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한 재미를 넘어서 꿈을 이룬 조선족 왕훙들을 소개합니다
‘왕훙’은 인터넷에서 뜨는 사람(网络红人)의 줄임말로 ‘인터넷에서 인기 있는 사람'을 의미한다. 또 이들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대중과 접촉하며 오락, 쇼핑, 려행, 료리, 패션, 게임 등 다양한 분야에서 실시간 온라인 방송을 제공하기도 한다.
틱톡(抖音)이 류행하면서부터 요즘 조선족 사회에도 알게 모르게 왕훙들이 생겨났다. 물론 아직도 본인들 스스로는 ‘왕훙’이라고 불리우는게 쑥스럽다고 했지만 수만명의 팔로워(粉丝)들이 이미 그들의 인기를 증명해주면서 명실공히 이른바‘왕훙’으로 불리워도 손색이 없다.
틱톡에서 미식강(美食姜)으로 알려진 조선족 왕훙 강휘룡씨
조선족 왕훙 강휘룡씨 (41세)는 틱톡에서 팔로워 2만3000명을 거느린 인기남이다. 본명보다 미식강(美食姜)으로 더 잘 알려진 그는 2018년 10월에 처음 틱톡을 접하고 나서 집밥 영상을 찍어 올리던 것으로 시작했다. 밥상도 밥상이지만 정겨운 순 토박이 연변사투리로 혼자말을 하며 찍어 올렸던 영상 몇개가 조선족들로부터 ‘좋아요!’세례가 쏟아지면서 팔로워들을 끌어모으게 되였던 것. 평소 워낙 유머러스한 성격에 재치있는 입담으로 주변사람들로부터 유쾌하다는 말을 많이 들어왔던 강휘룡씨다. 그는 또 료리하기를 좋아하는데 가끔 료리하는 장면을 찍어올리거나 다 된 음식을 놓고 구수한 멘트와 함께 영상을 찍어올리며 팔로워들의 인기를 끌었다. ‘별 것도 아닌 것’에 관심가져주는 팔로워들이 하도 고마워 그는 일부러 고추순대를 한 가마씩 쪄서 이벤트식으로 보내주기도 했다. 그러다보니 메뉴는 단촐했지만 아무 대가도 없이 많이도 퍼주었다. 날이 갈수록 그의 틱톡 영상은 높은 조회수를 자랑하여 추천에 자주 오르게 되면서 그는 조선족들사이에서 어느새 ‘인싸’로 등극했다.
“예전부터 음식점을 해보고 싶었던 마음은 굴뚝 같았습니다. 허나 여건이 마땅치 않아 선뜻 엄두를 낼 수가 없었지요. 생각지도 않은 틱톡으로 연을 맺어 저의 음식솜씨를 맛 본 팔로워들이 맛 평가단이 되여주었고 그들의 응원으로 과감히 지난해 년말 음식점을 차릴 결심하게 되였지요. 다니던 부동산회사를 그만두고 음식점창업은 저의 계획보다 퍽 앞당겨졌지 뭡니까.”
얼마전 음식점을 차린 강휘룡씨가 주방에서 분주히 돌아치고 있다
한낱 재미로 시작한 틱톡이 삶의 또 다른 도전을 내밀게 했다는 강휘룡씨, 얼마전 그는 틱톡의 닉네임과 똑같은 이름으로 간판을 걸고 연길 북대에 한 자그마한 음식점을 차렸다. 그것도 그럴 것이 고맙게도 지금까지 찾아오는 고객중 90%가 그의 틱톡 팔로워들인데 연길은 물론 왕청, 도문, 훈춘 등 외지에서 오는 고객들도 수두룩했다. 비록 살면서 얼굴 한번 서로 마주친 적이 없는데도 오는 사람들마다 “아, 미식강 형”이라며 정답게 불러주며 먼저 인사를 건네주는 고객들로 하여 요즘 강휘룡씨는 SNS의 파급력을 다시 한번 느끼고 그로 인해 더 행복하다고.
“단순히 재미로 올렸던 영상으로 이렇게 많은 분들의 사랑과 응원으로 또 다른 도전을 할 수 있게 되다니 너무나 고마을 따름입니다. 앞으로 더 맛있는 음식과 유쾌한 영상으로 찾아뵙는 것으로 팔로워들께 보답해야 할 같아요.”
본인인들 상상이나 하였을텐가. 누구도 예기치 못한 꿈을 틱톡으로 이룬 강휘씨야말로 인기도 얻고 오랜 소망을 실현한 두마리의 토끼를 모두 잡은 ‘왕훙시대’의 진정한 수혜자가 아닐가 싶다.
또 다른 조선족 왕훙 만능엔터이너—진룡
“안녕하세요, 진룡입니다~”
틱톡을 자주 하는 조선족들이라면 한번쯤 우리 말 인사로 시작하는 한 젊은이의 영상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이 깍듯한 인사말을 여러번 들었던 분들이라면 이 주인공의 정체가 조금 헷갈릴법도 했을터이다. 그 리유는 그가 영상을 올릴 때마다 여러 분야의 정보를 많이 제공해주기 때문. 집밥, 드럼, 컴퓨터 등등 전혀 련결고리가 없는 다양한 분야를 넘나들며 영상을 찍어 공유하는 진룡씨의 틱톡에도 스스로를 ‘료리 좋아하고 IT했었던 드러머’라고 소개한 문구가 적혀있다.
만능엔터테이너 조선족 왕훙 김진룡씨
올해 28살인 김진룡씨는 대학교를 졸업한 후 수도 북경에서 4년간 IT관련일을 해왔던 ‘뇌섹남(주관이 뚜렷하고 언변이 뛰어나며 유머러스하고 지적인 매력이 있는 남자를 가리키는 신조어)이다. 수석으로 연변대학 과학기술 계산기전업에 입학한 그는 4년간 열심히 학업에 매진했다. 그러면서 유일한 취미생활이였던 밴드활동도 활발히 해왔다. 졸업 후 자연스럽게 자신이 전업으로 내공을 쌓아왔던 컴퓨터 관련업종을 택했다. 그러면서도 북경에서 무어진 밴드 멤버들과 음악적으로 더 깊게 파고들며 음악활동도 게을리 하지 않았다.
그 역시 단순한 취미로 시작했던 음악이 어쩌면 자신이 여태 배워왔던 컴퓨터 전업보다 더 애착을 느끼고 더 잘 할 수 있는 것이라 생각되여 지난해 여름 4년간의 북경에서의 회사생활을 접고 그는 다시 고향 연변으로 돌아와 과감히 음악 창업의 길에 들어섰다. 자신들의 음악공간 마련과 음악인재 양성을 목표로 세워진 ‘진성예원’이라는 이름을 내걸고 현재 활발한 음악활동을 펼치고 있는 그의 드럼솜씨는 이미 그의 팔로워들은 잘 알 것이다. 대학교때부터 십년째 거의 독학으로 배우다싶이 한 그의 드럼솜씨지만 늘 경쾌하고 타고난 리듬감각으로 프로수준에 견주어도 흠 잡을 데가 없다. 현재 1만6000명의 팔로워를 보유한 진룡씨는 드럼외에도 생활 구석구석 유용한 정보도 짤막하게 공유하여 더 사랑받는 왕훙으로 팔로워들과 소통하고 있다.
드럼 뿐이 아니라 독학으로 기타도 배워냈다
“그리하여 가끔 ‘오지라퍼’라는 말도 많이 듣습니다. 물론 응원해주시는 분들이 훨씬 더 많지만 가끔 거침없이 쓴소리를 내뱉거나 싱거운 눈길로 쳐다보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처음에는 신경 쓰였지만 이제는 그것도 관심의 일부분이라 생각합니다. 보다싶이 저는 사람들과 어울리기 좋아하는 성격입니다. 제가 알고 있는 얄팍한 지식일지라도 여러분들한테 그저 자그마한 도움이라도 된다고 생각하면 언제든지 서슴없이 공유하렵니다. 또한 저 역시도 틱톡을 통해 많은 것을 배워나가는 중입니다.”
얼마전 그는 틱톡에는 공지 한 편이 떴다. 년말을 맞아 음악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함께 모여 자그마한 음악파티를 연다는 흥미로운 소식이였다. 그가 올린 공지를 보고 그의 음악작업실에 달려온 음악애호가들은 음악으로 교감을 나누고 서로의 연주를 들어주고 음악에 빠지는 즐거운 한때를 보내게 되였다고 했다.
“생각밖으로 꽤 많은 분들이 찾아주셨어요. SNS를 활용하여 공동한 취미인 음악으로 만난 그들과 더없이 좋은 시간을 보내면서 새로운 꿈이 또 하나 생겼습니다. 진정으로 음악을 즐기는 사람들이 한 곳에 뭉쳐 고향에서 그들과 함께 또 다른 생활문화를 열어가는 그런 날을 꿈 꿔봅니다.”
타인의 관심이 필요하다거나 또는 싱겁다해도 모두 괜찮다. 어떤 의미로 시작한 SNS이던지를 막론하고 그들은 그것을 통해 또 하나의 세상을 마주하면서 새로운 것을 이뤄가려는 ‘꿈’이 생겨났기 때문이다. 하여 이제 자랑스런 수식어 ‘왕훙’을 그들 이름 석자 앞에 당당히 적어본다. 왕훙 강휘룡. 왕훙 김진룡. 화이팅!
/길림신문 김영화 김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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