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글로로고
잊지 못할 중학시절의 집단생활
조글로미디어(ZOGLO) 2020년1월10일 09시03분    조회:1381
조글로 위챗(微信)전용 전화번호 15567604088을 귀하의 핸드폰에 저장하시면
조글로의 모든 뉴스와 정보를 무료로 받아보고 친구들과 모멘트(朋友圈)로 공유할수 있습니다.

나는 중학시절을 하늘아래 첫 동네로 불리우는 안도현 석문진 무학이란 곳에서 보냈다. 안도현, 룡정시, 화룡시가 접경한 금삼각 지대에 자리 잡은 무학은 경치 좋고 인품 좋은 고장이 있는데 멀리서 바라보면 지세가 마치 선학이 춤을 추는 것 같다하여 지명을 무학(舞鹤)이라 하였다.

필자 한창국

마을 주변에는 뭇산들이 병풍을 친 듯 방풍(防风)을 하고 있었고 마을 남북쪽 언덕 아래로 맑은 시내물이 졸졸 흘러내리다가 마을 아래에서 하나로 합쳐 동으로 쉼 없이 흘러간다. 은띠같은 시내물이 Y자형으로 꽃망울을 받쳐든 듯한 멋 진 고장이다. 〈산도 겹겹 물도 겹겹 / 길 없다 했더니 / 버들 숲 꽃밭 속에 마을이 보이여라〉는 륙유의 시처럼 묘사된 곳이 바로 내가 태여나 잊지 못할 중학시절을 보낸 살기 좋은 고향마을이다.

지금의 중학생들은 먹고 싶은 것 다 먹고 입고 싶은 것 다 입고 놀고 싶은 것 다 놀고 배우고 싶은 것 다 배우면서 학교에 다니지만 지난 세기 70년대 중기의 중학생들은 먹고 싶어도 먹을 것이 없고 입고 싶어도 입을 것이 없고 놀고 싶어도 놀 것이 없었다.

그래도 배를 곯으며 가방을 달랑 메고 학교에 다녔는데 반은 공부하고 반은 이일 저일 하면서 농부의 후손답게 힘을 키웠다. 지금 학생들처럼 영양가를 따지며 먹지는 못했지만 모두 허우대가 크고 뼈가 굵직굵직하여 농군의 후계자로 되기에 손색이 없었고 올리보고 내리봐도 나그네 티가 조금씩 났다. 신체가 발육되였지만 사랑에 대해선 늦둥이였다. 지금 중학생 같으면 끼리끼리 짝을 무어 앞동산, 뒤동산 찾아다니며 사랑을 속삭이는 학생들도 있지만 그 당시 누가 눈에 띄는 차림만 해도 유치하게 놀려주군 하였다.

순박하고 유치했던 그 시절 미를 추구하는 권리마저 박탈당한 녀학생들이 참 불쌍하였다. 아마 당시 환경의 지배를 받아 사랑을 맘 속에 고이 묻어두고 곁으로 표현을 못했던 것 같다. 동네 혼사는 삼대 적선해야 성사한다는 말이 있다. 적선이 모자라선지 인연이 없어서인지 하여튼 나중에는 짝을 찾아 날아가고 짝을 찾아 데려오고 모두 제각기였다.

학교의 겨울 화목은 사생들이 채벌하고 운수는 사원들이 도맡고 자르고 패는 일은 또 사생들의 몫이였다. 화목을 할 때 대체로 수레길이 가깝고 가파로운 산을 택했다. 그래야 만 인력으로 나무를 길옆에 가져다놓기 쉽기 때문이다. 그 때만 해도 지금처럼 림업정책이 엄하지 않아 산 한면을 턱의 수염을 말끔히 밀어버리듯 아예 민둥산으로 만들어 놓는다. 선생님들이 나무를 베면 키가 크고 힘이 센 학생들이 아지를 따버리는데 나머지 학생들은 산기슭으로부터 산꼭대기까지 한일자로 쭉 늘어서서 나무 넘겨주기를 한다. 이렇게 내려온 나무가 길옆에 쌓이고 쌓여 산더미를 이루었다.

한번은 초겨울에 화목을 하러 학교에서 좀 멀리 떨어진 골짜기로 갔다. 전날에 선생님이 점심밥으로 밥과 고추장만 가져오라고 포치하였다. 그날 선생님은 하마(기름개구리) 잡이에 이골이 난 학생 몇을 보내여 전문 하마를 잡게 하였는데 자그만치 물통 하나는 되였다. 점심때 아가리가 큰 솥에다 하마탕을 끓이는데 학생들이 가져온 고추장을 모두 쏟아넣고 또 준비해온 감자도 큼직큼직 썰어넣어 맛을 돋구었다. 입이 많아서인지 맛이 좋아서인지 큰 솥의 하마탕을 잠간 새에 소멸해버렸다. 지금 그렇게 한번 포식하려면 천여원 팔아야 될 것 같다.

학교에서 근검공학으로 밭을 몇쌍 다루었는데 콩도 심고 피마주도 심고 감자도 심었다. 학교에서 밭 다루기는 정말 식은죽 먹기였는데 김매거나 가을을 할 때 수십명 되는 학생들이 한번만 쑥 지나가도 한뙈기는 인츰 해결되였다. 수십년이 지난 오늘에 와서 생각해도 감자캐던 일이 제일 인상이 깊다.

감자 캐는 날이면 몇몇 남학생들이 먼저 밭에 달려가 밭머리에다 나무를 주어 모닥 불을 지펴놓는다. 대부대가 와서 감자를 캐기 시작하면 이글이글하는 불 속에다 큼직큼직한 감자를 골라서 굽는다. 이럭저럭 감자를 다 캐면 불속의 감자도 푹 익어 구수한 냄새를 풍긴다. 감실감실한 감자를 하나씩 들고 먹으려니깐 너무 뜨거워 이 손에 쥐였다 저 손에 쥐였다 하는데 마치 탁구공이 이쪽 왔다 저쪽 갔다 하는 것 같았다. 그래도 입으로 호호 불며 먹는데 량볼에 까만 분칠을 하여 깜쟁이로 변해가지만 누가 누구를 보며 놀려주거나 웃을 겨를도 없었다. 주린 창자를 달래려고 목젖이 방아를 찧는데 언제 감둥이 흰둥이 할 새 있겠는가. 그 맛이 또한 별맛이여서 사람을 싹 죽여주는데…배속에 기름기가 말라버린 고난의 중학시절의 감자구이, 지금도 그 때 일을 생각해면 군침이 돈다.

어린 나이에 힘에 부치는 로동이였고 또 지금은 호랑이 담배 피우던 옛날로 되여가지만 그 때의 집단생활이 잊지 못할 추억으로 남아있다. 한창국/길림신문

파일 [ 1 ]

[필수입력]  닉네임

[필수입력]  인증코드  왼쪽 박스안에 표시된 수자를 정확히 입력하세요

Total : 1209
  • - 글 / 조련화 -   (흑룡강신문=도쿄) 2018년 5월 20일 일본조선족문화교류협회에서 주최한 우리 노래 대잔치가 도쿄 닛뽀리에서 성황리에 열렸고 나는 짝궁 훈이와 듀엣으로 무대에 오르게 되였다. 꿈만 같았던 하루, 잊을수 없는 그날은 나의 인생에 있어서 하나의 전환의 계기가 되였다.   노래자랑에 참가하게 된것...
  • 2019-09-20
  • 독서에 심취한 전동빈,조예화부부의 이야기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창업에 뛰여드는 젊은이들의 이야기는 종종 뉴스로 전해지기도 한다. 허나 월급을 주요 수입원으로 하는 그런 직장을 그만두고 금전적인 수익이 없는 공익사업에 뛰여드는 사례는 그리 흔치 않다. 7년간의 노력으로 쌓아올린 공무원직을 내려놓고 &...
  • 2019-09-16
  • 초등학생이 그린 테네시 대학교 로고(왼·로라 스나이더 페이스북)와 실제로 제작된 테네시대 티셔츠(오·테네시대 공식 트위터 계정). 미국의 한 대학교가 초등학교에서 놀림당하던 학생의 그림을 대학교 티셔츠로 제작했습니다. 친구들의 조롱으로 주눅 들어있던 이 아이와 부모는 어른들의 배려에 감동받았다...
  • 2019-09-14
  • 까치소리는 언제나 반갑고 그립다. 까치소리는 내 동년의 아름다운 추억중의 하나로 나의 마음 속에 한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 마을 앞 키 높은 백양나무 우에 둥지를 틀고 알을 까고 새끼를 키우며 가끔 마을의 낮은 지붕우로 “깍깍”거리며 날아지 날 때면 어쩐지 기분이 좋았던 나의 동년시절이다. 필자 홍순...
  • 2019-09-09
  • - 글 / 리연춘 -       (흑룡강신문=도쿄) 지난 가을쯤이였던것 같다.   이른 아침 한주일 먹거리를 장만하려고 우리집 부근의 아침시장으로 나갔다. 부지런한 한족들은 쌀쌀한 늦가을에도 사이사이에 발 들이댈 틈도 없이 일자로 길 한쪽에 난전을 펼치고 싱싱한 풋채소에 상긋한 과일에 고기까지 없는것이...
  • 2019-08-22
  • 련이은 장마로 올해 유난했던 무더위가 주춤하는 말복, 알라디조선족학교 72년 13기 졸업생동창생들이 고향마을-알라디를 찾아 큰소리로 “고향아, 우리가 돌아왔노라.”를 웨쳤다.   드디여 고향마을에 도착한 동창...
  • 2019-08-19
  • ‘인생 70 고래희’ 라고 하던데 내 나이가 벌써 73살 된다. “아이들은 날(日)이 빠르고 해(年)가 늦고 로인들은 날이 늦고 해가 빠르다”는 말과 같이 실로 감짝 사이에 한해가 지나니 말이다. 젊어서는 희망으로 살고 늙어서는 추억으로 산다더니 이 나이를 먹고 보니 지나간 그 시절이 그립기만 하...
  • 2019-08-19
  • - 글 / 한경애 -           개미 채바퀴 돌듯 석자 교단에서 달리고 달리다가 멈춰서 되돌아보니 어언간 30년이란 긴 세월이 흘렀다. 사슴의 눈망울을 가진 꼬마들에게 글을 가르치고 인간성을 키워주는 시간속에서 수많은 부동한 색갈의 이야기로 아름다운 멜로디를 엮어왔다. 내 기억의 푸르른...
  • 2019-08-16
  • 인생은 미완성 숙제   김 경 희   인생살이 굽이굽이 아리랑 열두 고개, 집집마다 말 못할 사정이 있듯이 나도 살면서 끝없이 꼬리에 꼬리를 문 문제들에 마주하며 살아왔다.    이제 와서 돌이켜보니 인생 매단계마다에 의미를 부여하며 참으로 벅차고 억척스레 살아온 것 같다. 그렇게 내 인생의 끝...
  • 2019-08-15
  • - 글 / 김미란 -       (흑룡강신문=도쿄) 오늘도 예전처럼 일 끝내고 집에 와서 부랴부랴 저녁상을 차려놓고 작은 아들과 식탁에 마주앉았다.   무의식에 반찬 하나를 가리키며 아들한테 물었다.   "이 반찬 누가 제일로 좋아하지?"   "할아버지..."   "어떻게 알아???"   "엄마가 이 반찬 할 때마...
  • 2019-08-09
  • 코리아패션의 손향(좌1) 사장 연변지체장애인협회 리춘자(가운데) 회장에게 운동복을 전하고 있다. 연길 코리아패션의 손향 사장은 지난  8월 5일, 총동문회 회장단 일행과 함께 연변지체장애인협회를 방문, 운동복 20벌을 후원했다. 지체장애인협회 활동실에는 다가오는 연변주장애인좌식배구경기에 참가하기 위해 선...
  • 2019-08-08
  • 화룡시 룡성진 부흥촌 제대군인 렴경창의 고향건설 이야기 생활이 제일 구차한 촌민 기와집에 먼저 지난세기 70년대에 건설된 부흥촌 주택구 “이제 당의 지시에 따라 우리가 악전고투한다면 고향사람들이 저런 오두막에서 번신할 날도 멀지 않겠지” 제대하던 날 렴경창은 기와집 한채 보이지 않던 부흥마을을 ...
  • 2019-08-07
  • 정든 고향을 떠나면서 기억속에 담아놓은 연길공항 오늘날 세상은 5G 시대에 들어섰고 세계는 하나의 지구촌을 이루고 있다. 나한테 가정용전화기가 절실했던 시대는 불과 25년전의 일에 지나지 않지만 먼 옛날 얘기처럼 고리타분하게 들린다. 를 맞이한 고향의 변화는 실로 놀라웠다. 중국 연변에서 모바일의 혁신적인 변...
  • 2019-08-06
  • 화룡시 룡성진 부흥촌 제대군인 렴경창의 고향건설 이야기 연길 아들 집에서 기자와  인터뷰 중인 렴경창옹. (사진설명: 렴경창부부(안로인 지난해 85세로 병고)는 슬하에 네 오누이를 두었는데 딸을 일찍 잃었고 세 아들 중 두 아들은 제대군인, 지금 세 아들은 다 외국에서 로무에 종사하고 있다. 렴...
  • 2019-08-05
  • 친구들과 함께(왼쪽 두번째가 리화옥씨). 꿈같은 고향나들이 마지막 일정으로 오늘은 두만강하류일대를 따라 중국대지의 제일 동쪽에 있는 ‘동방제일촌’훈춘시 경신진 방천 관광길에 나섰다. 5월 1일 아침 여섯시 정각, 큰 언니가 새벽부터 정성껏 말아준 김밥을 넉넉히 싸가지고 약속된 지점에서 기다리고 있...
  • 2019-08-02
  •   - 글/ 박영옥 -    오늘은 토요일이라 애들이 작문배우러 오는 날이여서 여느때보다 일찍이 일어나서 아침 먹고 이쁘게 화장을 하고는 반시간 앞두고 림시로 빌려쓰고 있는 로인대학2층교실로 향했다.   그런데 몇몇 애들이 벌써 날 기다리고 있었다. 날 본 애들은 쫑그르 달려와서 저마다 나한테 인사를 했...
  • 2019-07-31
  •              하늘아래 빈자리에 평범할래야 더 평범할 수 없는 내가 서있다.   나는 누구이며 어디서 왔을가? 그리고 또 어디로 갈것인가? 이 물음에 답안을 작성해 본다면 조금은 식상하지만 절때로 흠을 잡을 수 없는 답이 나온다. 나는 주련화이고 엄마의 배속으로 부터 왔으며그...
  • 2019-07-30
  • "생명의 강, 만남의 강, 희망의 강"으로 마음속 깊이 여울치는 강   두만강가의 중조국경에서 친구들과 함께한 리화옥(가운데 사람)특파원 기다리던 4월 30일, 아파트문앞에서부터 도문까지 택시타고 가는데 40분 밖에 안 걸린다고 했지만 나는 부득부득 30분동안 공공뻐스를 타고 연길서역으로 향하였다. 고향에...
  • 2019-07-29
  • 진달래축제 현장에서 친구들과 함께(오른쪽 두번째가 리화옥특파원) 십여년만의 고향방문길에 마침 화룡에서 열리는 장백산진달래국제 문화관광축제에 참여할수 있는 행운을 누리게 되였다. 27일 아침 6시 30분, 축제에 가기로 약속한 시간이 되여 부랴부랴 아파트밑에 내려갔더니 중학교시절의 친구가 새까만 윤기가 흐르...
  • 2019-07-26
  • - 글 / 김영숙 -   (흑룡강신문=하얼빈) 오늘은 사촌녀동생이 백년가약을 맺는 날이다. 하얀 드레스를 입고 행복한 미소를 머금은 사촌녀동생을 바라보노라니 나도 덩달아 행복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문득 내 눈앞에는 꽃너울을 곱게 쓰고 다소곳이 머리를 숙이고 우리 김씨 가문에 들어선 올케의 예쁜 얼굴이 선히 떠올...
  • 2019-07-25
‹처음  이전 4 5 6 7 8 9 10 11 12 13 14 다음  맨뒤›
조글로홈 | 미디어 | 포럼 | CEO비즈 | 쉼터 | 문학 | 사이버박물관 | 광고문의
[조글로•潮歌网]조선족네트워크교류협회•조선족사이버박물관• 深圳潮歌网信息技术有限公司
网站:www.zoglo.net 电子邮件:zoglo718@sohu.com 公众号: zoglo_net
[粤ICP备2023080415号]
Copyright C 2005-2023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