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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추억 103]기차의 변천
조글로미디어(ZOGLO) 2018년9월28일 00시00분    조회:1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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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회 ‘아름다운 추억’ 수기 응모작품 (31)

▩리오로(장춘)

고중시절의 필자

어제 연길에 다녀왔다. 장춘에서 호화로운 고속렬차를 타고 두시간 17분 만에 연길서역에 도착했다. 소음이 적고 내부시설이 호화롭고 깨끗한 것도 자랑거리지만 장춘에서 연길까지 열몇시간이 걸리던 기차가 두시간 17분 만에 연길서역에 도착했다. 정말 빨랐다. 옛날 사람들이 꿈꾸던 소원이 오늘 이루어진 것이다.

날아가는 기차에 앉아서 화살같이 스쳐지나가는 창밖의 수목들을 바라보면서 65년 전에 기차 때문에 겪은 가슴 아픈 추억이 떠오른다…

때는 조선전쟁이 한창이던 1952년 여름이다. 그 때 나는 초중 2학년 학생이였다. 학부형회에서 방학기간에 가정이 어려운 학생들을 조직해 목재판으로 일하러 보냈다. 그 때 내 나이 16살이였다.

미리 간 학생들은 다 가고 늦게 통지받고 온 학생 일곱이 뒤에 떠났다. 학부형회에서 사준 기차표를 가지고 황니허역을 향해 떠났다

황니허역을 잘못 보고 황송전역에서 내리고 말았다. 글자를 잘못 보고 내린 것이다. 이걸 어쩌나, 기차는 하루에 한번 밖에 없는데. 황송전에서 황니허역까지는 70리란다. 우리는 걷기로 했다. 그 때 나는 초중 2학년생이니까 웃학년 형님들의 말을 따랐다.

철길을 걸을라니 참 힘들었다. 형님들은 운동화를 신고 철길가로 성큼성큼 걸어가는데 나는 신이 없어서 형님의 친구가 준 국민당군 군화를 신고 무거워서 걸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장화를 벗어서 둘러메고 맨발로 철길가로 걸으려니 뾰족뾰족한 자갈이 발을 찔러 걸을 수가 없었다. 할수없이 레루장을 딛고 걸을라니 발이 뜨겁고 또 종종걸음을 쳐야 따라갈 수 있었다. 이를 악물고 형님들을 따랐다.

점심 때가 되여서 배가 무척 고팠으나 돈도 없고 뭘 사먹을 곳도 없었다. 들나물을 뜯어먹으며 걸어서 황니허역에 도착했다. 황니허역에서 가시랑차(목재 싣는 소형기차)를 타고 밤 늦게 액목에 도착했다. 목재판에 온 것이다. 미리 온 형님들이 해주는 늦은 저녁밥을 맛있게 먹고 있는데 한 형님이 우리더러 래일 집으로 돌아가란다. 여기는 목재판이라 목도하는 일 밖에 없는데 초중생은 못한단다.

이튿날 우리는 가시랑차를 타고 황니허역으로 돌아온다. 목재를 가득 실은 가시랑차가 올리막길을 못 올라가니 뒤바구니 몇개를 떼놓고 떠나갔다. 사람 탄 기차바구니가 떼놓이게 됐다. 가시랑차가 다시 돌아와서 떼놓고 간 차바구니를 끌고 황니허역으로 달렸다. 이미 늦었다. 우리가 탄 가시랑차가 황니허역에 거의 도달하는데 장춘행 기차가 연변 쪽에서 달려오고 있었다. 우리가 황니허역에 도착하기 전에 장춘행 기차는 떠나고 말았다. 이걸 어쩌나, 래일 이 때라야 기차가 있는데 또 하루를 기다려야 했다. 돈도 없고 잠자리도 없다.

학부형회에서 준 차비로 기차표를 사고 나니 10전이 남았다. 그 때 마화(타래떡) 한가락에 10전이였다. 우리 초중생 다섯사람은 마화 한가락씩 사서 저녁밥으로 떼우고 학교로 찾아갔다. 교장선생님께 사연을 말하고 교실에서 하루밤 지내게 해달라고 사정했다. 교장선생님은 쾌히 승낙했다.

잠은 교실에서 잤으나 아침밥 먹을 돈이 없었다. 다 가난한 학생들이라 누구 하나 돈 있는 학생이 없었다.

아침밥 굶고 점심밥 굶고 오후 한시까지 기차를 기다려야 했다. 주린 배를 끌어안고 길림에 도착하니 오후 다섯시였다.

하루에 한번 밖에 없던 연변행 렬차, 그것도 열몇시간을 타야 하는 렬차, 거기다 자리표를 못 사면 열몇시간을 서서 가야 하는 렬차, 그 기차마저도 일제가 중국의 물자를 략탈하기 위해 중국 백성들을 채찍으로 때려가며 닦은 기차길이였다.

그러던 기차가 지금은 반시간에 한번씩 고속렬차가 달린다. 장춘에서 훈춘까지 수십개의 턴넬을 뚫고 수십개의 다리를 놓고 거의 직선으로 달리는 이 기차길을 우리의 손으로 놓고 호화롭고 빠른 기차도 우리 손으로 제조했다. 지금은 기차도 수출하고 있다.

참 많이 변했다.

기차의 변천은 시대의 변천이고 중화의 변천이고 부강의 상징이다!

한시간에 500키로메터씩 달리는 진공기차도 지금 설계하고 있단다. 그 때 가면 광주도 상해도 이웃처럼 다닐 수 있을 것이다.

길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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