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글로로고
잊지 못할 중학시절의 집단생활
조글로미디어(ZOGLO) 2020년1월10일 09시03분    조회:1391
조글로 위챗(微信)전용 전화번호 15567604088을 귀하의 핸드폰에 저장하시면
조글로의 모든 뉴스와 정보를 무료로 받아보고 친구들과 모멘트(朋友圈)로 공유할수 있습니다.

나는 중학시절을 하늘아래 첫 동네로 불리우는 안도현 석문진 무학이란 곳에서 보냈다. 안도현, 룡정시, 화룡시가 접경한 금삼각 지대에 자리 잡은 무학은 경치 좋고 인품 좋은 고장이 있는데 멀리서 바라보면 지세가 마치 선학이 춤을 추는 것 같다하여 지명을 무학(舞鹤)이라 하였다.

필자 한창국

마을 주변에는 뭇산들이 병풍을 친 듯 방풍(防风)을 하고 있었고 마을 남북쪽 언덕 아래로 맑은 시내물이 졸졸 흘러내리다가 마을 아래에서 하나로 합쳐 동으로 쉼 없이 흘러간다. 은띠같은 시내물이 Y자형으로 꽃망울을 받쳐든 듯한 멋 진 고장이다. 〈산도 겹겹 물도 겹겹 / 길 없다 했더니 / 버들 숲 꽃밭 속에 마을이 보이여라〉는 륙유의 시처럼 묘사된 곳이 바로 내가 태여나 잊지 못할 중학시절을 보낸 살기 좋은 고향마을이다.

지금의 중학생들은 먹고 싶은 것 다 먹고 입고 싶은 것 다 입고 놀고 싶은 것 다 놀고 배우고 싶은 것 다 배우면서 학교에 다니지만 지난 세기 70년대 중기의 중학생들은 먹고 싶어도 먹을 것이 없고 입고 싶어도 입을 것이 없고 놀고 싶어도 놀 것이 없었다.

그래도 배를 곯으며 가방을 달랑 메고 학교에 다녔는데 반은 공부하고 반은 이일 저일 하면서 농부의 후손답게 힘을 키웠다. 지금 학생들처럼 영양가를 따지며 먹지는 못했지만 모두 허우대가 크고 뼈가 굵직굵직하여 농군의 후계자로 되기에 손색이 없었고 올리보고 내리봐도 나그네 티가 조금씩 났다. 신체가 발육되였지만 사랑에 대해선 늦둥이였다. 지금 중학생 같으면 끼리끼리 짝을 무어 앞동산, 뒤동산 찾아다니며 사랑을 속삭이는 학생들도 있지만 그 당시 누가 눈에 띄는 차림만 해도 유치하게 놀려주군 하였다.

순박하고 유치했던 그 시절 미를 추구하는 권리마저 박탈당한 녀학생들이 참 불쌍하였다. 아마 당시 환경의 지배를 받아 사랑을 맘 속에 고이 묻어두고 곁으로 표현을 못했던 것 같다. 동네 혼사는 삼대 적선해야 성사한다는 말이 있다. 적선이 모자라선지 인연이 없어서인지 하여튼 나중에는 짝을 찾아 날아가고 짝을 찾아 데려오고 모두 제각기였다.

학교의 겨울 화목은 사생들이 채벌하고 운수는 사원들이 도맡고 자르고 패는 일은 또 사생들의 몫이였다. 화목을 할 때 대체로 수레길이 가깝고 가파로운 산을 택했다. 그래야 만 인력으로 나무를 길옆에 가져다놓기 쉽기 때문이다. 그 때만 해도 지금처럼 림업정책이 엄하지 않아 산 한면을 턱의 수염을 말끔히 밀어버리듯 아예 민둥산으로 만들어 놓는다. 선생님들이 나무를 베면 키가 크고 힘이 센 학생들이 아지를 따버리는데 나머지 학생들은 산기슭으로부터 산꼭대기까지 한일자로 쭉 늘어서서 나무 넘겨주기를 한다. 이렇게 내려온 나무가 길옆에 쌓이고 쌓여 산더미를 이루었다.

한번은 초겨울에 화목을 하러 학교에서 좀 멀리 떨어진 골짜기로 갔다. 전날에 선생님이 점심밥으로 밥과 고추장만 가져오라고 포치하였다. 그날 선생님은 하마(기름개구리) 잡이에 이골이 난 학생 몇을 보내여 전문 하마를 잡게 하였는데 자그만치 물통 하나는 되였다. 점심때 아가리가 큰 솥에다 하마탕을 끓이는데 학생들이 가져온 고추장을 모두 쏟아넣고 또 준비해온 감자도 큼직큼직 썰어넣어 맛을 돋구었다. 입이 많아서인지 맛이 좋아서인지 큰 솥의 하마탕을 잠간 새에 소멸해버렸다. 지금 그렇게 한번 포식하려면 천여원 팔아야 될 것 같다.

학교에서 근검공학으로 밭을 몇쌍 다루었는데 콩도 심고 피마주도 심고 감자도 심었다. 학교에서 밭 다루기는 정말 식은죽 먹기였는데 김매거나 가을을 할 때 수십명 되는 학생들이 한번만 쑥 지나가도 한뙈기는 인츰 해결되였다. 수십년이 지난 오늘에 와서 생각해도 감자캐던 일이 제일 인상이 깊다.

감자 캐는 날이면 몇몇 남학생들이 먼저 밭에 달려가 밭머리에다 나무를 주어 모닥 불을 지펴놓는다. 대부대가 와서 감자를 캐기 시작하면 이글이글하는 불 속에다 큼직큼직한 감자를 골라서 굽는다. 이럭저럭 감자를 다 캐면 불속의 감자도 푹 익어 구수한 냄새를 풍긴다. 감실감실한 감자를 하나씩 들고 먹으려니깐 너무 뜨거워 이 손에 쥐였다 저 손에 쥐였다 하는데 마치 탁구공이 이쪽 왔다 저쪽 갔다 하는 것 같았다. 그래도 입으로 호호 불며 먹는데 량볼에 까만 분칠을 하여 깜쟁이로 변해가지만 누가 누구를 보며 놀려주거나 웃을 겨를도 없었다. 주린 창자를 달래려고 목젖이 방아를 찧는데 언제 감둥이 흰둥이 할 새 있겠는가. 그 맛이 또한 별맛이여서 사람을 싹 죽여주는데…배속에 기름기가 말라버린 고난의 중학시절의 감자구이, 지금도 그 때 일을 생각해면 군침이 돈다.

어린 나이에 힘에 부치는 로동이였고 또 지금은 호랑이 담배 피우던 옛날로 되여가지만 그 때의 집단생활이 잊지 못할 추억으로 남아있다. 한창국/길림신문

파일 [ 1 ]

[필수입력]  닉네임

[필수입력]  인증코드  왼쪽 박스안에 표시된 수자를 정확히 입력하세요

Total : 1209
  • 제2회 ‘아름다운 추억’ 수기 응모작품 (39) ▩한창국(안도) 필자 한창국 지난 세기 70년대와 80년대에는 어느 마을에 가든 첫눈에 안겨오는 것이 담배건조실이였다. 지금의 현대식 담배건조실과는 많이 다른, 마을에서 제일 높이 지은 토목건물이기에 멀리서도 한눈에 보였던 것이다. 담배를 건조할 때면 두사...
  • 2018-11-16
  • CCTV무대에서 조선말로 경극을 부르고 있는 리은화 중국의 3대 전통연극으로 불리우는 경극은 연극, 노래, 무용, 음악 등 모든 예술적인 요소가 총 집합된 종합예술로 중국의 오페라라고도 불리운다. “중국문화의 꽃”으로 명성이 높은 경극은 중국의 전통과 력사가 고스란히 배인 자랑스러운 문화유산이다. 10...
  • 2018-11-09
  • 올해 10월중순의 어느 일요일, 장백조선족자치현 마록구진 과원조선족민속촌. 신랑신부를 대동한 조선족혼례행렬이 과원조선족민속촌대문안으로 들어선다. 언녕부터 대문안에서 기다리고 있었던 아줌마들이 우리 한복을 차려입고 너울너울 춤추며 신랑 신부를 마중한다. 신랑 신부와 친척 친구 행렬이 민속광장의 여러 곳을...
  • 2018-11-09
  • 제2회 ‘아름다운 추억’ 수기 응모작품 (38) ▩김민철(연길)   하향 50주년 기념모임에서 수기 〈첫걸음〉을 발표하는 필자 김민철  세상을 살면서 누구나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첫걸음을 걷는다. 그러나 긴 세월 속에서 줄곧 기억에 생생하고 평생에 득이 되는 뜻깊은 첫걸음은 몇번 안된다. &n...
  • 2018-11-09
  • 제2회 ‘아름다운 추억’ 수기 응모작품 (37) ▩박철원(연길) 필자 부부 지난날 없어서 못 먹던 세월이 지금은 싫어서 안 먹는 때가 되였다. 아빠트에 살면서 입쌀이며 밀가루를 마음대로 살 수 있고 고기며 해산물, 닭알, 우유, 과일이 풍성한 세월이다. 먹을 근심 없는 천지개벽이 일어난 것이다. 계획경제에 ...
  • 2018-11-02
  • 제2회 ‘아름다운 추억’ 수기 응모작품 (35) ▩최진옥(화룡) 필자 최진옥 사무실에서 2010년 7월 28일, 내가 살고 있는 고장은 폭우의 영향으로 하천의 물이 급속하게 불어나면서 홍수방지표준이 낮은 제방들이 볼품없이 파괴되였다. 상급의 자금조달이 륙속 도착하면서 재해손실이 제일 심한 1만 2000여메터에...
  • 2018-10-26
  • 今年10月17日是第五个全国扶贫日,也是第26个国际消除贫困日,在全社会齐心聚力为消除贫困共同努力之际,为进一步弘扬残疾人事业,动员全社会力量开展助残脱贫活动,10月23日,延边春雨爱心会携手延边州肢体残疾人协会在州残疾人活动中心举办“爱心奉献、共享阳光”爱心传递捐赠活动。   延边春雨爱心会成立...
  • 2018-10-25
  • 제2회 ‘아름다운 추억’ 수기 응모작품 (34) ▩리호송(연길)   필자 리호송 연서거리와 연서교는 연길에서 차량과 시민들로 늘 붐비는 주요한 거리의 하나이다. 그러나 나에게는 기억에 희미해질 정도로 몇년에 한번 거닐가 말가한 거리였다.   헌데 2014년 6월, 시가지 중심에 자리 잡고 있던 단위가...
  • 2018-10-23
  • 웨이하이 조선족 노인 100세 축하연 진행     (흑룡강신문=웨이하이)김명숙 기자=“산둥에 100세 조선족 노인이 있대요.”   웨이하이시에 살고 있는 조선족 김정호 노인의 100세 축하연이 지난 14일 웨이하이시 모 호텔에서 치러져 화제가 되고 있다.   웨이하이애심여성협회 회원인 임옥영 여사의 ...
  • 2018-10-22
  • —연변이 낳은 조선족 성악가 방춘월의 추구와 도전 1990년대부터 연변의 방송과 무대를 주름잡으며 독특하고 매력적인 음색으로 대중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던 방춘월, 오늘날 그는 멋진 실력으로 성악계에서 두각을 나타내며 저명한 성악가로 활동하고 있다. 성악가 메조소프라노 방춘월은 현재 천진음악대학교의 성악교...
  • 2018-10-22
  • [가작상수상작품] 나와 로라스케트장의 인연  김경희   25년 전, 개혁개방의 거세찬 물결을 타고 나는 연변에서 제일 처음으로 체육관 실내에 로라스케트장을 운영하게 되였다.   “하루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른다”고 남들이 그토록 부러워하는 좋은 직장을 잠시 그만두고 모험을 강행하며...
  • 2018-10-18
  • 은상수상작       내 가슴에 새겨진 모성애   최 영 숙 (연길)     얼마 전 “엄마가 많이 심해졌소. 이젠 며칠 버틸 것 같지 못하오.”라는 막내 녀동생의 전화를 받고 나는 연길시광영원 특별간호실에 급히 달려갔다. 내가 도착했을 때 계모는 두눈을 지그시 감고 얼굴을 찡그린...
  • 2018-10-16
  • 제2회 ‘아름다운 추억’ 수기 응모작품 (33) ▩김삼철(룡정) 2001년 9월, 손자와 같이 ‘7자나무’ 앞에서. 내 나이 80이 다된 지금에도 ‘7자나무’를 생각하면 어린 시절 아침 일찍 연길시장에 쌀 팔러 가는 어머니를 배웅하고 오후에는 돌아오는 어머니를 마중하던 행복했던 순간들이 영...
  • 2018-10-16
  • —가두에서 ‘나눔의 꽃’을 피워가는 홍봉옥을 만나다 기자와 이야기를 나누고있는 홍봉옥할머니 무엇인가를 꾸준히 한다는 것은 대단한 일이다. 특히 자기 자신을 위한 일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을 위해 선행을 꾸준히 한다는 것은 더욱 쉬운 일이 아니다. 어려운 환경속에서도 주변 사람들에게 꾸준히 사...
  • 2018-10-15
  • 연변부용장학회 장학금발급의식이 10월 12일, 룡정해란강호텔에서 있었다. 이는 2008년 연변부용장학회가 설립이후로 11년째 이어져온 행사로서 올해도 39명 연변의 학생들이 장학금을 받게 되였다.   이날 부용장학회는 연변대학교의 15명 학생들과 5명의 연변과학기술대학 학생들에게 매인당 400딸라를, 룡정고...
  • 2018-10-12
  • 나는 어떤 사람일까?           초야   지인중에 부탁 고수가 있다. 자신이 잘할수 있는 일도 굳이 친구중 한놈을 시키는데, 부탁받는 친구들도 누구 하나 짜증내지 않고 일을 깔끔히 마무리짓는다. 곰곰히 생각해봤다. 자신의 일도 이 핑계 저 핑계 대며 뒤로 미루기 일쑤인 친구들이...
  • 2018-10-10
  • 제2회 ‘아름다운 추억’ 수기 응모작품 (31) ▩리오로(장춘) 고중시절의 필자 어제 연길에 다녀왔다. 장춘에서 호화로운 고속렬차를 타고 두시간 17분 만에 연길서역에 도착했다. 소음이 적고 내부시설이 호화롭고 깨끗한 것도 자랑거리지만 장춘에서 연길까지 열몇시간이 걸리던 기차가 두시간 17분 만에 연길...
  • 2018-09-28
  • [편집자의 말] 제1기부터 제3기까지는 길림성 연변지역과 산재지역 학교의 학생 가족을 선정하여 영상에 담았다. 제4기에서는 흑룡강성에서 유구한 력사를 갖고 있는 해림시조선족실험소학교를 선정했다. 를 순조롭게 펴낼 수 있도록 적극적인 지지와 협조를 해주신 흑룡강성 교육학원 민족교연부와 해림시조선족실험소학교...
  • 2018-09-20
  • 장춘시에서 조선족들이 결혼식과 회갑연을 올리거나 큰 행사를 치를 때면 장춘시명계식품유한회사에서는 빠짐없이 순대, 찰떡 등 조선족 전통음식을 제공한다. 음식에서 인정이 오간다고 여기서 조선족과 조선족사회를 위해 자기의 저그마한 성의를 보여주려는 명계식품회사 계영철 사장의 모습이 돋보인다. 행사뿐만이 아...
  • 2018-09-16
  • 제2회 ‘아름다운 추억’ 수기 응모작품 (29) ▩김룡운(교하) 학교 열람실에서 필자 김룡운선생님 나는 산에 오르내리기를 좋아한다. 왜냐 하면 나는 동년을 산골에서 지냈기 때문이다. 60년대에 아버지가 그 좋은 장춘 도회지를 버리고 우리 자식들을 이밥이라도 실컷 먹이겠다며 하향하여 두메산골에 가서 짐을...
  • 2018-09-12
‹처음  이전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다음  맨뒤›
조글로홈 | 미디어 | 포럼 | CEO비즈 | 쉼터 | 문학 | 사이버박물관 | 광고문의
[조글로•潮歌网]조선족네트워크교류협회•조선족사이버박물관• 深圳潮歌网信息技术有限公司
网站:www.zoglo.net 电子邮件:zoglo718@sohu.com 公众号: zoglo_net
[粤ICP备2023080415号]
Copyright C 2005-2023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