을 때면 언제나 기분이 좋아진다.
누군가가 기다려질 때, 또 무엇인가를 바라고 있을 때 그 기다림과 바람 자체가 하나의 희망이 아닐가. 변함이 없을 것 같은, 매일 되풀이하는 일상을 지루하지 않게 해주고 마음의 한자락을 기탁할 수 있게 했던 그 까치소리가 옛사람들에게는 얼마나 고마왔을가 하고 새삼스럽게 생각해보게 된다. 그러면서 옛사람들의 삶의 지혜에 다시 한번 감탄을 금할 수가 없다.
인간이란 참 괴상한 동물이라 하겠다. 어렸을 적에 들었거나 익힌 것들을 항상 념두에 두고 잊지를 못하고 있다가 때가 되면 소중하게 간직되여있던 그 것들이 출구를 헤치고 뛰쳐나와 어제와 오늘을 아주 미끈하게 이어주고 있는 것이다. 까치소리에 깃든 이야기가 그 것을 말해주고 있는 것이 아닐가.
그 옛날 편지만이 유일한 통신수단이였다면 지금은 핸드폰으로 모든 통신이 가능해져 참 편리하다. 게다가 화상통화까지 막힘없이 되여있어 정말 좋은 세상이다.
그러면서도 현대통신수단 때문에 서운한 마음도 감출 수가 없다. 편지라고 하면 그 발신자의 진지한 마음이라든가 넘치는 감정마저 모두 그 발신자의 글씨체로부터, 혹은 글귀마다의 사이사이에서 읽을 수가 있어서 수신자에게는 넘쳐흐르는 친절감을 안겨주어 좋았지만 지금은 딱딱한 활자체로 찍혀나온 문자들에서 그런 맛을 전혀 느낄 수가 없어서 마음이 서글프기만 하다.
이럴 때면 오히려 편지같은 좋은 소식이 올거라고 집앞까지 찾아와 울어주던 까치소리라면 더욱 반갑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렇게 순수함과 인정미가 무엇인지를 까치소리에서 찾게 되는 이 마음만은 죄스럽지가 않다.
까치소리는 이미 저 멀리 흘러가 버린 옛날의 이야기에서 그치지 않은 것 같다. 세월이 흐르고 흘러도 오히려 고달픔에 시달리고 있는 현대인들의 마음을 부드럽게 다독여주고 보듬어주고 있는 것이 마치 자애로운 어머니의 조용하고도 사랑을 가득 담은 아름다운 자장가처럼 들려오는 것 같다. 그래서 까치소리는 언제나 정겹다.
까치소리는 그저 옛이야기로 그치지 않고 그 옛날의 고달팠던 사연으로부터 차츰 희미해지고 사그러져가는 오늘날의 인정세태에 이르기까지를 다 가늠하고 있는 것 같다. 그래서 까치소리는 지금도 무디지 않은, 그 옛날의 티없이 맑고 정다운 목소리 그대로 귀맛 좋게 메아리로 울려와 나의 심금을 오래오래 흔들어준다.
나는 지금도 누군가가 그리워지고 보고 싶어질 때면 까치소리가 언제 들려올가 조용히 귀를 기울이게 되고 벌써 출입문에 시선이 가는 것을 어쩔 수가 없다. 나에게는 까치소리와 더불어 그리운 이들이 너무도 많아서인지 모르겠다.
지금은 도시에 살고 있어 까치의 “깍깍” 하는 귀맛 당기는 소리를 들을 기회가 거의 없어 마음이 허전해질 때도 많지만 그래도 서럽지가 않다.
까치소리는 언녕 나의 마음속에 깊이 새겨져있어 그리운 이들을 잊지 못하게 한다.
오늘도 흘러간 동년시절처럼 까치소리가 그리워 진다.
아, 정다운 까치소리여.
홍순룡/길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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